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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shlee Jul 21. 2018

음식문화 I 맛 있는 이야기 둘, 민어

; 묵직한 복날임에 관하여

伏복.

24절기중 하지 후 十干십간(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의 庚日이

세 번째 돌아 오는날을 초복으로

네 번째 경일이 중복으로

입추후 첫경일을 말복으로 초복에서 말복까지가 보통 한달간이다.

복날이 왔다.

아침부터 부엌은 바쁘게 움직인다.

서민들은 한여름 햇볕에 온도가 올라가 달궈지기 전 회백토가 깔린 앞마당에 가마솥을 얹고 불을 지핀다.

班家반가의 부엌이 딸린 안채의 앞마당에도 분주히 움직인다.

서민들의 가마솥에는 보신탕, 추어탕이 끊고, 반가의 그것에는 육개장, 삼계탕, 임자수탕(개성)이 끊는다.

행세께나 한다는 집안에서는 민어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按史記 秦德公二年 初作伏祀 안사기 진덕공2년 초작복사

磔狗四門以禦蟲災 책구사뭄이어충재

磔狗卽伏日 故事 즉구즉복일 고사

而今俗因爲 三伏佳饌 이금속인위 삼복가

- 東國歲時記 동국세시기


사기(중국전한, 사마천이 상고시대~한나라의 중국과 주변민족의 역사를 포괄하여 저술한 통사)에 이르기를 진덕공 2년(BCE676)에 처음으로 삼복 제사를 지냈다

성안사대문에서 개를 잡아 충재를 막았다고 했다

그래 개 잡는 일이 복날의 옛 행사였고

오늘날에도 개장을 삼복중에 가장 좋은 음식으로 친다

궁중이나 경제력을 갖춘 양반들은 소고기를 넣은 장국을 뜨끈하게 끓여 먹거나 닭에 갖가지 몸에 이로운 한약재를 넣고 달여낸 삼계탕을 먹어 기운을 북돋우고 단백질을 공급받았지만 일반 서민들에게는 지나치게 비싼 음식이었다.

소는 평생의 생업인 농사를 위한 농기구로 떠받들어도 모자란 판이었으니 소를 잡아 그 고기를 넉넉하게 넣고 끓여먹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같은 닭을 끓여도 백숙이라 하여 물과 닭만 넣고 푹 삶은 탕을 먹었던 서민들은 이나마도 달걀을 낳아 소득을 올려줄 닭이라는 비싼 재료를 사용한 음식이기에 특별한 날 큰마음을 먹지 않는 한, 함부로 접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온 동네에 비교적 많은 개체수가 확보되어 있고, 한 번에 여러 마리의 새끼를 수시로 낳으며, 훔쳐갈 만한 물건 없이 빡빡하게 사는 삶 속에 도둑을 지킨다는 기능이 크게 와 닿지 않았던 개의 존재는 쉽게 구할 수 있는 단백질 공급원으로 생각되었을 것이다.

하물며 하루에 두 끼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조선시대에, 그 두 끼마저 제대로 먹지 못하는 곤궁한 삶을 살았던 우리네 조상님들이 여름을 버텨내기 위해 개장국을 먹었던 것은 쉽게 손가락질하듯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 것이다.

분명 조선시대에 개장국이 최고의 여름 복달임 음식은 아니었다는것을 알수 있다.

초입에서 잠시 이야기한 조선시대 궁중과 알려진 양반가에서는 복달임음식으로 민어를 사용한 탕이나 찜을 최고로 쳤다.

그래 복달임음식으로 민어는 일품, 도미는 이품, 개장국은 삼품이라는 말이 내려오는것 같다.


분홍빛이 감도는 뽀얀 흰색의 민어회.

도톰하게 썬 민어살을 젓가락으로 집어 들면 바로 탱탱한 탄력이 느껴진다.

자세히 보니 살 속에 하얗게 기름이 끼어있다.

탄탄하면서도 말랑말랑 부드러운 식감은 도미나 광어와는 확연히 다르다.

비린내도 거의 없어 인절미를 씹는 듯했다.

살짝 회색빛이 돌면서 반투명한 등살은 담백하지만 쫄깃하다.

뱃살과 등살 사이 중뱃살은 뱃살보다 덜 기름지지만 등살처럼 쫄깃한 게 둘을 섞은 듯한 맛이다.

운동량이 많은 꼬리·지느러미 부근은 탄력이 강하고, 한가운데는 부드럽다.

최고는 단연 부레와 껍질이다.

부레는 부드러운 부분과 질긴 부분이 붙어 있는데 부드러운 부분은 입에 넣으면 체온만으로도 살살 녹고 질긴 부분은 씹을수록 고소하다.

끓는물로 살짝 데친 껍질은 쫄깃쫄깃한 식감이 좋다.

