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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희 Nov 05. 2024

이혼 오픈런 시대

한 커뮤니티에서 ‘오늘자 이혼 대기 줄’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관할 가정법원에 이혼서류를 제출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접수를 위해 긴 줄을 서고 있는 사진까지도 함께였다. 글쓴이는 접수대기를 위한 줄 뿐만이 아니라 접수를 한 후 대기하는 대기실 또한 꽉 차 있다며 ‘요즘 왜 이런 거냐’며 자신 스스로도 이혼하려고 몰린 사람들 때문에 놀라는 눈치였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이혼 오픈런 시대’, ‘대이혼의 시대’라고 부르고 있다. 현행법상 협의이혼 서류를 제출할 때 배우자와 함께 출석해야 한다. 그런데 이혼서류를 접수를 위해 줄 서는 사람들이 요즘 워낙 많아 ‘오픈런’하지 않으면 하루 종일 배우자와 함께 줄을 서는 끔찍한(?) 시간을 보내야 하기에 불편해도 아침부터 줄을 서며 없던 부지런도 떨게 된다는 것이다. 어느 이의 말을 빌리자면 ‘그 웬수랑 오래 줄서기 싫어 아침부터 달렸다는 것이다.


2020년 국내에서 명품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명품 리셀(명품을 사서 다시 되팔아 수익을 챙기는 일)도 함께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매장이 열자마자(OPEN) 명품구입을 위해 달리던(RUN)것을 계기로 생긴 신조어가 이제는 이혼에도 붙어 ‘이혼 오픈런’이라는 말까지 생긴 것이다. 2016년, 내가 이혼 한 그 때, 그러니까 이혼 오픈런을 할 수 밖에 없는 지금의 대이혼의 시대가 오기전인 그 때! 나는 ‘이혼을 빨리 하길 잘했다 휴~ 다행이다’는 생각에 안도감마저 들기도 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이혼이 문화가 된 것처럼 보인다. 이혼 위기 앞에 선 일반인 출연자를 대상으로 상담하고 치유하는 형식의 TV프로그램도 많이 생겨났고 이혼한 연예인들이 모여 진행하는 방송도 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로 실제 이혼변호사가 극본을 쓴 ‘굿파트너’도 최고 시청률 17.7퍼센트(닐슨 코리아, 전국가구 기준)를 기록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2023년 통계청이 발표한 이혼 통계 결과에 따르면 이혼 건수는 9만 2천 건이며 올해 2024년 7월에 실시한 조사에서도 전년 통 월 대비 이혼율이 5.9퍼센트가 증가했다고 한다. 또한 혼인 지속기간 5년~9년이 전체 이혼의 18.1퍼센트로 가장 많았고, 4년 이하 18.0퍼센트, 30년 이상은 16퍼센트라고 한다. 혼인기간이 짧건 길건 간에 ‘요즘 누가 참고 사냐’라는 말이 통계 결과에도 고스란히 반영된 것 같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지속적으로 이혼율이 증가한 이유를 네 가지로 꼽았다.



 개인보다는 가족을 우선시 하며 남편의 권위를 더 존중하던 여성들이 이제는 자신의 삶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변화한 것이다. 예전에는 남성이 주로 경제적인 활동을 하고 여성들은 대부분 집안일과 육아만을 담당했던 시대에서 여성의 경제적 활동이 늘어나 더 이상은 남편에게 만 경제적으로 기대지 않고 있음은 확실해 보인다.


 과거에는 경제적인 압력 때문에 불행해도 어쩔 수 없이 참고 견뎠다면 이제는 여성들의 취업기회를 현대사회에서도 적극적으로 돕고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해 이혼을 결정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또 과거에는 가족과 관련된 법이 조금은 고지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행복보다는 가족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혼을 막으려는 의도와 가부장적인 사회를 고착시키기 위한 제도로 여성에게 불리하게 적용이 되어 여성이 이혼을 제기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이혼 시 여성의 경제적인 활동이 없다 하더라도 혼인 유지기간에 따라 가사노동과 육아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 재산분할청구권을 신청할 수도 있게 되었고 자녀양육에 대한 선택 및 조정을 가능하게 하고 자녀의 면접 교섭권등 과거에 불평등했던 법조항들이 개정되고 신설되면서 이혼이 조금은 수월해(?)졌다는 것이다.


 또한 출산율 감소로 자녀수가 적어지게 되면서 이혼 시의 자녀에 대한 부담이 적어진 것도 이혼율 증가의 원인이 되었다. 주위에 둘러봐도 확실히 애가 많으면 많을수록 이혼을 더욱 망설인다. 하지만 이혼 후 자녀를 더욱 잘 양육할 수 있다는 자녀관의 변화와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 증가해 더 이상 자녀 때문에 참고 살지는 않겠다는 것이 이혼 오픈런 시대까지 온 게 아닐까.



