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

일을 하며 빛나는 사람들 10

by 두유식빵

과학 강사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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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올해로 10년 차가 된 과학 강사입니다.


과학으로 유명한 학교를 나오셨어요.

중학생 때까지는 꿈이 과학자라서 한국과학영재학교(한과영)를 갔어요. 가서 진짜들을 보니까 저는 못하겠다 싶어서 과학자의 꿈은 접었고요. 그래도 일단 간판은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카이스트를 가게 되었네요.


학원 강사로 일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과학자 말고 카이스트 학력을 살려서 할 만한 일을 찾다 보니 학원 강사가 있더라고요. 저는 원래 말하는 거 좋아하니까 이게 제 적성에 맞는지 알아보기 위해 1년 휴학하고 학원 강사를 해봤는데 적성에 맞아서 졸업하고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지금은 통합과학을 주로 가르치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고등학교에서 1학년은 통합과학을 모두 듣고 2학년은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을 나눠서 들어요. 작은 학원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저는 1학년 통합과학과 2학년 화생지를 가르쳤어요. 근데 과목이 너무 많으니까 너무 힘들어서 결국에는 생물은 버리고 1학년 통합과학과 2학년 화학, 지구과학을 가르쳤죠.


그랬다가 지금 학원으로 오면서 전문성을 더 키우기 위해서 1학년 통합과학과 2학년 지구과학만 해요. 가끔 방학 때 방학 특강 정도는 하고요. 지금 1학년에 적용되는 새 교육과정부터 통합과학이 수능에 들어가게 되어서 통합과학의 비중도 더 커졌어요.

1학년과 2학년 가르칠 때 수업에 차이가 있나요?

차이가 엄청 커요. 내용이 어려우면 가르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아요. 어차피 내용은 다 아는 거라서 제가 얼마나 애들을 케어해 줘야 하는지 그리고 학부모들이 얼마나 까탈스러운지 이게 더 큰 문제죠.


그래서 1학년이 훨씬 힘들어요. 통합과학은 1학년 모두가 듣는 과목이다 보니 ‘이거 좀 어떻게 해라’ 이런 식으로 강사가 푸시하고 다 떠먹여 줘야 해요.


솔직히 물리나 화학을 학원 안 다니는 애는 없는데 지구과학은 학원 안 다니는 애들도 많단 말이에요. 그래서 지구과학을 학원까지 다니면서 수업 듣는 애들은 자기 의지로 듣는 거라서 제가 케어를 별로 안 해줘도 돼요. 그리고 2학년 학부모들은 터치도 거의 없어요. 그래서 2학년이 가르치기는 진짜 편해요.

교재도 직접 만드신다고 들었어요.
단원별 내용으로 큰 뼈대를 만든 후 각종 시중 문제집 같은 것들을 참고해서 표도 직접 그려 넣고 좋은 사진 같은 거 있으면 구글링 해서 넣기도 해요. 매 학기 교재 내용을 업데이트하는데 ‘이런 그림, 내용, 표가 있으면 애들이 더 이해하기 쉽겠다’ 싶으면 계속 넣어요.


가끔 어떤 학교에서 좀 이상한 내용을 가르쳤다면 혹시 이런 게 또 나올 수도 있으니까 하면서 추가해요. 그래서 매 학기 책이 점점 두꺼워져서 글자 크기를 계속 줄이고 있어요. 지금은 8포인트인데 이 추세로 가면 나중에 7포인트가 될 거 같아요.


그러면 교재 만들 때 제일 중점 두는 부분은 따로 있나요?
컬러로 알록달록하게 예뻐야 해요. 과학은 이해를 도울 그림이나 표 같은 게 많이 필요한데 그런 것들이 딱 봤을 때 있어 보여야 해요. 진짜로 이해하기 쉬운지는 다음 문제예요. 예쁘지 않으면 애들이 책을 펴보기 싫어하더라고요.

수업 준비 보통 어떻게 해요?
어차피 다 아는 내용이라 강의 준비 자체는 별로 안 해요. 대신 매시간 학생들 테스트 출제 준비를 해요. 문제 은행과 제가 직접 만든 고난도 문제들을 정리하는 거죠. 파일 정리하고 미리 프린트해놓고 이런 게 수업 준비라고 할 수 있겠네요.

보통 인강 강사들은 썰 같은 것도 많이 풀잖아요. 성로님도 썰을 좀 준비하는 편인가요?
썰을 따로 준비하지는 않지만, 학생들이 중간에 지루해하고 하니까 중간중간 썰을 풀거든요. 그러면 학생들이 잠이 깨서 눈이 반짝반짝한단 말이에요. 오히려 썰 너무 많이 풀지 말라고 원장님과 부원장님께 주의받았어요.


수업에 대한 학생들 반응은 어때요?

