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 대한 선입견
도서관에서 장애인 사업은 '찾아가는'이라는 개념이 기본이다. 아웃리치(Outreach) 서비스라고 부르는 이 개념은 국가도서관위원회 제3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2019-2023) 3-1-4 도서관아웃리치의 지속적 확대와 같이 한때는 국가에서 대표 추진과제로 지정하여 전국 도서관의 현황을 수집·관리하기도 했다. 제4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2024-2028)에서는 추진과제로 명명돼 있지는 않지만 지식정보취약계층과 같이 사회적 약자 서비스에 여전히 개념은 포함돼 있다.
현실적으로도 각종 장애요인으로 도서관까지 직접 오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서비스를 해줄 테니 도서관에 오세요."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또한 장애 전문기관 협조와 해당 기관을 중심으로 구성된 커뮤니티를 활용할 수만 있다면, 초기 사업을 구상할 때도, 안정화시킬 때도 유리하니 찾아가는 사업을 구상하는 것이 현명하다.
청각장애로 특정지었기 때문에 지역 내 종합사회복지관이나 장애인종합복지관보다는 수어통역센터와 협업하기로 했다. 강사가 비장애인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수어통역사가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처음 수어통역센터는 도서관과 협업을 망설였다. 등록 청각장애인들 대부분이 고령이기도 했고, 문해력이 낮은 경우가 많아 독서하고자 하는 마음이 적을 것이라는 것이 수어통역센터 사회복지사의 추측이었다. 그럼에도 청각장애인에 문화향유 선택지를 늘린다는 것에 동의를 얻었기 때문에 협조를 구할 수 있었다.
프로그램 기획을 위해 사회복지사, 수어통역사와 회의를 했다. 회의를 하면서 대상을 섞어도 되는지 질의를 받았다. '음?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다고 했는데 무슨 말일까?' 의아한 표정을 하는 내게 복지사님은 청각장애인에는 난청인과 농인이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아주 간단하게 말해 난청인은 '잘 안 들리는 사람'이라서 크게 말하면 음성언어로 대화가 가능한 사람이고, 농인은 불가능한 사람을 일컫는다. 농인은 구화가 가능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수어로 대화를 나눈다. 보다 정확하게 청각장애인을 구분한다면 설명이 추가로 필요한데, 브런치에 잘 정리한 글이 있어 링크해 두니 참조해도 좋겠다.
청각장애인과 농인, 구화인, 청인 by 적운, 2021
https://brunch.co.kr/@lifree/2
난청인과 농인이 함께 듣는 수업을 구상하기로 했기 때문에, 강사는 마이크를 사용하여 음성언어로 진행하고 농인을 위해 수어통역사가 동시통역을 하기로 했다. 프로그램은 책을 함께 읽어보고, 소감을 나누고, 체험활동을 하는 형태로 구성했다. 강연 스크립트는 강연 전주에 미리 전달하여 수어통역사가 충분히 번역할 시간을 확보하기로 했다. 수어통역사는 몸으로 대화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1시간 이상 활동할 순 없지만 중간중간 체험과정에서 쉴 수 있으므로 1시간 30분정도로 과정을 편성하기로 했다. 강연 수준은 어렵지 않게 문해력과 관계없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도서관으로 돌아와 동료 선생님과 회의 때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저는 청각장애인이라고 하면 모두 안 들리는 사람쯤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근데 크게 말하면 들리는 사람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정확하게 알고 싶어 찾아보니까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2조 정의에도 청각장애인은 청력손실이 몇 데시벨 이상인 사람이라고 정의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농인도 어쩌면 아예 안 들리는 사람이 아니라 미세하게 들리는 사람이란 얘기잖아요? "
"맞아요. 그러니까 어쩌면 미래로 가면 갈수록 청각장애는 사라질 수도 있데요. 실제로 요즘 청각장애인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수어로 대화하면 와우라고 해야 하나 기계를 사용하면 들린다고 말해달라는 학생도 있데요. 기술이 발전하면 수어사용도 사라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우연히 업무가 아니었다면, 나는 청각장애인에 대해 알고자 했을까? 우연히 일로 시작했지만, 그 우연 속에서 배우고 알아가며, 성장하고 있다. 내 성장으로 말미암아 나와 우연히 마주칠 이용자도 책 한 권을 더 마주하고, 옆 사람과 대화 한 번 더하며, 우연한 기회로 무언가 더 느끼고 알아갔으면 좋겠다.
다음은 내 욕심에 수어통역사님을 괴롭혔던 일화를 소개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