2008년 김래원이 주연한 식객이라는 TV드라마에서 부레로 순대를 만드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에서 민어부레순대가 나오는 부분이 있다.

실제로 김래원은 먹다 뱉아버렸다고 한다.

이유는 제작진이 드라마처럼 큰 민어부레를 구할 수 없어 제작진이 돼지곱창, 함초열매, 성게 등을 섞어 그럴싸하게 만들었기때문이다.

어교(魚膠)순대라고도 하는 민어부레순대는 민어의 부레에 소고기와 표고버섯, 숙주·당근·파 등 갖은 채소를 잘게 다져서 채워넣은 다음 냉동실에 얼린다. 속까지 꽝꽝 얼리면 안되고, 부레가 딱딱해질 정도라야 한다.

적당히 얼면 식칼로 부레순대를 한입 크기로 썬다. 부레순대는 쪄서 익힌 다음 자르지 않고, 잘라서 찐다

부레순대는 쪄낸 다음에는 자를 수가 없다.

부레가 거의 100% 콜라겐 덩어리어서 뜨거운 열을 오래 가하면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리기때문이다.

겉보기엔 평범한 돼지 내장을 채워 만든 순대처럼 보이지만 말랑하고 쫄깃한 부레와 속의 환상적인 조화는 돼지순대와는 전혀 다른 맛을 보인다.

실제 부레순대는 가격을 정하기가 어려워 맛볼수 있는곳이 많지 않다.

민어조림은 여타의 생선조림과 같다.

큼직하고 납작하게 썬 무를 넉넉히 냄비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생선을 올리고, 간장·고춧가루를 기본으로 달콤짭쪼름하게 간 한 양념을 넉넉히 끼얹는다.

센불에 올리고 살이 부드럽게 하지만 퍽퍽하지 않을 정도로 익히면 끝이다.

젓가락으로 몸통을 갈라 살점을 큼직하게 떼 내 들어올리면 기름이 잔뜩 오른 제철 민어는 살이 퍽퍽하지 않고 차지다.

서울식 민어탕에는 민어 육수와 소고기 육수가 섞인다.

채 썬 소고기와 도톰하게 썬 무를 다진 파와 마늘, 설탕, 고추장에 버무린다.

이것을 냄비에 볶다가 쌀뜨물을 부어 무가 무르도록 익힌다.

국물이 끓으면 손질한 민어와 파, 미나리를 넣고 국물이 너무 탁하지 않게 끓여냉다.

민어탕은 민어 기름이 떠 있지만 걷어내지는 않는다.

커다란 사발에 민어 한 토막, 잘게 썬 부레 서너 점을 담고 국물을 부으면서 민어 살과 뼈에서 흥건하게 우러난 기름을 반드시 같이 담아냄다.

민어뼈에서 우러난 깊은맛에 고기 맛까지 더해진 진한 감칠맛은 잊을수 없는 어머니의 맛이다.

민어탕이 그러하듯 적 또한 민어와 소고기가 함께 어울어진다.

고기와 생선을 꼬챙이에 번갈아 꿰어 불에 굽거나 지짐판에 지지는 방식의 구이를 사슬적이라 하는데 사슬적에 쓰는 생선은 민어, 농어, 도미, 대구 등으로 주로 흰살생선이다.

사슬적은 고기와 흰살생선을 따로따로 양념해 익히므로 조리하는 데 손질이 많이 가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음식이다. 그러나 모양과 맛이 보기 좋고 식감도 부드러워 소화력이 약한 사람에게 좋다.


민어는 다금바리 민鰵자로 쓰거나 丁若銓정약전의 玆山魚譜자산어보에서는 참조기 면자를 써서 鮸魚면어라 칭했고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民魚민어는 속명으로 칭했다.

한자에서 볼수 있듯이 다금바리나, 조기는 모두 민어과에 속하는 생선임을 감안한다면 아마도 백성 민자를 쓰는것은 쉽게 부르던 이름이었을것 같다.

허균은 屠門大爵도문대작을 보면 물고기 중에서 흔한 것은 민어, 조기(石首魚), 밴댕이(蘇魚), 낙지(絡締), 준치(眞魚)등으로서 서해 곳곳에서 나는데 모두 맛이 좋다라고 적혀있다.

하지만 그 흔한 물고기가 복달임의 일품요리로 비싸고 귀한 대접을 받았을까.

민어는 서남해에서 많이 났던 만큼 서남해권 백성들에게는 흔한 생선이었지만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먼거리를 수송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에 한양(수도권)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는 사대부들에게만 제한적으로 공급되었던것이 그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민어는 여름에 산란하려고 태평양에서 신안 앞바다로 회귀한다.

초복 무렵부터 특유의 울음보가 터지는데 6월 말부터 8월 말까지가 제철이다.


