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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helger Sep 02. 2016

"중세건물을 모조리 헐고 바로크궁전을 짓도록 하라"

밤베르크 2. - 바로크 궁전의 비밀이야기들

1.

뜻밖의 선물같았던 밤베르크 박물관


밤베르크를 걷다보면 중세풍의 비정형건물, 성을 중심으로 뻗어져 나가는 마을형태, 요새 성격을 지닌 성벽과 성 한편으로 완벽한 좌우대칭구조의 바로크 건물도 만나게 된다. 중세와 바로크라는 이 우아한 건축의 공존은 선제후 로타 프란츠의 작품이다


독일 사람들도 즐겨 여행오는 이 따뜻하고 온화한 날씨의 밤베르크, 대성당 옆에 있는 레지덴츠는 지금 한 쪽 건물을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곳 박물에서 접한 잊지못할 역사이야기 하나 나의 여행  이야기에 넣고 간다~


선제후 '로타 프란츠'의 바로크 사랑

2.

신성로마제국의 주교이면서 선제후였던 남자


로타 프란츠 폰 쉔보른 (Lothar Franz von Schoenborn)은 밤베르크의 건축, 더 나아가 독일 바로크 건축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가 태어나고 살았던 시기가 바로 바로크의 절정기 (1655-1729)이며, 그가 밤베르크의 주교 (1693)가 된지 2년도 되지 않아 그는 황제로부터 황제선출권을 가진 막강한 권력의 선제후 (Kurfuerst von Mainz)로 임명되었으니(1695–1729).... 그가 지녔던 재력과 권력을 가히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다.


당시 신성로마제국에 속해 있었던 이곳에서 황제 위에 군림했던 교황으로부터 주교의 직을 하사받고(상징적이고 종교적인 수장), 당시 수많은 군소제후국으로 갈라져 있던 이 독일 땅에서 황제 선출권이 있었던 7명의 선제후(실질적이고 세속적인 지배자) 중 한 명이 되었다는 것은 무소불휘의 막강한 권력을 잡았다는 뜻이다.



3.

박물관 옆...수세기가 공존하는 현장


레지덴츠는 바로크 건물로 지어졌다. 바로크양식을 너무나도 사랑했던 로타 프란츠는 중세부터 있던 대성당 옆 중세건물들을 모두 철거하고 바로크적인 대칭구조의 건물을 지으려했었다. 실행되지 않은 것이 다행일떄가 있다.....


중세풍 건물 중정에서 연극공연을 위한 무대 설치가 한창이다.
삼층 지붕이라니...저 미학적이 난간과 계단,...아름답다


저 중세풍 건물과 골목길을 하나 사이에 두고 박물관 건물이 있다. 레지덴츠의 중정에는 유명한 '장미의 정원'이 가꿔져 있다.


장미정원, 밤베르크는 아름다운 장미가 지천


바로크 건축이 어떤 건데?

4.

박물관 안.....뜻밖의 발견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이런 복도가 보인다. 문을 닫으면 방, 문을 열면 긴 복도가 되는 이 건축형태는 바로크 건축에서 눈에 띠는 특징이기도 하다. 장엄하고 화려한 인상을 풍긴다. 나의 눈길을 사로 잡은 건 바로 이 복도! 사람도 시간을 이겨내고 버텨낸 그 흔적이 이 나뭇바닥결처럼 아름답길..,



레지덴츠 건물에서 가장 화려한 방, 그러나 착시!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건물 내부를 돌아보니 흥미롭다. 마치 양쪽 벽면을 타고 천정으로 이어지는 듯한 기둥은 사실 화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것이다. 즉, 일종의 착시효과로 그린 것! 이탈리아를 여행하다보면 흔한 집 벽에도 창문을 열고 누가 쳐다보는 듯한 극사실적인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런 화풍은 예로부터 이탈리아가 유명했다. 이 건물도 그런 컨셉을 지향했으나 이탈리아 화가는 너무나 비쌌으므로 대체 화가를 썼다고 한다. 그 결과?
정 중앙에 서지 않으면 착시가 아니라 거슬리는 비율로 그림을 보게된다. B컷....


