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과 이론 사이를 조율하는 일

일을 하며 빛나는 사람들 11

by 두유식빵

슈퍼바이저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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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요식업 회사에서 슈퍼바이저 일을 하고 있는 소진이라고 합니다.

현재 맡고 있는 슈퍼바이저의 업무를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회사에서 운영하는 매장들을 관리하고 매장과 본사 사이에서 업무를 조율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회사를 그만두고 우연히 동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는데 갑자기 점장님과 매니저님이 그만두셨어요. 그래서 제가 되게 짧은 시간 안에 한 단계씩 올라가서 매니저도 하고 어린 나이에 점장도 했어요. 저는 카페에서 일해본 적도 없었고 관리라는 것도 해본 적이 없었기에 힘든 것도 많았지만, 이 일이 눈에 보이는 일이라서 좀 더 재미도 느끼게 되었어요.


근데 카페 사업이 레드오션이라 회사에서도 카페에서 음식 장사로 방향 전환하면서 저도 거기에 따라 직군이 바뀌어서 슈퍼바이저를 새로 도전하게 되었죠.


하루 일과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본사로 출근해서 오늘 어떤 지점을 체크하고 어떤 부분을 전달하고 조율해야 할지 확인해요. 그리고 매장에 가서 운영이 잘 되고 있는지 부족한 부분과 개선할 사항은 없는지를 이야기하고요.

매장에 가지 않는 날은 본사에서 다른 부서 직원들과 앞으로 매장을 어떤 방향으로 운영하면 좋을지 회의하면서 현장과 이론 사이를 조율하는 일도 합니다.


몇 개 지점을 담당하시나요?

제가 지금 담당하는 지점은 다섯 군데예요.


매장을 돌며 가장 중점적으로 체크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매출이 어떻게 나오고 있는지와 아침에 오픈해서 재료 준비부터 고객에게 음식을 전달해서 피드백될 때까지 막히는 부분은 없는지를 가장 많이 봐요.


재료가 잘 준비되었는지, 조리는 과정에 맞게 잘 되었는지, 고객에게 잘 전달되었는지, 정말 맛이 있었는지 혹은 맛에 관한 다른 피드백이 있었는지 이런 전체 과정이 균형 있게 잘 흘러가는지 보는 게 저의 가장 큰 일이에요.


소진님도 배달 앱 리뷰를 보시나요?

요즘 되게 희한한 일들이 많아서 제가 담당하는 지점의 리뷰는 많이 봐요. 제가 먼저 보면 그 매장 점장님이나 사장님께 이야기하기도 하고, 본인들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리뷰가 올라왔을 때는 본사에 전달해요. 그래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하거나 조율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어요.


매장 간 공통 문제와 각 지점의 특수한 문제를 어떻게 균형 있게 관리하시나요?

어떤 메뉴를 출시했는데 반응이 안 좋거나 특정 레시피가 현장에서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전 매장에서 공통으로 컴플레인이 들어오면 제가 본사에서 회의할 때 해당 내용을 전달해서 조율을 하기도 해요. 물론 본사에서 의견을 수렴하지 않을 때도 있어요. 그래도 공통 문제는 본사에 공론화하여 해결하는 편이에요.


각 지점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프랜차이즈의 이미지라는 게 있기 때문에 공통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일단 본사의 지시에 따라 달라고 먼저 말해요. 하지만 안 들으시는 분들이 더 많죠. 그러면 제가 상황을 들어보고, 사장님의 말이 논리적이고 괜찮으면 요령껏 제가 눈 감아드릴 수 있는 선에서는 그렇게 해요.


현장에서 일을 하는 분들과 본사에서 이론적으로 접근하시는 분들 간의 관점 차이가 당연히 존재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어떤 사장님의 의견이 중 다른 지점으로도 공유되면 좋을 것 같은 부분은 본사와 협의해서 전 지점에 적용하기도 하고요.


좋은 매니저나 점장을 판단하는 기준이 있나요?

위기 대처 능력이요. 맛이 없다고 하거나 정말 예상치 못한 컴플레인이 들어왔을 때 이것을 어떻게 유연하게 잘 넘길 수 있는지 그런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봐요. 상황을 잘 넘기는 게 매장을 오래 운영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또한, 매장은 동업자, 직원, 아르바이트생도 있으니까 그런 분들과 관계 관리 능력도 필요하고요.


고객 응대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은 무엇인가요?

소신이 있어야 해요. 고객의 말을 전부 다 들어줄 수는 없어요. 아르바이트생이라면 일단 죄송하다고 하기는 해야겠죠. 근데 사장은 컴플레인이 들어오는 부분에 있어서 여기까지는 내가 받아줄 수 있다는 자기만의 기준이 있어야 해요. 선을 넘는 요구는 딱 잘라 안 된다고 말할 줄도 알아야 하죠.


