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아들러가 강조한 개념 중에 '과제 분리'라는 것이 있습니다. 나와 다른 사람의 과제를 분리하라는 건데요. 누구의 과제인지 명확히 구분하고, 타인의 과제에 개입하지 않으며 자신의 과제는 스스로 책임지는 것을 말합니다.
관계에 대한 불안감 혹은 인정 욕구로 인해서, '내가 이렇게 행동했을 때 상대가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
' 내가 거절했을 때, 상대가 상처받으면 어쩌지?' 하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거절을 부탁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몫까지 내가 다 책임지려 할 때, '과제 분리'를 떠올리는 것이 좋습니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는 내가 걱정할 몫이 아니라 그 사람의 과제니까요.
타인의 감정까지 책임지려 하지 말고. 그러다 자기 과제를 망각하지도 말고. 타인의 과제에 지나친 개입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경계'를 설정해야 하지요. 너와 나의 경계.
과제를 분리한다는 것은 누군가의 과제를 온전히 그의 것으로 인정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는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존중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스스로 해 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의 과제는 그가 해결할 수 있도록 두는 것이 결국엔 각자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지요.
요즘에 제가 나름 신경 쓰고 있는 것이 바로 이 '과제 분리' 에요. 특히나, 부모와 자식 간에 있어서 '과제 분리'는 사실 좀 힘든 일이기도 합니다. 완전히 내버려 두는 '방임' 말고, 부모로서 아이의 울타리는 되어주되, 너무 가깝게도 너무 멀지도 않게 경계를 잘 세워주어야 하니까요.
간격을 좁혀 보기도, 넓혀 보기도 했는데요. 사춘기 청소년에게는 '과제 분리'의 기술을 좀 더 열심히 시전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되는 듯합니다.
전에는 '숙제 다 했어?' '씻었어?' '내일 챙겨야 되는 건 혹시 없어?' '요즘 책 너무 안 읽는데. 책 좀 읽지?'와 같은 말을 하면, “제거 알아서 할게요.”라고 가끔은 날을 세워 대답할 때도 있었는데요. 그런 종류의 물음은 아예 하지 않고, 아이에게 모두 맡겼더니........ 정말 아이 스스로 알아서 합니다.
그저께는 "엄마. 책을 좀 읽어야겠어요." 하고 스스로 알아서 책을 읽기 시작하더니 벌써 3일째 스스로 책을 읽고요. 숙제도 알아서 합니다. 뭘 하던 아이가 알아서 하겠지 하고, 내버려 둡니다.
어제는 제가 선물해 준 다이어리에 알아서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엄마, 이 칸에는 뭘 넣으면 좋을까요?" 하고 다이어리 작성법도 슬쩍 물어봅니다. "네가 요즘 이루고 싶은 목표를 적어 봐. 농구면 무슨 기술을 더 익힌다. 야구면 투구폼을 교정한다든지.. "(야구에 빠져있던 아이가 요즘엔 농구에도 빠져서 매일 슛 연습을 하거든요)
며칠 전에 아이에게 "엄마는 이제부터 너와 나의 과제를 분리하려고. 과제 분리의 기술을 시전 할 거야."라고 말했던 것이 효력이 있었던 걸까요? 그러다 아이가 도움을 청하면 흔쾌히 도와주려고요.
더 나아가, 저도 삶을 주도적으로 사는 연습을 해 봅니다. 관계에 대한 불안감이나 인정욕구는 살포시 접어두고. '지금 내가 하려는 행동은 누구의 과제인지' 저 스스로에게 한 번 물어봅니다.
저의 과제라면, 제가 열심히 하고. 또 결과에 대한 책임도 제가 지면 되는 것이고요.
다른 사람의 과제라면, 타인과 나 사이의 경계를 세웁니다. 그 사람의 과제를 온전히 그의 것으로 인정하고. 내가 아니더라도 스스로 해 낼 수 있을 거라 믿어주며 존중해 줍니다.
감정 역시 그 사람의 과제이니, 다른 사람의 감정까지 내가 책임지려 하지 않습니다. 도움을 청한다면 조언을 줄 수도 도와줄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과제를 내가 대신 짊어지려 하지 않습니다.
'지금 당신이 하려는 행동은 누구의 과제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