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정말 폭발할 것 같았다.
늦은 밤 집에 돌아와 어찌할 수 없는 마음에 안절부절못하다가 겉옷을 걸치고 운동화를 꺾어 신어 나왔다.
수족관처럼 습기를 머금은 액체 같은 기체가 하늘과 땅 사이를 가득 채우고 있는데
이미 부슬부슬 내린 비에 울긋불긋 단풍은 가득 떨어져 있고
수도꼭지에 달랑달랑 매달려있던 물방울이 안간힘을 쓰다 떨어지듯
빗방울도 똑똑 하강하고 있었다.
돌아오니 터질 것 같은 마음은 여전했는데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총총이는 발걸음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어찌어찌 밤은 가고 비바람이 강렬한 아침이 되어 커피로 머리를 깨웠다.
마음은 어찌 닫거나 열 방법이 없어
낙엽을 밟고 걷다가
따뜻한 뱅쇼로 가슴을 덥히다
라자냐로 배를 채우고
차가운 바람을 맞았다.
열고 닫고 해결하고 풀어내는 게 인생이라 생각했는데
사는 일이 그렇게 동전 뒤집듯 마무리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어쩌면 열어야 하나 닫아야 하나 고민하다
그냥 순간에 맞는 결정을 내리다
운이 좋다고 내가 잘했다고 웃다가
왜 그랬을까 후회하는 게
인생이겠지,
어찌어찌하는 게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