고객 응대에서 가장 중요하게 원칙은 친절일 수도 있고 맛일 수도 있어요. 요소는 사람마다 달라도 사장님이 자신이 정한 기준에 맞춰서 소신 있고 줏대 있게 고객을 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다 들어주는 순간 매장 운영이 안 돼요. 왜냐하면 진상들은 어떻게 귀신같이 알고 다른 데서는 안 그러던 사람도 여기 와서는 다 그러더라고요. 손님한테 너무 불친절해서는 안 되겠지만 또 너무 친절할 필요도 없어요. 우리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지 시중을 드는 게 아니니까요.


컴플레인이 발생했을 때 슈퍼바이저로서 개입하는 방식은 어떤가요?

보통은 각 지점 사장님들이 응대하고, 그분들이 해결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서 본사의 영역으로 넘어오는 문제가 되면 그때는 제가 개입해서 해결해요. 제가 그걸 하나하나 다 신경을 쓸 수는 없거든요.

소진님께 넘어왔던 일 중에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알려주세요.

전화가 왔어요. ‘내가 이걸 먹었는데 덜 익은 것 같아서 식중독의 위험이 있다’라고 하더라고요. 재료 관리, 위생 문제까지 들어오면 본사로 전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그때는 개입해 본 적이 있어요.

어떤 메뉴인지는 밝힐 수 없지만 그게 안 익은 게 아니거든요. 이 고객이 안 익었다고 억지로 우기면서 병원비와 이걸 먹고 탈이 나서 회사에 가지 못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보상도 해달라고 했어요.


포장해 간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며 왕복 교통비까지 물어달라는 일도 있었고, 포장해서 받았는데 개 사료가 한 알 들어 있다는 민원도 받아봤어요. 저희 매장에는 개 사료가 있을 수 없거든요. 근데 고객이 나왔다면서 환불해 달라고 우기면 환불해 줄 수밖에 없어요.


고객의 피드백은 어떻게 수집하나요?

저희 매장들은 배달 위주로 운영이 되다 보니 음식이나 서비스에 대한 피드백은 주로 배달 앱의 리뷰로 확인하고 블로그도 많이 봐요. 홀에서 드신 고객님들은 직접 말해 주시기도 하고요.


그리고 저는 저희 매장 근처를 많이 돌아다니며 매장 근처 카페도 자주 가요. 시장에 있는 매장은 시장을 다니면서 여기 이런 가게가 있다는데 맛있냐고 물어보기도 하죠.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수집하고 있어요.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특별히 하고 있는 일이 있나요?

제 구역이 아닌 다른 매장에 손님으로 위장해서 방문하기도 해요. 그분들은 제 얼굴을 모르니까요. 저희는 또 배달 전문 매장이기 때문에 배달을 시켜서 확인하기도 해요.


제가 담당하는 매장들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방문하는 편이고, 그때 어려운 점은 없는지 아니면 위생 관리는 잘하고 있는지 등을 전반적으로 다 점검합니다.


위생 점검은 얼마나 자주, 어떤 방식으로 하나요?


정기적인 위생 관리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하는데 그건 본사에서 정해진 날짜에 담당하시는 분들이 체크하는 것이고 저는 아무 때나 합니다. 정해져 있는 날에 하다 보면 아무래도 그때 맞춰서 준비하거든요.


저는 수시로 냉장고 열어보고 그렇게 관리하는 편이에요. 특히 저희가 닭요리를 해서 여름에는 식중독 진짜 조심해야 하거든요.


식재료 품질 관리나 유통기한 관리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재료 오픈을 언제 했는지, 유통기한은 언제까지인지를 스티커 붙여서 관리하기도 하고 너무 자주 바뀌어서 스티커가 어려운 경우는 오픈 날짜 정도만 써두기도 해요. 선입선출하면서 위생 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있어요.


매출 관리나 원가 절감도 업무에 포함되나요?

오늘의 매출, 한 달 매출이 어떻게 되는지를 관리하는 것도 제 업무의 일부분입니다.


시즌이나 날씨에 따라 운영 방식이 달라지나요?

특별히 어떤 계절, 시즌을 타기보다는 동네마다 달라요. 오피스 상권이면 평일이 잘 되는데 유흥가 상권이면 주말이 잘 되는 거죠. 6월 초 연휴엔 오피스 상권에 있던 매장보다 주거 지역의 매장이 매출이 더 좋았어요. 그래도 신기한 건 잘 되는 매장은 그 영향을 크게 덜 타요. 매출의 폭이 크지 않아요.


