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연착륙이 목표입니다
좋은 과정은 좋은 결과가 된다
인사고과 시즌과 인사발령 시즌을 앞두고, 굳이 그 바쁜 때 미리 퇴사를 강행한 것은 연착륙을 위한 것이었다. 대리 진급을 앞두고 가져가야 할 짐이 많으면 떠낼 때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것 같았으므로.
우리 팀, 그리고 인사팀과 퇴사 일정을 조율하면서 퇴사를 향한 나의 굳건한 마음이 온전히 전해지지 않았다고도 생각했다. 합해서 5번의 면담과 잘 알아들었다고 한 내 대답이 혹시 머뭇거리거나 아직 고민 중인 것처럼 보였던 건 아닐까 하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방패 삼아 그 모든 여정을 지나와보니 머뭇거린 것 같은 내 태도가 아니라,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긴 시간을 둔 탓에 아무도 마음을 다치지 않았다.
서른 겨울에 퇴사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었지만, 동시에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마음먹은 것을 해낼 거라는 확신과 그 결과를 손에 쥔 다음은 오히려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당장이라도 놀러 가고 싶은 마음은 강해졌지만 다행히 날씨가 쌀쌀해졌다) 이런저런 회사와 나의 이유들로 나의 의원행은 조금 늦어질 것 같다. (퇴직 인사발령 사유에 "의원"이라고 뜨는 탓에, 미리 퇴직한 동기들의 신분도 의원으로 급상승되곤 한다) 글이 길어지는 것은 자기 해명 부분 때문이라는 것을 미리 알린다.
지금까지의 논의로는 내 퇴사가 해를 넘길 것 같다. 내가 퇴사를 한참이나 미리 알린 덕에, 나를 제외한 다른 팀원의 인사고과가 높아졌으며 11월 말에 있을 정기인사발령에 맞춰 나의 자리를 수월하게 채울 수 있다는 보답으로 회사에서도 선을 넘지 않은 한에서 마지막 배려를 하게 될 것 같다. 남은 연차를 소진하고, 한동한 두 사람의 자리에 나 하나가 얹힌 채 2021년을 맞이하고, 새로 생긴 연차를 소모하면서 1월을 보내면 성과급이(백화점의 성과가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으나) 나올 것이고, 퇴직금도 조금이나마 높아질 것이다. 예상보다 조금 더 만들어진 여유 덕분에 어제도 치킨을 먹을 수 있었다. 지코바 순살양념에게 감사를.
좋은 과정은 언제나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삶은 과정의 이어짐이고, 이 과정의 결과가 다른 과정이 됨으로 나는 하나의 과정과 결과에도 최선을 다한다. 4년의 좋은 과정이 주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며, 아름다운 연착륙에 대한 욕심만큼, 부드러운 이륙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