정 중앙에서 보면 벽을 타고 올라가는 착시회화가 완벽하게 그려져 있다.
양쪽 벽에, 벽에서 천정으로 쌓아올린 저 대리석이 2차원 그림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지만...


실패한 착시가 어떻게 보이는지는 정중앙에서 약간 비켜난 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알  수 있다. 천정과 측면이 상당히 기울어져 완벽한 환상을 방해한다. 가이드의 설명없이는 알아챌 수 없는 여러가지 디테일이 있다.


왜 유럽여행에 현지인 전문가이드와 오디오가이드가 필수인지....얼마나 가치있는 투자인지 알게 해 준 곳이다.


정 중앙에서 약간만 비켜나면 착시효과는 무너진다. 바로 이 곳에서처럼


유달리 방이 많은 이 여름궁전, 그러나 실제 기능을 위한 방이라기 보다는 제후의 위용과 권력을 드러내기 위한 은유적 기능을 담당했다. 제후를 영접하기까지 지나가야 하는 수많은 방들.....알현의 어려움을 가시화시킨 것이다.


제후의 방


이 레지덴츠의 하일라이트 중 하나가 바로 이 바닥이다. 몹시 아름다운 나뭇바닥. 저 검은 곡선은 불로 지져 만든 것이다. 그 시대의 미학적인 아름다움을 모두 구현해내는데 아낌없이 재력을 쏟아 부은 로타 프란츠! 농민들의 고혈로 만들어졌겠지만 그 결과가 현재 후세대에게 자랑스러운 유산이라는 것이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할 수 밖에.


섬세한 조각기술


섬세하고 화려한 바닥 장식, 그 어느 곳 하나 재력을 드러내지 않는 곳이 없다. 하나하나 오려붙이고 잘라낸 섬세한 수공의 흔적이 역력하다.


세상에서 가장 많이 밟힌 나뭇잎일게야....


귀족들의 은밀한 그것?

5.

화장실에 관한 은밀하고 상세한 이야기


최고의 궁전인 베르사이유 궁전에도 화장실은 없다. 물론 그 당시 기술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인분은 훌륭한 비료였고,  그 외에도 용변보는 왕을 알현하고 알현하도록 하는 것은 친분과 권력을 드러내는 궁정 양식이었기에 - 아마 이 부분은 현대인에게서 고도의 상상력을 요할 것이다. - 은밀한 화장실문화를 도입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용변처리는 어떻게 했을까? 이 궁금증을 풀어준 것이 바로 이 '요강의자'다. 우리 선조가 (정확히는 하인이) 요강을 들고 다녔다면, 과거 왕족들과 귀족들은 의자 안에 도자기 요강을 두고 여기에 일을 봤다. 그리고 이 요강의자는 높으신 분의 눈에 안 띄게 하인들이 다니던 길 -방과 방 사이에 있는 조그만 통로-에 두었다. 필요하다고 가져오라면 냉큼 들고 와야 하는 것!




그래서 "Haben Sie heute Stuhlgang gehabt?" 오늘 용변보셨습니까? 라는 독일어 표현이 탄생한 것. Stuhl(의자) + gang(통로). 즉, 고급독일어에서 '대변' 을 의미하는 'Stuhlgang'은 이렇게 탄생한 것이다. 정말 기쁜 날이다. 난 유명인의 탄생비화를 알게 된 것처럼 흥분했다. 그동안 궁금했으니까...


요강의자
덮개도 화려한 요강의자, 이렇게 아름다운 요강의자이지만 제후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두어야 했다.


로타 프란츠!!

오늘 수없이 듣게 된 낯설고도 친숙해진 이름. 자신의 초상을 온 군데 다 박아놓은 사람. 가진 자,,,남기려는 자......



새벽,

새벽에 나선 밤베르크 산책, 어디에서 찍어도 그냥 한복만 있음 ~~~


글 그림 모두 Arhel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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