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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Oct 01. 2020

일반인문 CL 풍성한 한가위… 송편

; 추석에만 빚지 않았던 송편 이야기

송편 松편 | 명사. 멥쌀가루를 반죽하여 팥, 콩, 밤, 대추, 깨 따위로 소를 넣고 반달이나 모시조개 모양으로 빚어서 솔잎을 깔고 찐 떡. 흔히 추석 때 빚는다.


오늘은 한가위입니다.

어수선산란한 한 해를 보내는 수확의 기쁨을 나누는 날조차 조심, 또 조심해야 하겠죠.

이동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꼭 필요한 움직임으로 한가위를 맞이합니다.


‘8월의 한가운데 또는 가을의 가운데’를 뜻하는 ‘한가위’는 가을의 한가운데에 있는 큰 날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만큼 오곡백과가 익는 계절인 만큼 일 년 중 먹을 것이 가장 풍성한 날로 민족의 최대 명절입니다.


몇해전 추석에는 고유의 명절인 ‘한가위’에 대한 글을 올렸습니다.

https://brunch.co.kr/@architect-shlee/549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

한가위에는 예에 따라 쌀로 술을 빚고 닭을 잡아 요리도 하고, 온갖 과일도 풍성하게 차립니다.

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며 아이부터 어른까지 밤낮 가리지 않고 즐겁게 지냈습니다. 

그래서 밤낮 즐겁게 놀듯이 한평생을 이와 같이 지내고 싶다는 뜻을 담고 있겠죠.


기제사와는 다르게 차례상에 ‘메’가 아닌 ‘송편’이 오릅니다.(설에는 떡국)

물론 제주에서는 설에도 제편, 인절미, 절벽, 소변, 우직(기름떡) 과 함께 송편, 상에 떡이 오르기도 합니다.


메 2 | 명사. 제사 때 신위(神位) 앞에 놓는 밥. / 궁중에서, ‘밥’을 이르던 말.)

기제사 忌祭祀 | 명사. 해마다 사람이 죽은 날에 지내는 제사.


*차례상에 관한 이야기도 작년에 게시 했습니다

https://brunch.co.kr/@architect-shlee/857

조선 후기 東國歲時記 동국세시기 에 보면 송편(松䭏)을 대표적인 추석 음식으로 뽑았습니다.

차례상에는 가장 먼저 수확한 햅쌀로 빚은 오려 송편을 올렸는데, 송편은 송편 안에 넣는 고물인 소의 재료에 따라 콩·팥·깨·꿀·밤 송편 등으로 이름을 달리하였습니다.


‘송편’은 추석을 대표하는 떡이라고 알고 있지만 추석에만 이를빚 어 먹은 것은 아닙니다. 

‘떡타령’이라는 민요에서 2월의 시절 떡으로 ‘송병(松餠, 송편)’을 들고 있는 것을 보면, 적어도 2월에도 ‘송편’을 만들어 먹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정월 보름 달떡이요/ 이월 한식 송병이오/ 삼월 삼진 쑥떡이로다)

팔월의 ‘송편’을 특별히 ‘오례송편(올벼의 쌀로 빚은 송편)’이라 하는 것을 보아도 송편이 추석의 떡만이 아닌 것입니다


작년 팔월에 먹었던 오례송편이 나온다

(‘올벼의 쌀로 만든 송편’이란 제철보다 일찍 여문 벼의 쌀을 가리킵니다.)

다른 사람의 아니꼬운 행동에 속이 뒤집힐 것처럼 비위가 상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얼마나 그 행동이 못마땅하고 눈에 거슬려 불쾌했으면 이미 소화가 다 되어 피가 되고 살이 되었을 송편이 다시 목구멍으로 나온다는 뜻이겠죠.


18세기 이전 문헌에서 송편은 한자어 ‘松餠(송병)’ 으로 찾아 볼 수 있다가 후기에 들어서 ‘숑편’이 보입니다.(譯語類解補역어유해보 30)

하다. ‘松’의 당시 한자음이 ‘숑’이었으며, 무엇보다 떡을 찔 때 ‘솔잎’을 밑에 깔기 때문에  ‘숑편’의 ‘숑’은 한자 ‘松’인 것이 분명합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사전에서는 ‘松’은 쓰고 있는데 ‘편’이라는 한자는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편’을 ‘납작하다’의 뜻의 한자 ‘扁’으로 보고 있지만 떡 이름에 이 글자가 이용될 수 있을지 의심이 갑니다. 

