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를 감사히
하루는 청소기를 수리하러 다이슨에 방문했다.
보증기간 2년이 조금 지나서 수리비가 나올 줄 알았는데, 다행히 기한이 많이 지나지 않았다며 직원분이 무료로 수리를 해주셨다.
기대하지 않았던 배려나 서비스를 받았을 때
럭키! 한 기분에 더욱 고마움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같은 날, 은행 씨디기에서 할머니를 도와드리고 나가려는데, 그 모습을 지켜본 아저씨께서 문을 여시고는 나에게 먼저 나가라며 양보까지 해주셨다. 공손하게 감사 인사를 드리면서 참 훈훈한 기분이 들었다.
나도 누굴 돕고, 누군가도 나를 돕는 선순환이 무슨 공익 광고 같으면서도 잠시지만 마음에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잠시의 순간들이 쌓여 기분 좋은 하루를 만드는 것.
마음에 이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작은 여유 공간들이 필요한 이유이다.
보통 어떤 배려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상대방이 그것을 알아주기를 바라게 된다.
하지만 누군가의 세심한 배려를 당연하게 여기거나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어, 되려 배려한 사람이 상처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직원이 신경 써서 서비스를 해줬는데 손님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더 요구한다거나,
내가 문을 잡아 주었는데 상대방이 그냥 쌩 가버리거나 하는 경우, 기분 나쁘지만 이건 그래도 비교적 가벼운 예이다.
가족, 친구, 동료들 사이에서 이런 상황을 마주하게 되면 감정이 상하고 관계가 틀어질 수도 있다.
배려한 사람이 상처를 받게 되면, 다음번에 또 그런 배려를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이는 돌고 돌아 사회적 손실이 되는 것이다.
나는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는 것을 방지코자 애초에 배려를 할 때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쉽지는 않다.
무리하게 끼어드는 차에게 양보를 했는데 쌍깜빡이를 안 킨다? 순간 미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뭐든지 마음을 내려놓으면 편하다.
배려는 내가 나에게 만족하기 위한 행동인 것이다.
오늘도 착한 일 적립! 같은 느낌.
물론 상대가 알아주면 고맙겠지만.
배려를 받았을 때는 감사의 표현을 하는 것이 기본인데, 어쩌다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이 낫게 된 건지.. 씁쓸하다.
몇몇 사람들의 비정한 행동이 사회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안타깝다.
아마 그들은 감사함을 느낄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으리라고 생각하면 가엾게 느껴지기도 한다.
배려도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지 할 수 있는 것이니까.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우리네 삶이다.
주변에 배려하고, 배려받았으면 감사할 줄 아는 것도 행복해지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하고, 우리를 위한 행동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사회에 배려가 쌓이면 우리도, 우리 다음 세대도 조금 더 여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사라지지 않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