짧담 : 브런치 오리지널
누군가가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에 감명 깊어할 필요는 없다고 했습니다. 그죠. 그럴 필요 없다는 데 동의합니다. 전체 문장의 의미가 퇴색되니까요. 다만, 마치 소설의 복선처럼, 주위를 둘러싼 것들이 새삼스러울 때가 있어요. 그런 걸 발견하면 즐거워지네요.
최근에도 그런 발견이 있었습니다. 길을 오가다가 비가 왔고 허겁지겁 실내로 들어가 보니 카페더군요. 창에 앉아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문득 이 창의 시스템이 궁금해지 더라고요. 개폐되지 않는 통창 유리고 액자를 10배 확대한 것 같은 단순한 생김새였답니다. 그리고 보통 통창 유리는 모서리 부분이 비에 맞아 때가 끼기 마련이어서요. 근데 창밖에 유리창을 잡고 있는 하단 창틀이 모서리 부분만 꺾여져 있어 비가 들이칠 수 없더랍니다. 갑자기 건축가의 세심한 배려가 눈에 보여 온통 물로 젖은 바지는 에어컨 바람에 시리기 시작했습니다만 마음은 따뜻해졌습니다. 건축이란 조형 디테일의 총체고 배려가 묻어나면 좋은 건축이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요.
혹자는 도시가 투박한 상자 형태 건물들의 집합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물은 다를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숨겨진 ‘좋은 건축’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짧담] :《잡담》브런치 오리지널 콘텐츠
WRITTEN BY
프로잡담러 P | PS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