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를 찾기 어려울 때
나는 아픈 것이 아니라 부서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한 살아있음이 행복하다.
칼로의 자화상들은 육체적 아픔이 가져다주는 처절한 절망과 고독은 물론, 그 아픔과 고독의 세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나‧세계’에 대한 절절한 갈망이나 희망까지 담고 있다. 이 두 세계는 모두 내게 각기 다른 ‘아픔들’을 전해온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 아픔들 속에 함몰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는 강렬한 생명의 긍정을 느끼게 한다.
이 삶과 생명에 대한 우리의 엄중한 과제, 그것은 그 어떤 아픔과 절망적 정황 속에서도 끝까지 우리가 부여잡고 있어야 할 ‘생명 긍정의 과제’이다. 그래서 결국 우리 각자의 살아감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삶’이라는 것. 칼로가 그녀의 그 치열성을 통해서 내게 전하고 있는 강렬한 메시지이다.
- 강남순, <배움에 관하여>(2017, 동녘), 19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