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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shlee Apr 28. 2018

제주의 음식 10 각재기국

열셋. 비릿한 등푸른생선의 단백한 맑은국변신

제주에는 육지에서는 볼수 없는 다양한 국이 오랜시간 식탁을 지켜왔다.

자연재해가 많았던 섬에서 한정된 재료로 여럿이 끼니를 때우려니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음식문화다.

밥은 양푼에 담아 같이 먹으면서 국 사발은 저마다 따로 받았다.

단순하지만 자연의 신선함을 그대로 간직한 제주의 생선국은 과한 양념이나 인스턴트 음식이 넘쳐나는 요즈음에 오히려 웰빙 음식으로 재평가 받고 있다.


여름에 먹는 성게국과 겨울국인 몸국과 옥돔국, 멜국도 있지만 봄과 가을에 먹는 각재기국, 갈칫국이 제주 음식 문화는 심심하고 단순하다는 말을 듣게 하는 어쩌면 가장 제주스러운 향토음식이 아닐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등푸른 생선이라하면 고등어를 떠올릴것이다.

하지만 고등어에 비해 맛이나 영양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생선인 전갱이는 고등어만큼 알려지지 않았다.

전갱이는 여러 지역에 따라 많은 방언을 가지고 있는데 남해안 지방에서는 전광어라고도 불리며, 전북, 여수, 통영 지역에서는 매가리, 완도에선 가라지, 전남 함평에선 매생이, 제주에서는 각쟁이로 다양하게 불린다.

각재기(전갱이)

각재기는 고등어와 비슷하게 생겼다.

등 쪽은 암녹색을 띠고, 배 쪽은 은백색이 돈다.

옆줄 뒷부분에는 방패비늘(모비늘)이라고 하는 황색의 특별한 비늘이 줄지어 있다.

난류성 어류로 우리나라에서는 봄, 여름에 떼를 지어 북쪽으로 이동하다가 가을철 이후 남쪽 바다로 내려오는 회유를 한다.

玆山魚譜자산어보에는 전갱이가 가벽어, 가고도어라 하여 가짜 고등어라고 했으며, 맛이 짙어 고등어보다 좋다고 기록돼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등어를 좋아하지만, 일본 사람들은 고등어보다 전갱이를 더 선호한다.

전갱이의 일본 이름은 あじ 아지인데, 이것은 맛이라는 뜻으로 맛있는 생선이라는 불린다.

초밥을 좋아하는 일본 사람들에게 최고의 초밥 재료로 등 푸른 생선이자 붉은 살 생선인 다랑어, 방어, 전갱이가 많이 이용되는데 지역에 따라 다랑어보다 전갱이를 초밥과 생선회의 가장 맛있는 재료로 꼽는 곳이 더 많다고 알려져 있다.

초밥 왼쪽부터 いわし정어리 あじ각재기 こはだ전어

내륙에 비해 각재기는 제주사람들에게는 친숙한 생선이고 예로부터 즐겨 먹어온 토속 음식으로 봄에 올라온 배추를 넣고 끓인 각재기국은 맛이 최고라고 한다.

각재기국은 각재기(전갱이)와 배추를 넣고 시원하게 끓여내 재료 본연에서 나오는 맛을 극대화시킨 국이다.

특히 봄에 올라온 배추를 넣고 끓이면 그 맛이 일품이다.

별 다른 조미료나 양념 없이 된장국에 각재기를 넣고 푹 끓이는 게 요령이면 요령이다.

제주에선 바다에서 나는 모든 생선이 국 재료가 되지만 각재기 만큼 시원한 맛을 내는 생선은 그리 많지 않다.

제주시내에서 각재기국을 하는 음식점은 많다.

그중 몇곳을 꼽자면 어린 시절 음식을 만드시던 어머니의 정성을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강영채 할아방이 끓여내는 돌하르방식당의 각재기국, 외에도 장대국, 멜국등 국요리로 유명한 정성듬뿍 제주국의 그것과, 신제주 연동에 위치한 앞뱅디식당의 그것이다.

돌하르방식당은 최근에 개보수를 해서 깨끗해졌지만 그전까지는 허름한 건물에 입구도 초라했다.

각재기국 속에 사철 살결이 다른 배추를 넣어 싱싱한 맛을 우려낸다.

연한 놈은 약하게, 억센 놈은 세게 익혀낸다.

순리를 터득한 주인의 비결이다.

여름철에는 다소 짠 듯하게, 겨울에는 싱겁게 끓여낸다고 한다.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는 우리 몸이 소금기를 요구하는 이치를 노인장은 잘 알고 있다.