전국 최고의 민어 집산지 신안군에서도 임자도와 증도는 그 중심지다.

증도 어부는 민어 고르는 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살을 눌러봐서 원래대로 돌아오는 속도가 빠를수록 신선하고 탱탱한 놈이고 대부분의 생선이 그러하듯 아가미 색깔이 빨갛고 눈빛이 선명해야 하며 최소한 5kg 이상 되는 수놈으로 골라야 하는데 그 이유는 알 밴 암놈은 살이 적고 기름기가 빠져서 맛이 덜하기 때문이다.


신안군의 민어는 목포로 집결되다보니 목포에는 오랜 민어음식점이 있다.

너무도 유명한 목포시 중앙동의 영란횟집.

시인 안도현의 시집 간절하게 참 철없이에 나오는 민어회라는 시가 있다.


집에서 멀리 나가 혼자 어둑하게 누워 있고 싶을 때가 있다

당신은 나를 찾아 눈에 불을 켜고 밤 등대처럼 울지 모르겠으나, 나는 곧장 목포 유달산 밑으로 가서 영란횟집 계산대 앞에 민어 한 마리로 누워 있겠다 벗겨 손질한 껍질 옆에다 소금 종지를 두고 내장을 냄비에 끓여 미나리도 반드시 몇가닥 얹겠다

혹여 전화하지 마라 올 테면 연분홍 살을 뜨는 칼처럼 오라 바다의 무릉도원에서 딴 복사꽃을 살의 갈피마다 켜켜이 끼워둘 것이니때로 살다가 저며내고 발라내야 할 것들 때문에 뼈는 아리지 그래도 오로지 뼈만이 폭풍 속에 화석을 새겨넣지.

그러므로 당신은 울지 마라 소주병처럼 속을 다 비워낸 뒤에야 바닷가 언덕에 서서 호이호이 울어라

이집은 전국 식도락가들에게 민어회로 유명해진 것도 바로 식칼로 뭉텅뭉텅 썰어준 때문이었다.

막걸리식초로 만든 초장 맛도 일품이다.

예약을 하고 찾아가면 적절하게 숙성시킨 민어를 준비해 회를 떠내고, 껍질과 부레, 지느러미살은 기름소금에 무쳐낸다.

머리와 뼈로는 매운탕이나 맑은 탕을 끓여낸다.

이집 민어 맛의 비결은 막걸리를 삭혀 만든 식초와 참기름과 깨, 생강을 넣어 직접 만든 된장양념에 있다.

영란은 2대 사장님의 이름을 어머니인 1대 사장님이 딴 것이다.


신안이나 목포에 결코 밀리지 않는 집이 인천에 버티고 있다.

경남횟집.

인천 신포시장 골목골목에는 오래된 민어식당들이 자리하고 있다.

주로 전남 신안에서 가져온 씨알 굵은 민어를 나누어 판매한다.

그중 신포국제시장 끝자락에 위치한 경남횟집은 시장 내에서도 민어 요리로 으뜸가는 곳이다.

경남횟집은 깍둑썰기를 한 듯 두툼한 민어회를 내오는 곳이다.

도톰한 민어회부터 꼬들꼬들한 껍질은 물론이고 귀하다는 부레도 맛볼 수 있다.

부레는 소금 양념에 찍어 고소하게 즐긴다.

특히 양념이 제대로 밴 민어조림은 칼칼하면서도 감칠맛이 올라 아주 제대로다.

경남횟집이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 까닭은 민어탕에 있다.

민어의 크고 두꺼운 뼈를 오랜 시간 고아 진한 국물을 내는 맑은탕.

인천 중구 우현로49번길 25,

서울의 민어 전통강호 청계천민어집, 목포자매집, 노들강등이 있지만 목포자매집을 열었던 두분중 한분이 새롭게 문을 열어 서울장안의 손가락 안으로 들어온

팔판동 병우네.

2010년 4월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문을 연 병우네는 목포에서 직송한 민어를 사계절 주력 메뉴로 삼은 몇 안 되는 도심 속 명소다

점심으로 먹으려면 아침 일찍부터 준비해야 하므로 아예 하루 전에 예약하는 게 좋다.

이곳은 소고기 육수를 섞지 않은 남도식 탕을 맛볼수 있다.

조 사장은 28년 전 전남 목포에서 일식집을 하며 민어와 연을 맺었다.

2005년 상경해 역삼동에 ‘목포자매집’을 내며 서울에 민어를 제대로 소개하기 시작했다.

목포 출신이어서 그곳 자연산 민어를 산지 직송으로 공급받는 게 맛의 비결이다.

냉장고 대신 아이스박스에서 2~3일 저온 숙성해 쫄깃한 맛을 배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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