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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남미-발권의 짜릿함

여자사람의 여행 생각1편

by 별나라



살다보면 무슨 일이든 순식간에 결정되는 순간들이 있다.

오랫동안 결정을 못해 끙끙 앓던 일인데

막상 닥치면 다른 것에 대한 재고의 여지도 없이 순식간에 결정되어 버리고 마는...그런 순간.

아. 이렇게 쉬운 것을... 그리고는 그 결정이 참으로 만족스럽다.

남미로 가는 항공권을 결제했을때 딱 그런 마음이었다.


꿈의 남미.

나는 항상 남미를 반드시 가야 할 이유와 지금 당장 갈 수 없는 이유들을 함께 가지고 살았다.

가야 할 이유보다는, 항상 지금 당장 갈 수 없는 이유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무지하게 비싼 항공권(그당시는 좀 비쌌어요..)과 여행경비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최소 한달은 잡아야하는 그 긴 여행 기간과

그리고 더더 무서웠던건 강도와 소매치기가 판을 친다는....

어쩌면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흉흉한 소문들...

특히 혼자 여행하는 여자에게는 더더더....

버스로 10시간 정도는 옆동네 가는 수준이라는 그 넓디 넓은 땅덩어리를 어떻게 다녀야 할지

그리고 또한 이 땅에서 나를 떠나지 못하게 하는 소소하다면 소소하고 크다면 큰 각양각색의 이유들.


조목 조목 구체적이고 여행 의욕을 팍팍 떨어뜨리는 갈 수 없는, 아니 가서는 안되는 이유들에 비해

그곳 남미를 여행해야만 하는 이유는 너무나도 추상적이고 현실감조차 떨어져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그냥 그저 그곳이 전부터 너무 가고 싶었다는 것. 그곳이 언제부턴가 나의 꿈의 여행지였다는 것.


둘의 싸움의 결과는 너무나 분명했다.

하루에도 열두번 여행 가야 할 이유와 지금 당장 갈 수 없는 이유들이 치열하게 싸웠지만

늘 지금 당장은 갈 수 없는 이유들이 승승장구.


그래. 꼭 지금이 아니어도 괜찮잖아.

더 이상 고민하지 말고 더 이상 싸우지 말고 그냥 이번엔 넘어가도록 하자....

다음에 다음에 또 좋은 기회가 찾아오겠지.

이렇게 결정하고 마음을 추스린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마음이 쏙 드는 항공권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때까지 나와 늘 함께 했던 여행을 떠날 수 없는 이유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나에게 있어 그들은 이미 더이상 고려대상조차 아니었다.

아무 생각도 없이 그 항공권에 빨려들어 요리조리 재고 따지고 할 것도 없이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다듬고 항공권 결제에 몰입.

그 순간 만큼은 여행을 가야만 하는 이유도, 갈 수 없는 이유도 다 필요없었다.

그저 무사히 발권이 완료되기만 바랄뿐.

그래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이티켓이 얼른 내 손안에 들어오기를...

마지막 신용카드 결제버튼을 누르고 핸드폰에 결제금액을 알리는 문자를 받는 그 순간.

휴우~~~~ 긴 안도의 한숨이 쉬어지며

그동안 나를 붙잡았던 모든 여행을 갈 수 없는 이유들은 더이상 존재 가치를 잃게 되었다.


이렇게 쉬운 것을......이렇게 간단한 것을..... 그렇게 오랫동안 고민했단 말이지....

흠... 세상에는 철저한 자료분석과 깊은 성찰^^을 통해 결정할 수 없는 것들도 존재하는 모양이다.

아... 내 결정이 참으로 만족스럽다.


다른건 몰라도 여행에서 만큼은 '저지르는 자'가 승자.

내가 제.대.로, 정.말.로, 큰.일.을 저질렀다!


지금도 여전히 늘 그렇듯 맘에 드는 항공권...그 녀석을 만나면

무언가에 홀린듯...요리조리 재고 따지고 하지 않고

여행의 마력에 빠져들어 항공권을 결제하고 있다...




P1150512[1].jpg @ 이과수 폭포
P1170400[1].jpg @ 장미빗 호수 라구나 콜로라다
P1170624[1].jpg @ 우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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