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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shlee Feb 17. 2018

음식문화 I 맛 있는 이야기 하나, 설날과 떡국

; 나이와 함께 먹어왔던 음식

설날의 설이 언제 어디에서 유래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으나 순 우리 말이다. 

여러가지 어원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그 중 재미있어 보이는 설은 한살 나이가 더 먹는 것에 대한 슬픔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오늘날 섧다는 슬프다는 의미.

한 살 더 먹는다는 것이 서글프다는 해석이 된다.


元日원일, 歲首세수, 年始연시, 年頭연두라고 씌이는 설은 한자 그대로 모두 한 해의 첫날을 이야기 하니 묵은 해를 떨쳐 버리고 새해를 맞는 날이라는 의미가 될것이다.

풍성한 가을 수확 뒤에 오는 기쁜 마음으로 즐기는 일종의 파티였던 추석과 비교해 설은 오히려 가을의 풍성한 수확을 기원하는 날이기 때문에 경건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해야 한다는 주장에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添歲餠 첨병세, 떡국을 먹어야 한살을 먹는다.


떡을 넣고 끓인 탕을 병탕이라 불렀고, 나이를 물을 때 병탕 몇 사발 먹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특히 설날에 먹는 떡국을 한자로 添歲餠첨세병이라 불렀는데, 이것은 나이를 더해주는 음식이라는 의미다.

새해의 시작인 만큼 엄숙하고 청결해야 하는 의미에서 떡국을 먹는 전통이 생긴 것으로 짐작된다.


떡국에는 우리 민족의 원대한 소망이 녹아 있다.

떡국에 들어가는 가래떡은 무병장수와 풍요를 기원했고, 썬 떡의 둥근 모양은 화폐를 형상화하여 재물도 많이 들어오길 바래는 것이라고 한다.

단명과 배고픔을 숙명으로 알고 살았던 우리 조상들의 한과 염원이 담겨 있는 게 바로 떡국이었다. 

떡의 하얀 색깔에는 지난해 안 좋았던 일을 깨끗하게 잊고 새롭게 새해를 시작하자는 뜻이 함축돼 있다. 

흰색을 좋아한 우리 민족과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이 떡국이었다.


떡국은 상고시대 신년 제사 때 먹던 음복 음식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崔南善최남선의 朝鮮常識問答조선상식문답에서 설날에 떡국을 먹는 풍속은 매우 오래된 것으로 상고시대의 신년 제사 때 먹던 飮福음복 음식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하였다.

떡국의 유래를 알 수 있는 역사문헌으로는 東國歲時記동국세시기와 洌陽歲時記열양세시기가 있다. 

이들 책에서 떡국은 정조차례와 세찬에 없으면 안 될 음식으로 설날 아침에 반드시 먹었으며, 손님이 오면 이것을 대접했다고 한다. 


지금은 손쉽게 먹을 수 있지만, 옛날 서민들은 먹기 힘든 음식 중 하나였다. 

불과 30년 전만 하더라도 슈퍼에서 쌀로 만든 떡을 산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쌀로 만든 떡국은 일반인들이 방앗간에 가서 돈을 주고 만들어서 먹었다. 

시중의 떡집에 가서 비싼 돈을 주고도 쌀로만 가공된 떡은 구매하기 힘들었다. 

밀가루와 전분을 주재료로 쌀은 10% 정도만 넣고 만들었다. 

쌀이 없어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던 시절에 떡국은 귀한 대접을 받았다.


정부에서 통일벼 다수확품종을 장려하며 쌀이 과잉 생산돼 재고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1986년 쌀 수백만t이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정부가 수습책으로 밀가루와 전분으로 만들던 떡과 떡볶이를 쌀로 대체하도록 쌀을 밀가루 가격으로 방출했다. 

그 이후로 쌀 가공 떡 기계가 개발되며 떡 가공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했다.  


가래떡이란 떡을 길게 늘여서 뽑아냈다는 뜻의 우리말이다. 

지금은 방앗간에서 길게 뽑아내지만, 원래는 쌀로 밥을 해서 그것을 떡메로 친 다음 다시 그 반죽을 둥글고 길게 밀어서 형태를 완성했다. 

가래떡은 독립 표제어로 사전에 올라 있다. 

가는 원통형으로 길게 뽑아 일정한 길이로 자른 흰떡이 가래떡이다. 

하지만 언론에서도 흔히 사용하는 떡국떡이란 말은 사전에 없다. 

떡국을 끓이기 위해 얇게 어슷썰기 한 가래떡의 조각은 떡국점(點)이라고 한다. 

중부지방 떡만두국

지방에 따라 떡국 스타일도 다르다.

이제는 익숙한 조랭이떡국은 원래 황해도 개성지방의 향토음식이다.

가래떡을 손가락 두마디 크기로 자른 뒤 가운데를 눌러 누에고치 모양으로 만들어 사골·양지 등을 끓여 만드는데 소고기 육수에 함께 끓여 낸다.

쌀 생산지가 부족했던 강원도와 개성편수로 잘 알려진 만두문화가 발달한 중부지방은 떡국에 만두를 넣어 끓인다.

조랭이떡국

이에 비해 충청도에서는 찌지 않고 바로 끓여내는 날떡국(생떡국)을 해먹는다. 

흰떡이 없을 때 만들어 먹는 떡국으로 멥쌀과 찹쌀을 섞어 반죽을 만든 뒤 두껍게 썰어 끓는 육수에 바로 넣는다.

국물을 내는 방식에서 전라도지역은 꿩을 사용해 국물과 고명을 만드는 꿩떡국과 꿩고기 대신 닭을 사용한 닭장떡국을 해먹는다.

여기서 나온 말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다.

꿩떡꾹
닭장떡국
굴떡국

경상지역은 소고기 대신 멸치와 다시마를 우려 내고 여기에 싱싱한 굴과 두부를 넣어 국 떡국을 만든다.

해마다 먹는 떡국이지만 그 의미는 저마다 다를 수 있다. 

한 살 더한 나이의 무게 때문인지 모른다.

많은 귀성객이 골육지정을 나누며 새해 소망을 빌며 설을 보낸다.

우리가 매년 소망을 빌며 나이 한살을 꼽아가는 설날에 함께한 떡구에 대한 이야기로 우리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열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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