학생들 반응은 좋은데 당연히 학생마다 달라요. 어차피 모든 학생을 다 만족시키는 건 불가능해요. 그래서 저는 ‘나를 좋아할 애들만 확실히 잡자’라는 마음이에요. 식당처럼 고객한테 무언가 제공하는 곳에서 불만이 있는 사람은 그 불만을 이야기할 때도 있지만 그냥 조용히 발길을 끊기도 해요.

그러면 저도 제 수업에 대한 평이 좋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죠. “선생님 수업 너무 재밌어요.”라고 하면서 제 수업 때 깔깔 웃고 계속해서 재등록하는 학생들만 보니까요. 그래서 제 수업 듣는 애들 기준으로는 재밌다는 반응이에요.

일과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궁금해요.
학기 중 기준으로 주중에는 학생들이 하교한 후 4시~6시쯤에 시작해서 10시에 마쳐요.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좀 빈둥대다가 출근하죠. 주말에는 토요일 일요일 둘 다 1시에서 10시까지 9시간 수업해요. 작년까지는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수업을 해서 수업 끝날 때쯤 되면 진짜 죽을 것 같았는데 많이 나아진 거죠.

하루에 수업을 몇 타임 정도 해요?

수업 한 타임이 3시간이거든요. 학기 중 평일에는 한 타임이나 두 타임을 하고 주말에는 토요일 세 타임, 일요일 세 타임을 해요. 방학 때는 주중에도 두세 타임, 주말에는 그대로 세 타임 하고요. 그래서 육체적으로는 방학 때가 더 힘든데 정신적으로는 방학 때가 더 편해요. 방학 특강은 성적 압박 없이 그냥 가르치기만 하면 되거든요.


학부모 상담 같은 것도 해요?

그런 건 학원 측에서 전담해요. 강사의 편의도 봐주면서 불미스러운 사태도 방지하려는 거예요. 강사가 학부모랑 직접 연락해서 따로 학원 안 거치고 수업할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저는 학부모를 직접 상대하는 게 불편하다 보니 고마운 일이죠.


과학 어려워하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접근을 하나요?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어요. 선생이 억지로 어떻게 만들 수가 없거든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이 수업을 재미있게 듣게 하는 것밖에 없어요. 과학을 너무 어려워하는 애한테 과학을 쉽게 만들어주는 것은 신의 영역이에요.

성로님이 생각하기에 과학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현실적으로 과학 과목이 좀 더 체계적으로 구성됐으면 좋겠어요. 지금 보면 내용이 너무 두서가 없어요. 그리고 교육과정이 전반적으로 크게 바뀌면 좋겠어요. 학생들의 학업 부담을 줄인다고 내용을 줄여놨는데 경쟁은 그대로다 보니까 문제만 거지 같아진단 말이에요. 학생들이 고생은 고생대로 하는데 배우는 지식은 없으니 악순환이에요.

예를 들어 서울대 의대 교수한테 지금 생명과학의 유전 문제를 풀어보라고 하면 못 풀 가능성이 높아요. 생물학 지식이랑 아무 상관이 없이 어마어마한 훈련을 통해서 빠르게 풀게 되는 퍼즐이거든요.


제가 지구과학을 고른 이유가 그 퍼즐에서 그나마 제일 거리가 먼 과목이기 때문이에요. 지구과학은 여전히 이해와 내용의 숙지와 그리고 번뜩이는 재치 이런 거를 더 많이 필요로 해요.

학생 수준이 다 다를 텐데 차이를 어떻게 반영하나요?
그것도 쉽지 않아요. 저는 중간보다 조금 위에 아이들을 타깃으로 수업해요. 좀 부족하다 싶은 학생들은 클리닉에 오거나 카톡으로 질문하라고 하고요. 최상위권 학생들에게는 고난도 문제 좀 더 주는 방식으로 진행해요.

수업하면서 어려운 점도 있었나요?
수업 자체는 적성에 맞아서 재밌어요. 어려움은 주말에 수업 많아서 체력적으로 너무 힘든 거랑 성적 압박이요. 물론 강사가 온전히 학생들의 점수를 만들어 줄 수는 없지만, 저는 그걸 신경 쓰며 스트레스받아요.


수업하면서 웃긴 에피소드가 있으면 들려주세요.
제가 학생들한테 “선생님에게 질문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거 알아. 근데 난 진짜로 괜찮으니, 격식이나 예의 같은 거 전혀 신경 쓰지 말고 나한테 언제든지 카톡으로 질문해. 내가 무조건 답해줄게.” 했더니 어떤 애가 카톡으로 질문했어요. 누군지는 몰라요. 카톡 프로필 이름이 점이었고, 프사, 배사, 인사, 존댓말도 모두 없었거든요.


딱 이 한 줄이 왔어요. ‘프롤린의 전자껍질 개수는?’ 퀴즈인가? 학생이 맞긴 한가? 학부모 아닌가? 하면서 황당했지만 일단 질문이 왔으니 답은 해줬어요. ‘두 개’ 반말로 왔으니 반말로 답했죠. 그랬더니 카톡 메시지에 따봉 남기는 거 그거 하나 왔어요. 그리고 범인이 반년 뒤에 잡혔는데 세화고 학생이더라고요.