최근에 매우 흥미로운 조사를 본 적이 있다. 한 결혼정보회사에서 25-39세의 미혼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혼인,이혼 인식 보고서’라는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혼을 어떻게 생각 하느냐는 질문에 ‘보통이다남자 47퍼센트, 여자 24.4퍼센트, ‘약간 긍정적이다 남자 30.6퍼센트, 여자51.6퍼센트라고 답했고 결혼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다’는 남자 4퍼센트, 여자 19.6퍼센트로 집계되었다.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들 조차도 이혼을 긍정으로 본다는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미혼인 이들은 이혼 대비책으로 혼인 계약서, 비자금, 혼인 신고 보류, 간소한 결혼 준비, 출산 보류 등을 주로 꼽았다. 


그러니 요즘 결혼하고 나서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거나 출산을 보류하는 것이 대세라고 한다. 결혼하고도 살면서 상대방에게 확신이 있어야 혼인신고를 하고 아이를 낳을지 말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또 이혼을 할지도 모르니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기 보다는 간소하게 올리고 그 비용을 애초에 아낀다는 말이다. 어찌 될지 모르니까 말이다. 


이혼사유에 대한 조사를 보면 늘 숫자만 다를 뿐 크게 세 가지에서 벗어나지 않는 듯하다. 외도, 경제적 이유, 그리고 성격차이. 20,30대의 부부들은 성격차이>경제적 이유>외도의 순으로, 40,50대 부부들은 외도>경제적 이유>성격차이 때문에 이혼을 선택했다고 한다. 40,50대는 평균적으로 약 10여년의 결혼생활을 유지해오면서 ‘성격은 안 맞아도' 어찌어찌 살아갈 만 했다. 그런데 결정적인 이혼의 이유의 한 방(?), '외도는 못 참아’라고 한다면 20,30대의 부부의 경우는 ‘서로 안 맞는데 굳이’라는 것 때문에 모두가 ‘법원 앞으로’ 달려 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이혼을 하고자하는 이유가 ‘성격차이’라고 한다면 조금은 노력해볼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부부들이 치유의 시간들을 서로 갖으며 가정을 행복하게 바꾸기 위한 도움이 되기 위해 이 책을 쓰게 되었다. 나도 이혼 후 새혼으로 서로 다른 차이를 극복하고 맞춰가며 아주 잘 살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 딸이 학교에서 괴롭히는 아이들 때문에 속상해서 전학가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위로도 해주고 방법도 찾아줬지만 전학을 보내주지는 않았다.


 왜? 좀 격하게 말하자면 이 학교에 있는 쌍X 피해서 전학을 가더라도 그 학교에 또다른 쌍X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뭣 같은 상사 때문에 이직 했는데 더 한 인간이 그 곳에 존재하기도 한 경험을 떠올려 보면 그렇다


이혼도 마찬가지다. 이혼하고 다른 사람을 만나도 성격차이는 늘!! 느을~~있을 수밖에 없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맞춰가는 시간은 분명이 누구든 존재한다. 이 또한 능력(?)일 수도 있겠으나 재혼,삼혼,사혼을 이어갈 생각이 아니라면 지금의 이혼을 막고 이혼을 했다면 다음은 꼭 행복한 가정이 될 수 있도록 본인을 위해서라도 변화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혼만이 꼭 답은 아니다. 나부터의 변화가 시작되어야 한다. 행복한 가정을 만들 수 있는 방법들을 이혼경험자로서, 또 관계를 긍정적으로 형성하는 대화법 전문가로서 그 방법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나는 연애 할 때에도, 이혼 할 때에도 이별을 겪고 나서 상대에 대한 미련을 가져 본적도, 그리워한 적도, 후회한 적도 단 한번도 없다. 왜? 미친듯이 잡으려는 노력도 해보고 내가 부족한 부분을 바꿔도 보고 할 수 있는 모든 노력들을 끝까지, 더이상이 없을 때까지 해보고 이별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여러분도 이혼을 결정하기 전에 이혼 후의 삶이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더이상의 미련도 후회가 없으려면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고 자신을 변화시키며 미친 듯이 노력해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변화가 없다’, ‘여전히 불행하다’라고 느낀다면 그 때에는 포기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다. 


이혼은 그 때해도 늦지 않는다. 그 때에는 정말 '이혼을 추천합니다'라고 책 제목처럼 권하겠다. 


그 때에는 진짜 '법원 앞으로! 오픈런 하시죠! 그 때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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