매장을 돌며 “내가 이 일을 잘하고 있구나”라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제가 만나는 사람들이 저를 웃으면서 반겨줄 때요. 각 지점이 장사가 잘돼서 매출이 높게 나오고, 회사에서도 매장 관리가 잘 된다고 느끼면 마음에 여유가 생기잖아요. 그래야 사람이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되고요. 저를 보면서 웃음 지을 수 있다는 게 상대방에게 마음의 여유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척도라고 생각해요. (사실 장사가 잘 안 되는 매장에 가 보면 사장님들 표정이 다……. 뒤는 생략하겠습니다.)

여러 지점 사장님이나 점장님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이 따로 있을까요?

저는 어느 편도 아닌 사람이긴 해요. 어디도 속하지 않은 외로운 존재인데, 그래도 점장님 사장님들의 편을 많이 들어주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그분들이 힘들거나 어렵다고 하는 것이나 해달라고 요청하는 이야기를 먼저 다 들어요. 그걸 끊는다고 해서 나아지지 않기 때문에 우선은 그분들 이야기를 다 듣고 공감해 드려요.


그러고 나서 이런 부분은 이래서 좀 힘들지만, 저런 부분은 이렇게 해보셔도 좋을 것 같다고 설명하는 거죠. 진짜 안 되는 지점까지는 정확하게 말씀드리고 그 안에서는 자유롭게 해 보시라고 많이 해드리는 편이에요.


본인의 리더십 스타일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주변에서 많이 듣기로는 엄마 같다고 해요. 제가 생각해도 그런 것 같아요. 결국 모든 것의 바탕은 마음에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겠지만, 사람을 변화시키는 건 마음에서 시작되더라고요. 그래서 항상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매장 운영에서 ‘위기 상황’이라고 판단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매출이 떨어진 이유가 파악이 잘 안 될 때 가장 어려워요. 잘 되던 매장이 갑자기 매출이 안 나올 때 원인 파악이 되면 그 부분을 해결하면 되는데 원인이 가끔 파악이 안 될 때는 몇 날 며칠 머리를 싸매고 고민합니다.


관리하는 매장에 매출이 떨어지면 소진님께도 타격이 있나요?

어떤 매장의 매출이 높고 낮은지 항상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기에 제가 담당하는 매장의 매출이 상위권에 들었으면 좋겠죠. 하위권에 들게 되면 급여가 떨어진다거나 이런 문제는 없지만 저에게도 압박이 시작되니까요. 물리적인 타격은 없는데 정신적인 타격은 좀 있어요.


소진님을 보면 이 일을 되게 즐기는 듯한 기분이 들거든요. 어떤 점이 매력적인가요?

이 일은 결과가 즉각적으로 드러나서 재미있어요. 제가 좀 더 신경 써서 손님이 되게 많이 오면 매출이 바로 좋아지는 게 보이니까요. 제가 친절하게 하면 손님도 저에게 친절하게 대답해 주시고 이런 식의 피드백이 굉장히 빠르게 돌아오는 직업이라서 매력적이에요.


소진님에게 일이란?

제일 어려운 질문이네요. 비유하자면 등산 같아요. 오르기 전엔 목표 지점이 까마득해 보이고 힘들게만 느껴지는데, 정상에 도달했을 땐 언제 여기까지 온 거지? 싶고 해냈다는 성취감과 뿌듯함이 동시에 느껴지거든요.


이 일을 하며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나요?

해야 할지 말지 잘 모르겠을 땐 일단 하면 된다는 걸 배웠어요. 지르고 보면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저에게 또 하나의 경험치로 쌓이게 되는 것을 알게 되어서 이제는 무조건 하고 봐요.


슈퍼바이저를 꿈꾸는 사람들한테 한마디 해주신다면?

경험을 최대한 많이 해보는 걸 추천해요. 아르바이트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것들을 눈에 담고, 내 일이 아니더라도 ‘이거 해봐도 돼요?’라고 하면서 여러 가지를 해보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한 업계에서만 일을 하기보다는 다양한 업종에서 많은 경험을 쌓고요. 그리고 어디 놀러 가거나 어떤 매장에 방문하게 되었을 때는 이러한 서비스나 제품을 받았을 때 소비자의 관점에서 어떤 생각이 드는지를 기억하는 것도 필요해요.


앞으로의 목표나 꿈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이 직업으로서의 목표는 더 많은 매장을 만들어서 본사의 규모가 지금보다 커지고 저의 역할도 더 많아지는 거요. 그리고 저의 인생으로서는 요식업 쪽은 아닐 수 있겠지만 저만의 사업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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