어떻게 보내도 제가 답은 해준다는 것과 존댓말은 안 써도 되지만 처음 질문할 때 무슨 수업 듣는 어느 학교 누구라고 소개는 하고 질문해 달라는 의도로 개강하는 날마다 이 썰을 풀고 있어요.

강사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결국엔 이것도 서비스직이니까 고객이 만족해야죠. 학생과 학부모 둘 다 만족시키면 제일 좋겠지만은 둘 중에 한 명만 만족시킬 수 있다면 저는 무조건 학생을 먼저 만족시킬 거예요. 돈은 학부모가 내지만 제 수업을 듣는 건 학생이잖아요.


만약에 학생은 만족시켰는데 학부모를 만족시키지 못했어요. 그래서 학부모가 학원 그만두라고 했는데 학생이 저항하지 못하고 끊는다면 어쩔 수 없죠. 근데 ‘싫다. 나는 성로쌤 수업을 듣고 싶다’ 하면 저한테 수업 듣는 거니까요.


학생한테 좋은 선생님은 어떤 사람이라 생각해요?
재밌고 잘 가르치는 사람이요. 교사는 좀 더 전인적 교육을 잘하는 사람일 거고 학원 강사는 일단 지식을 가르치는 사람이니까 그 지식을 더 재미있고 쉽게 가르치는 사람이 좋은 선생이라고 생각해요.

일하면서 언제 제일 보람을 느껴요?
일단 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성적을 잘 받아서 저에게 자랑할 때, 대학 잘 갔을 때 그리고 월급날이요.

이 일을 하면서 힘들거나 아쉬운 점은 뭐가 있어요?
아주 명확한 단점인데 일반 직장인과 패턴이 반대라서 사람들을 잘 못 만나는 거요. 저는 평일에 쉬니까 어디 놀러 가도 항상 한적해요. 그건 좋은 점인데 같이 놀러 갈 사람이 없어요. 친구 결혼식도 못 가본 지가 한참 됐어요. 마지막으로 갔던 결혼식이 코로나 전이네요.

성로님에게 일이란?
지금 하는 일은 돈벌이이자 제 적성에도 맞는 일이에요. 자기 적성에 맞아서가 아니라 그냥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이거밖에 없어서 혹은 들어와 보니 이런 회사라서 일하는 사람들을 숱하게 봐왔어요. 그래서 저는 제 적성에 맞는 일을 하고 있는 게 되게 운이 좋다고 생각해요.

일할 때 부족한 점은 어떻게 보완하시나요?
저는 준비를 더럽게 안 해요. 제 수업 대부분이 즉흥적인 걸로 이루어져 있어요. 저는 부족한 점이 되게 많은데 딱히 그걸 개선할 생각이 없는 사람에 가까워요. 학원에 국어 강사 한 분은 수강생이 천 명이 넘어서 정말 잘 벌어요. 근데 저는 그 정도의 욕심이 있질 않아요.


그래도 강사로서의 목표가 있으시겠죠?

강사로서 저의 목표는 ‘작년보다 나은 선생이 되자’에요. 근데 부원장님이 듣더니 저보고 욕심이 너무 적대요.

과거에 나 해주고 싶은 공부 관련 조언이 있다면
전 이게 최선이라 딱히 후회하지 않아요. 굳이 따진다면은 고등학생 때 수학 공부 좀만 더 열심히 해라. 졸업 못 할 뻔했다. 그리고 카이스트 1학년 때 술 조금만 적게 먹고 덜 놀아라. 장학금만 잘리지 말자, 정도?

마지막으로 과학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사람들이 과학에 관심을 더 쏟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인류를 발전시키니까요. 그래서 베텔게우스가 빨리 터져서 과학 관련 뉴스가 포털이나 신문 1면에 걸리는 희귀한 장면을 보고 싶어요.

사람들이 과학에 더 관심 가질 수 있도록 파격적인 과학 뉴스가 나오면 좋겠어요. 얼마 전에 K2-18b라는 외계행성에서 특정한 화학 물질이 매우 높은 수준으로 발견이 됐는데 그게 미생물의 활동으로만 생성될 수 있는 물질이거든요. 그 행성은 124광년 떨어져 있는 바다로 뒤덮인 행성인데, 나사 과학자들이 거기에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어요. 사람들은 그런 거에 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과학은 인류에 굉장히 공헌하고 있다는 얘기군요.

일론 머스크가 욕을 굉장히 많이 먹지만 저는 머스크 같은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사람들이 인류를 발전시켜요. 로켓이 다시 돌아와 서는 걸 보면서 굉장히 놀랐거든요. 진짜 그거는 제어공학의 정수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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