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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담 Nov 23. 2022

하라던 설계는 안 하더니 - 잡담 동문 인터뷰 (1)

19호_건축과 여행_잡담의 잡담

* 본 인터뷰는 [잡담] 2022년 여름/가을 특별호 "건축과 여행" 에 수록되었으며, 브런치에 약간의 편집을 거쳐 총 3편으로 연재됩니다.


작성자 : 프로잡담러 T

참여자 : 현(H), 서(J), 이(A), 김(S), 김(I), 이(Z), 최(H)

*구분의 편의를 위해 현(H1), 최(H2)로 지칭



0. 들어가며

[잡담]에 합류하던 때부터, 저는 항상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지원서에 제출한 기획에도 설문조사나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모아보겠다는 내용이 담겨있었어요. 마침 [잡담]이 5주년을 맞이했고, “하라는 설계는 안 하고”라는 슬로건에 충실한 기획을 준비해봤습니다. 2017년 가을부터 지금까지 [잡담]을 만들고 가꿔온 ‘선배 잡담러’를 만나봅니다.


여름 방학 동안 세 번의 인터뷰가 있었고, 총 일곱 분의 ‘선배 잡담러’를 만났습니다. 본문의 구성과 읽으시는 분들의 편의를 위해 실제 글의 흐름과 인터뷰 진행의 흐름은 같지 않습니다.



1. 누구세요?


T :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먼저 소개를 간단하게 부탁드린다. 잡담에서 언제 활동했는지, 어떤 직책을 맡았는지 알려달라.


1) 창립 멤버들과 버림받은 신도

A : 세 명의 친구들(H1, J 외 1명)과 함께 [잡담]을 만들고 초대 편집장을 맡았다.

J : 2대 편집장을 맡았다.

H1 : 여기랑 다 동기다. 나는 에디터로만 활동했다.


A : H1더러 우리는 ‘현 팀장님’이라고 불렀다. 직책은 없는데 뭐든 해결해줬다.

T : 노예 아닌가?

A : 프리 롤. 다른 사람이 못 보는 걸 캐치하고 알려줄 수 있는.

T : 아하.


S : [잡담] 두 번째 호부터 참여해서 디자인 팀장까지 맡았다.

I : 선배들의 꾐에 넘어가 막내로 들어왔었는데, 어느새 다 날 버리고 떠났다. 휴학 끝날 때쯤 연락이 와서 편집장까지 해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21년도에 편집장과 4학년 학기를 병행했다. 지금은 졸전을 준비하고 있다.


2) 처음엔 전공이 아니었지만

Z : 5, 6호에 에디터로 참여했다. 초기 멤버들과 학교도 다른데, 나는 건축 전공도 아니었다.

T : 무슨 전공이었나.

Z ; 실내건축(구 주거환경) 전공이었다. 지금은 런던에 유학을 왔다. (AA School, 영국 건축협회 건축학교)


3) 분명히 Be 대면이었는데

H2 : 9호부터 1년 동안 활동했다. 에디팅팀장까지 했었다.

T : 그럼 온라인 활동을 주로 했겠다.

H2 : 그렇다. 9호가 나오자마자 코로나 사태가 번지고, 도저히 대면 활동을 진행할 수 없게 되어 중간에 활동 방식에 변화를 맞이했다.



2. 어쩌다 [잡담] 같은 걸 하셨어요?

H1 : A가 먼저 물어봤다. 그때 중국집에서 짬뽕을 먹으면서.

A : 난 짬뽕밥.

H1 : “잡지를 하나 만들어 보려고 하는데, 재밌게 해보자.” 그래서 두 명이선 힘드니 적어도 네 명을 모으자고 했다. 당시엔 이름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T : 왜 하필 잡지였는지 궁금하다.

A : ‘난 설계는 죽어도 못 하겠다.’라는 결심을 하게 됐다. 그러고 나니 학회처럼 건축학을 공부하거나 글을 쓰는 모임을 만들고 싶었다. 어차피 학생들이 만드니 일부러 키치(Kitsch)한 B급 감성을 지향해보자.


T : 부족함을 매력으로?

A : 그렇다. 물론 예산 문제도 있었지만, 규칙이 생기고 틀이 잡히면 오히려 할 수 있는 일에 제약이 생길 수 있으니, 날 것을 보여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하던 때에 비하면 지금 [잡담]은 완전히 바뀌어서 훨씬 세련되고 멋있다.


T : 그래도 [잡담] 로고는 처음부터 멋있다고 생각했다.

A : 로고는 어머니께서 붓글씨를 직접 써주셨다. 서예를 취미로 하셔서.


J : 나는 당시에 사회복무 중이었다. 낮엔 일하고 저녁엔 회의하거나 글을 썼다.

T : 21세기식 주경야독인가.

J : 그런 셈인데, 오히려 학교에 다니는 것보다 훨씬 규칙적인 일과를 유지할 수 있어서 [잡담] 작업을 할 땐 도움이 되었다.


