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분에 먹거리
어제는 여름과 가을이 갈리는 추분이었죠.
추분은 여름이 가고 완연한 가을이 왔음을 알리는 절기입니다.
잔잔한 바람도 있고 그늘에선 뜨거운 한여름을 입게 하지만 아직 낮 더위는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추분과 반대인 계절의 마디인 춘분과 비교해보면, 모두 밤낮의 길이가 같은 시기지만 기온을 비교해보면 여름의 더위가 아직 남아 있는 추분이 약 10도 정도가 높습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추분이 지나면 우렛소리 멈추고 벌레가 숨는다
벌레들이 월동준비를 하고 한여름의 갑작스런 일기변화로 치는 천둥번개가 사그라든다는 이야기입니다.
추분을 즈음하여 논밭의 곡식을 거두어들이고 목화를 따고 고추도 따서 말리며 그 밖에도 잡다한 가을걷이 일이 있습니다.
수확한 곡물들은 무더위에 잃어버린 입맛과 지친 체력을 보충하는 9월의 먹거리는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이 더 그윽하게 배어 나와 입맛을 돋웁니다.
호박고지, 박고지, 깻잎, 고구마순, 토란, 단감, 표고버섯까지, 거기에 산채를 말려 묵나물을 준비하기도 하며 식탁 위는 연일 풍년이 됩니다.
뿐만 아니라 추분에는 국가에서 수명장수를 기원하기 위해 서울의 남교에 있던 제단에서 남극노인에게 노인성제(老人星祭)를 지냈습니다.
1763년 고구마, 1824년 감자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전까지 탄수화물과 단백질 공급원이었던 토란(土卵)은 땅에서 자라는 알이라고 하여, 영양이 가득 차 있는 가을의 보배로 손꼽혀, 감자보다 쫄깃하고 부드러운 토란은 조림으로 알알이 먹어도 맛있지만, 찜이나 탕에 넣으면 국물에 깊은 맛이 더해 집니다.
표고버섯은 향과 맛이 좋아 각종 요리에 빠지지 않고 생으로 먹기도 하지만, 표고버섯을 말리게 되면 아미노산이 생성돼 더 귀하게 취급받는 땅에서 나는 고기라고 불립니다.
풍요의 상징인 감은 가을의 선물이죠.
씹는 맛이 일품인 단감부터 당도 높은 홍시, 말랑말랑한 연시, 말린 곶감까지 다양한 맛을 전합니다.
요즘 일본 오염수 방류로 조심스럽게 보고 있는 바다의 먹거리도 기력 회복에 좋은 것들이 즐비합니다.
영양소가 풍부하고 독소 배출 효과가 있어 산모나 여성에게 좋은 식재료로 특히 가을 미역은 '바다의 보약'으로 불립니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가을 갈치는 싱싱하고 살이 유난히 부드러우며 담백한 맛이 일품이죠.
구이, 튀김, 조림 등에 활용돼 다채로운 맛과 멋을 발산하는 바다의 식재료입니다.
8~10월이 제철인 전복은 고단백 영양 만점 식재료로 죽을 쑤어 먹으면 병후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생전복에 붙은 파란 내장(개웃)을 터뜨려 죽에 같이 넣어 끓이면 영양과 향을 더해 가을 보양식으로 손색이 없죠.
그리고 빼 놓으면 서운한 밥도둑, 꽃게
가을 별미로 즐길 수 있는 꽃게는 예부터 무침이나 절임, 탕 등의 요리에 다채롭게 활용되었는데 특히 매콤하고 감칠맛이 있는 꽃게무침은 잃어버린 입맛을 되돌리게 합니다.
개인적으로 고구마순을 너무 좋아해 고구마순을 무치고 가격이 많이 떨어진 전복으로 술찜하고 꽃게탕을 준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