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온종일 우리를 비춰준 해를 당연히 내일 아침에도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
가족들과 매일 저녁을 당연히 함께 먹을 거라는 생각,
사랑하는 이가 나를 당연히 사랑해 줄 거라는 생각,
정시에 오는 지하철, 봄마다 피는 벚꽃, 활짝 문을 연 단골 카페.
이 모든 게 너무 당연해서 감사함을 잊고 살고 있지 않은가?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너무 일상적이고 너무 자연스러워서 그것이 얼마나 많은 품과 정성이 들어 있는지 알아채지 못할 뿐이다.
지극히 당연한 거라 굳이 일일이 들춰 생각하지 않을 뿐.
하지만 이렇게 너무나 당연하고 커다란 일상 중 하나라도 틀어지면 우리의 세계는 망가진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감사할 일이 많아진다.
저녁시간 무사히 모여서 같이 저녁을 먹는 것도,
사랑하는 사람이 내 전화를 밝은 목소리로 받는 것도,
직장 안에서 오늘 하루가 별 탈 없이 끝난 것도.
한 번만 뒤집어 생각하면 감사하지 않을 일이 없다.
최근 들어 아주 보통의 하루를 의미하는 ‘아보하’라는 줄임말이 유행이라고 한다.
예전에 유행했던 ‘소확행’과 비슷한 듯 하지만, 아보하의 의미가 더욱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더욱 일상적이고 평범한 하루를 뜻하는 아보하라는 말이 유행하는 걸 보니 사람들이 많이 지쳐있음이 느껴진다.
'나만 그런 건 아니었구나'하는 서글픈 생각과 함께.
예전에는 그냥 평범하게 지낸다고 하면 뭔가 심심해 보이고 그다지 즐겁지는 않은 느낌이 있었다면, 요즘에 ‘평범하다’는 말은 조금 더 긍정적이고 밝은 분위기로 다가온다.
그만큼 사람들이 일상의 소중함과 무탈함에 대한 안정감을 강하게 원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부터도 어디선가 소원을 빌 일이 생기면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기본 소원으로 깔고 시작하면서,
왜 평소에는 엉뚱한 것에 초점을 두고 마음을 어지럽히는지, 아주 이중적이다.
큰 행복도, 큰 불행도 없는 안온한 일상의 무탈함에 감사하다 보면 일상을 유지한다는 것이 어쩌면 큰 기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미래를 계획하고 꿈을 쫓아가는 것도 인생에서 물론 중요하지만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다면, 현실이 버겁다면, 힘을 좀 빼고 무리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현실에 안주하거나 제자리걸음을 하라는 뜻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작은 만족을 이끌어내어 내면의 에너지를 채우다 보면 또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길 거라고 믿는 것이다.
당연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던 일상의 당연한 것들에 감사하며, 쉬어 갔으면 한다.
힘차게 나아갈 날들이 또 있을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