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인간, 아카이브, AI 협력 모델

5장. 세 개의 뇌

by 아키비스트J

3개의 뇌


제1뇌: 인간의 두뇌

제1뇌는 말 그대로 인간의 생물학적 두뇌입니다. 생각하고, 느끼고, 선택하고, 책임지는 주체입니다.


제1뇌의 역할은 동기부여입니다. 왜 이 일을 하는가를 스스로 납득하는 힘입니다. 목적의식도 제1뇌의 역할입니다. 어디까지, 무엇을 목표로 할 것인지 결정합니다. 판단과 책임도 제1뇌가 맡습니다. 여러 선택지 사이에서 기준을 세우고 그 결과를 감당합니다. 정책 수립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작업은 하고 어떤 작업은 하지 않을지, 무엇을 위임할지 정합니다.


제1뇌의 강점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가치와 윤리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맥락을 통합적으로 봅니다. 하지만 한계도 있습니다. 피로와 감정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기억 용량과 집중 시간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반복적이고 단조로운 노동에서 쉽게 소진됩니다. 제1뇌는 '생산성'이라는 말을 단순히 '더 많이, 더 빨리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위해, 어디에 에너지를 쓸 것인지 정하는 문제'로 바꾸는 뇌입니다.


제2뇌: 아카이브

제2뇌는 옵시디언 같은 디지털 도구, 폴더 구조, 제텔카스텐 노트, 구글 드라이브 같은 자료 보관소를 포함하는 개인 아카이브 시스템 전체를 가리킵니다. 제2뇌의 역할은 휘발되기 쉬운 정보를 장기 보존하는 것입니다. 제1뇌가 떠올린 생각과 수집한 자료를 정리하고 구조화합니다. 나중에 다시 꺼내 쓸 수 있도록 맥락과 연결고리를 남깁니다.


제2뇌의 강점은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검색, 필터, 링크를 통해 반복 활용이 가능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동일한 품질로 기억을 꺼내볼 수 있습니다. 물론 한계가 존재합니다. 제2뇌는 스스로 생각하지 못합니다. 설계가 없으면 '데이터 쓰레기장'이 되기 쉽습니다. '무엇이 중요한지'는 제1뇌가 정해주어야 합니다.


제2뇌의 목적은 '폐기하지 않기 위해 모조리 쌓아두는 창고'가 아닙니다. 제1뇌의 사고를 돕는 기억 인프라가 되는 것입니다.


제3뇌: AI

제3뇌는 인공지능입니다. 인간의 인지 방식을 완전히 재현하는 것은 아니지만, 언어와 이미지, 숫자 패턴을 흉내내어 연산하는 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3뇌의 역할은 시간과 비용이 오래 드는 연산, 계산, 통계 작업을 대신하는 것입니다. 대량의 텍스트와 자료를 요약하고 분류하고 재조합합니다. 반복적인 의사결정을 일정 부분 자동화해 줍니다. 경우에 따라 스스로 학습하고 추천을 제안하도록 설계할 수 있습니다.


제3뇌의 강점은 속도가 빠르고 지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 사람이 평생 읽기 어려운 분량의 정보를 짧은 시간에 훑어볼 수 있습니다. 패턴과 유사성을 찾아내는 데 강합니다. 그러나 AI는 가치 판단과 책임을 지지 못합니다. 데이터와 프롬프트에 따라 편향되거나 왜곡될 수 있습니다. '그럴듯한 말'을 만들어내지만 언제나 사실과 일치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인간의 뇌처럼, 목표의식을 가지기 위한 동기부여를 하지 못합니다.


제3뇌는 제1뇌의 결정과 제2뇌의 구조를 전제로 할 때에만 생산성을 향상하는 존재가 됩니다.

정혜지, To Boldly Go: My Archive Startup Frontier, 제17회 전국기록인대회, 2025.11.01.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아키비스트J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아카이브에 관한 글을 씁니다. 솔로프러너이자 기록물관리전문요원이며, 디지털 아카이브 컨설팅을 합니다. AI 시대 모두가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인지적 평등이 실현되는 세상을 꿈꿉니다.

112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2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2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19화외부 뇌를 움직이는 생산성 도구와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