T : [잡담]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정해진 건지 궁금하다.

J : 카페에서 이름을 정하자고 할 때, 일단 아무 단어나 던지며 브레인스토밍했다.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건축, 설계 얘기를 담아보자.

A : 작업실에서 설계 안 하고 밤새면서 했던 얘기들이 지면에 담기는 장면을 상상했다. “하라는 설계는 안 하고” 그냥 잡담하듯, 건축에 관한 신변잡기를 풀어놓는. 그렇게 주제가 먼저 정해지고, [잡담]이라는 이름은 나중에 붙었다.


T : 그럼 “하라는 설계는 안 하고”라는 부제가 사실 본체였나.

A : 그런 셈이다.

S : 난 잡담이 건축 잡지인지 모르고 들어왔다. 분명히 처음엔 쓰고 싶은 건 다 써도 된다더니 아니더라.


T : 취업 사기를 당하셨다.

S : 3학년이 끝나고 휴학 중에 시작했는데, 4학년이 되어서도 하고 있었다.

I : 난 A의 카리스마에 현혹되어 들어왔다.

T : 잡담이 혹시 다단계나 종교단체인가, 파도 파도 괴담만 나온다.


Z : 나는 ‘대학 가면 다 괜찮아진다’라는 말에 배신당한 뒤 이런저런 강의를 찾다 한국 건축사 강의를 듣고 건축에 관심이 생긴 상태였다. 그땐 동양인, 한국인으로서 그리스 등 서양 문물을 먼저 배우는 것에 반발심리가 자극되었고, 거기서 얻은 문제의식이 잡담의 첫 글 주제로도 이어진 것 같다.

T : 그럼 잡담 활동 과정에서 더 건축에 깊이 빠져들었겠다.

Z : 그렇다. 언젠가 한국 건축 관련 세미나에 참석했는데, 거기서 만난 친구의 지인이 A였다. 이후에 [잡담]의 실물을 접하고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굳혔다. 이렇게 열정적으로 건축을 공부하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구나, 싶었다.


T : 잡담 초기엔 규모가 작기도 했지만, 시작이 교내 동아리였지 않나, 어울리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Z : 학교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글 잘 쓰는 사람도 많았고, 분위기도 좋았다.


A : 뛰어난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다. 1호가 만들어질 때도 네 명으론 할 수 없는 일을 도와준 사람들이 많았고, 굳이 물이 고이게 둘 필요가 없었다.

T : 그림을 어디까지 그려둔 건가.

A : 아무것도 안 그렸다. 그냥 “우리 모여서 이러고 노니까 즐겁네. 더 많이 모여서 놀면 더 재밌겠지?” 정도의 생각뿐이었다.


A : 사실 이렇게 오래 갈지도 몰랐다. 우리끼리 ‘올해만 하고 폐간하자’같은 농담도 했다. 아직도 뜻을 같이한 사람들이 계속 이어주고 있다는 게 감사하다. 혹시 지금도 학업과 병행하는 ‘잡담러’가 있나?

T : 지금은 휴학하며 활동하시는 분이 많다.

H2 : 나는 휴학, 유학 다 하고 돌아와서 학교도 다니며 활동했다.

T : 힘들었을 텐데.

H2 : 대가 없이 하는 활동이 오히려 정말 좋아해야 할 수 있는 일이지 않나. 내게 [잡담] 활동은 학기 중 취미이자 탈출구가 되었다. 글을 쓰면서도 쉴 수 있는 느낌이었다.


T : 글을 쓸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되었나.

H2 : 건축하면서 글을 쓰는 사람은 흔치 않다. 그런데 소위 ‘스타 학생’ 같은, 동기 사이에서도 존경받는 친구를 보면 다 글을 쓰더라. 글을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로, 필요성을 느껴서 쓴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학기 중에 설계 프로젝트를 정신없이 하다 보면 내 상황이나 작업 내용을 잃어버릴 때가 있지 않나, 글을 쓰면서 계속 현재 진도를 정리하고, 가닥을 잡아가는 일이 필요했다.


T : 발표를 위한 시각화 이전에,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며 놓치는 것이 없게 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도 있겠다.

H2 : 그렇다. 잘하는 친구들은 하나같이 그러는 걸 보고 ‘진심이 되면 다 연결되는구나.’ 싶었다.


T : 매체에 상관없이?

H2 : 아이디어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맥락에서, 글이나 다른 작업이 뗄 수 있는 일이 아니구나 싶었다.




*'하라던 설계는 안 하더니 - 잡담 동문 인터뷰 (2)' 에서 계속-



  


하라던 설계는 안 하더니 - 잡담 동문 인터뷰 (1)

[잡담] 2022 여름/가을 특별호 "건축과 여행" 수록

WRITTEN BY

프로잡담러 T | 김준우 | agk123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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