계절의 변화를 담아낸 이 집의 각제기국 속에서 봄이면 꽃이 피고, 가을이면 낙엽이 진다.

아침부터 이 집 각재기국 맛에 빠진 넥타이 부대, 택시기사들이 꾸역꾸역 몰려든다.

토실토실하게 살이 오른 전갱이와 배추 잎을 넣고 구수하게 끓인 국으로 갈칫국보다 기름져 보이나 맛은 담백하다.

주인 할아방 혼자 아침에 시장을 봐온 후 직접 손질하고 기다리는 손님들 순서대로 각재기국을 내준다.

매일 새벽시장에서 물 좋은 각제기를 선별해 재료 아끼지 않고 푸짐하게 내놓으니 ‘음식과 인정에 한번 맛을 들이면 늘 기다려서 먹어야 하는 줄 뻔히 알면서도 다시 찾게 된다’는 것이 한 단골의 행복한 푸념이다.

각제기국에는 멸치젓과 한치무침, 촐래 등이 딸려 나온다.

촐래는 자리젓에 깍둑깍둑 썬 무를 넣고 바특하게 끓인 제주도식 쌈장으로 배추 잎에 밥 한 덩이 올리고 간간한 촐래 반 숟가락 올려 싸 먹는 맛은 이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이다.

여기에 곁들이는 멜젓(큰 멸치 젓갈)이나 생선구이 등 모든 게 투박해 보이지만 제주도의 토속적인 미각을 느낄 수 있는 집이다.

오래 전부터 제주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돌하르방 식당의 제주다운 맛은 이제 전국적으로 소문이 나서 이 식당에서 식사 한 끼 하려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다.

이런 인기의 비결은 제주다운 독특한 정서와 신선한 맛에 있다.

팔순이 넘은 주인장은 지금도 매일 아침 직접 시장을 보고 신선한 물건이 아니면 상에 내놓지 않는다.

그리고 메인인 고등어회와 각재기국은 다른 누구에게도 맡기지 않고 손수 음식을 만든다.

식당 영업시간도 오전 10 시에서 오후 3시까지.

인기 많은 식당이니 욕심을 낼만도 하 건만 자신의 체력이 닿는 시간만 일을 하기 위함이니 요즘 같은 시대에 보기 드문 식당임에 분명하다.

맛 또한 보기 드문 참맛인 게 당연하다.

이제는 미디어 노출이 잦아서 유명해진 정성듬뿍 제주국은 관덕정근처에 위치해 홀로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곳도 5~6년 전만해도 현지인 위주의 식당이었다.

당시 이곳을 찾으면 손님들과 주인장과의 대화를 통해 자연스레 알수 있던 곳이다.

그 근처 토박이들은 시원한 국물을 자주 찾아들었다.

아침이나 점심 때는 장대국이나 각재기국을 찾는 이가 많고, 저녁에는 술안주로 제격인 멜튀김이나 멜무침을 주문하는 사람이 는다.

각재기국은 왠지 기름질 것 같지만, 딱 적당한 기름기에 배춧잎 등이 어우러져 뜨끈한 국물이 속풀이에 제격이다.

장대국에는 겉은 분홍빛이 돌고 속살은 하얀 흰살 생선 장대가 한 마리 통째로 들어간다.

채 썬 무가 듬뿍 들어 있고, 대파 정도가 더해져 있다.

국물을 한번 들이켜면 "시~원하다"는 말을 연발하게 된다.

구 도심권에 비해 20년 전 새로운 주거지로 형성된 신제주 연동에 위치한 앞뱅디식당은 일찌감치 리모델링을통해 신제주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멜국 각재기국 그리고 멜조림이 유명한데 각재기국을 하는 집의 특징이라고 할 수도 있을 듯하게 반찬은 대충 밭에서 뜯어온 듯한 느낌의 봄동배추와 강된장이 나온다.

거기에 잘 구운 고등어구이가 똭.

각재기조림은 약간 달달한 듯 하면서도 감칠맛과 각재기에서 우러나온 생선의 깊은 맛이 살아있다.

각재기국은 멜국에 비해 투박한 국물이고 같은 베이스의 육수이지만 깊고 투박한 감칠맛이 있다고 해야하나?  

이 집도 나름의 내공이 느껴지는 각재기국을 선보인다.

마늘향이 솔솔~

조그만 , 신선한 각재기두마리에 얼갈이배추와 마늘향의 조화가 아주 좋다

전혀 비리지 않고 담백하고 구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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