이보다 ‘䭏 (떡편)’으로 보는 편이 무게가 가지만 이는 ‘오주연문장전산고 五洲衍文長箋散稿’라는 책의 ‘동국속자변증설 東國土俗字辨證說’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가 만든 속자(俗字 | 명사. 한자에서, 원래 글자보다 획을 간단하게 하거나 아주 새로 만들어 세간에서 널리 쓰는 글자.)일 가능성이 짙습니다. 

‘떡’을 뜻하는 ‘편’의 어원이 희박해지자, 이를 ‘䭏’이란 새로운 한자를 만들어 부회(傅會 | 명사.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억지로 끌어 붙여 자기에게 유리하게 함.)한 것으로 보입니다.


송편을 찔 때는 예부터 솔잎을 사용하였는데, 준비된 싱싱한 솔잎을 잘 빚은 송편과 함께 쪄 내었습니다. 

쪄내는 방법은 시루에 솔잎을 깔고 송편을 한 줄 놓고 다시 반복하여 여러 겹이 되도록 차곡차곡 놓았습니다. 

이렇게 쪄낸 송편에는 솔잎 향이 배어들어 향긋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향기가 좋고 살균성과 살충성이 있을 뿐 아니라, 인체에 유익한 독특한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나무의 피톤치드에는 테르펜(terpene)으로 통칭되는 다양한 화학 성분들이 복합적으로 들어 있어 이들이 진통·구충·항생·살충·진정 작용 등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솔잎에는 이러한 피톤치드와 테르펜이 다량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송편을 찔 때 자연스럽게 송편에 흡수되어 세균의 근접을 막아 부패를 억제하였던 것입니다.

과학인것이죠.

정성스레 빚은 송편을 차례상에 올리는 내용에서 속담하나를 떠 올릴 수 있습니다.


푼주의 송편이 주발 뚜껑 송편 맛보다 못하다.

이 속담의 뜻은 ‘정성과 사랑이 담기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그릇에 차려진 음식이라도 맛이 없다‘로 음식에는 만든 사람의 정성과 따뜻한 사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놋그릇인 주발보다 사기그릇인 푼주가 더 고급이고 비싼 그릇이지만 담는 그릇의 값어치는 올리는 이의 정성이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겠죠.

푼주 | 명사. 아가리는 넓고 밑은 좁은 너부죽한 사기그릇.

주발 周鉢 | 명사. 놋쇠로 만든 밥그릇. 위가 약간 벌어지고 뚜껑이 있다


모두 같지는 않지만 지역마다 각자의 색을 가진 송편을 빚어왔는데 서울, 경기지역의 송편은 작게 만들어 입에 쏙 들어갑니다. 

강원도는 감자와 도토리가 많이 나오니 송편도 감자녹말과 도토리 가루를 각각 써서 감자송편과 도토리송편을 빚었습니다.

강낭콩을 소로 주로 넣는데, 손자국 모양이 나도록 꾹꾹 눌러서 투박하면서도 먹음직스럽습니다.

전라도는 음식이 풍성하게 발달한 지역답게 송편도 화려한데, 치자·쑥·송기·포도즙·오미자즙 따위를 넣고 알록달록하고 꽃 모양으로 빚어서 ‘꽃송편’ ‘매화송편’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모시 이파리를 넣은 모시잎송편은 전남 영광·고흥 등에서 먹어온 송편인데 모시잎에 철분이 많아서 골다공증을 예방해준다고 소문이 나 지금은 전국적으로 인기가 많습니다.

충청도는 늙은호박을 썰어서 말렸다가 가루로 만들거나 찐 호박을 으깨 멥쌀가루와 섞어 반죽해서 호박 모양으로 송편을 빚은 호박송편이 유명합니다. 

제주도는 특이하게 송편이 둥그렇고 납작한 비행접시 모양이고 소로는 완두콩을 넣습니다. 

COVID-19로 귀성도 포기하고 어느때보다 조용한 한가위를 보내고 있는 지금, 코로나19 상황에서 일상으로의 빠른 회복이 되기를 기원하는 시간이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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