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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I Jun 20. 2022

숲 육아 8년차에 깨달은 것

숲에서 자라는 아이들


또 숲에 다녀왔다.


첫째 아가 시절


첫째 6개월 되던 때부터 숲을 다니기 시작했으니깐

어느덧 대략 숲 육아 8년 차가 된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기질이 그런 건지 환경 때문인 우리 집 아이들은 자연을 너~무 좋아





숲에 도착하면 잠자리 채와 한 몸이 되어 하루 종일 생물 관찰을 한다.


어릴 땐 자연의 온갖 것들을 다 집으로 가져와서 그거 말리느라 진땀을 뺐는데 이제는 채집하고 자연으로 쿨하게 보내줄 줄도 알고.. 많이 컸다.


사실 나는 도시에서 나고 자라 시골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숲에는 각종 곤충(a.k.a 벌레)이 가득하고 언제 어디서 뱀이 튀어나와도 이상할 것이 없는 곳이 바로 숲이다. 게다가 이곳에 있을 때는 전기도, 수도도 도시의 것들과 비교할 수 없이 열악하다. 빨래, 설거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그래도 오랜 시간에 걸쳐 아이들과 함께 숲과 친해지며 이제는 곤충도, 개구리 등 각종 숲 친구들과도 꽤나 익숙해졌다.



점심으로 토마호크 스테이크를 먹었다. 두께가 한 뼘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어마 어마한 두께와 어마 어마한 맛. 우리가 아는 아웃백 스테이크 바로 그 맛이다. 마인 내가 숲을 즐기는 방법이다.






가파른 계곡도 이제 둘이서 착착 올라간다.

어릴 땐 숲에도 위험은 도사리고 있으니 아이들 옆에 붙어있어 주었지만 이제는 아이들 스스로 척척 모든 것 해낸다.




숲 육아의 장점은 스스로 힘을 키워준다는 것이다.




요즘 자기 주도 학습 등 아이들의 자율성이 중요하다는 말이 모든 육아서에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그러면서 자기 주도성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습관'을 잡아주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데 나는 자기 주도의 본질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정신)'에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 주도 학습인데 '자기 주도'인 내적 동기가 빠진 채 부모의 의도에 의해 기계적인 습관으로 앉아 한정된 시간 동안 공부를 하는 게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숲은 자기 주도성을 기르기에 최적화된 환경이다.


놀잇감이나 자극적인 미디어가 없는 자연에서 나무, 풀, 벌레 등 동식물을 관찰하고 나뭇가지, 흙, 돌을 만지며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내고 자연의 변화를 직접 느껴보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저절로 자라나게 된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단단해지면 스스로 무언가를 해내고자 하는 의지 또한 자라나게 된다.


의지가 목표가 되면 학습이든, 생활태도든 모든 면에서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사람이 되는 것 같다.



부모는 자연에서 스스로 아이들이 충분히 관찰하고 느낄 수 있도록 여유 있게 기다려주는 일만 하면 된다.


아이가 자기 인생의 핸들을 직접 잡고 자신이 생각한 방향(도덕적으로 올바른 범위 안에서)으로

자유롭게 항해하도록 해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숲에서 우리 아이들이 하는 것들




무슨 공사인지 알 수는 없지만 사 중







왜 하는지 모르겠지만 할아버지 책 삼국사기 필사







스무 살까지 완성하겠다고 하는 5권짜리 판타지 소설




흙과 삽, 종이와 펜 정도만 있으면

하루 종일 놀거리가 가득한 숲 육아



아이들을 이만큼 키워준 숲이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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