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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랑선생 Jan 04. 2024

내 책을 출간해 줄 출판사, 어떻게 찾고 고를까요?

원고 투고할 출판사를 찾는 방법과 기준

 연애 예능 프로그램을 종종 봅니다. 대리만족하듯 설렘을 느끼고픈 기혼자의 순수한 바람이 담겨 있는 행위죠. 그러나 이따금 고도의 인간관계 실험장 보듯 관찰하고 분석하며 프로그램을 시청하기도 해요. 닿을 듯 닿지 않는 관계, 밀고 당기기가 존재하는 관계의 실험 말이죠.


 굳이 <나는 솔로>나 <하트시그널> 같은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되지 않더라도 연애 상대를 찾을 때에는 이런 관계의 화살표 속에서 헤매게 마련입니다. 나는 애타게 바라보는 데 나에게 시선을 주지 않는 상대, 나에게 호감을 표시하지만 정작 나는 마음이 가지 않는 상대. 그래서 누군가는 ‘서로 좋아하는 일이란 기적 같은 일'이란 말을 해요. 낭만적인 어구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연애 감정에 있어 쌍방의 화살표를 이루는 건 확률 낮은 일입니다. 내 짝을 찾는 과정도 지난한 일이 되고는 하지요.


 돌아보면 연애에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에요. 입사 지원을 할 때에도, 이사 갈 집을 구할 때에도 유사한 현상이 벌어집니다. 내가 원하는 상대(회사나 집)와 상대가 원하는 조건이 일치하지 않아 안달 나는 경우가 생기죠.   


 

출판사와 저자 사이의 관계 맺기도 비슷해요. 관계를 시작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고, 쌍방의 화살표가 맞아서 출간 계약을 맺는 일도, 초보 저자에게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가끔은 운이 좋아 행복한 고민에 빠지는 경우도 있어요. 여러 상대(출판사)가 날 원하는 경우가 생기니까요. 한 번은 인스타그램으로 한 이웃분이 질문을 건네셨어요. 여러 출판사에 원고 투고를 했는데 기쁘게도 세 군데의 출판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단 이야기였어요. 세 곳 모두와 미팅을 해보니  서로 조금씩 다른 조건을 내세웠고 편집자가 원하는 책의 방향이나 스타일도 제각각이어서 고민하고 계셨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출간할 곳을 선택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시더라고요.


 물론 이렇게 운 좋은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나에게 맞춤형인 출판사나 편집자가 예비 저자나 초보 저자에게 먼저 연락을 줄 확률은 그렇게 높지 않아요. 종종 브런치 이웃분들을 만나면 ‘열심히 브런치에 글을 올려도 출판사의 연락이 먼저 오지 않는다’며 속상해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좌절이 찾아올 수는 있어요. 그러나 세상의 모든 출판사와 편집자들이 온라인 공간을 샅샅이 훑으며 예비 저자를 찾지는 않아요. 상대가 날 모르면 내가 날 먼저 알리고 어필하는 게 당연한 수순일 수 있어요.


 다만 지난번 글에서 말씀드렸듯 아무 곳에나 무작위로 내 원고를 던지는 것보다, 투고 전에 내 원고의 카테고리와 결에 맞는 출판사를 찾고 고르는 게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투고할 출판사를 찾아봐야 할까요. 운이 좋아 여러 곳에서 출간하자고 연락이 올 경우 선택의 기준을 대체 어디에 둬야 할까요. 간단히 이 선택의 기준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투고하기 위해 출판사를 찾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일단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보고 출판사의 투고 메일 주소를 찾아볼 수 있어요. 오프라인 서점의 코너에서 여러분이 출간하고자 하는 분야의 코너로 가서 베스트셀러나 신간을 둘러보세요. 책의 앞면이나 뒷면 판권 페이지에 '출판사는 여러분의 투고를 기다립니다’라고 투고 메일주소를 친절하게 써놓은 곳이 있을 겁니다. 온라인 서점에서도 관련 책을 내는 출판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해당 출판사의 SNS나 홈페이지를 찾아보시면 메일주소나 투고란이 보일 거예요.

 

제 책 중 한 권의 제일 뒷면 판권 페이지에 쓰인 문구입니다. 이렇게 투고 메일 주소나 출판사 대표 메일 주소가 적혀있는 경우가 많아요.   


 여기까지 말씀드리면 질문을 던지는 분도 계실 수 있어요. 책 쓰기 수업에서, 몇몇 블로그에서 수 백 곳의 출판사 메일 주소를 한 번에 뿌리기도(?)하는 세상에, 좋은 지름길 놔두고  왜 이런 지루하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냐고요. 물론 출판사의 투고 메일 주소를 500개쯤 받아 무작위로 내 원고를 뿌려도 상관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지루한 과정도 가끔 효과를 발휘할 때가 있어요. 자연스럽게 해당 출판사에서 내는 책의 카테고리나 색깔을 파악할 수 있거든요. 제가 지난 글에 말씀드렸듯 내 원고와 결이 맞는 출판사를 고려해 보는 정도의 심사숙고의 과정이 필요해요. 이 과정을 통해 원고의 기획이나 글을 더 책에 적합하게, 정교하게 다듬어 갈 수도 있습니다.



 힘들게 출판사를 찾아 투고를 했더니 기쁘게도 연락을 주는 출판사가 있습니다. 심지어 여러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는 경우가 있지요. 이 경우에 초보 저자나 예비 저자의 경우 경험이 없으니 당황하기도 쉽습니다. 이럴 땐 어떤 출판사를 선택해야 할까요?


 간단한 기본 원칙이 있습니다. 먼저 비합리적인 조건을 내거는 상대(출판사)를 거르는 거예요. 원고가 마음에 든다며 연락해 놓고 엉뚱한 조건을 내세우는 곳이 있어요. 초판 인세를 전혀 주지 않는다고 하거나, 인세 조건을 5% 이하로 이야기하는 경우 말입니다 (제 경우 첫 책의 인세는 7%를 받았습니다) 기획 출판을 약속했음에도 제작비용의 일부를 저자가 부담하기를 바라는 경우도 있고, 저자가 책 몇 부를 의무적으로 사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출판사와 계약하는 건 추천하지 않습니다.


 빨리 내 책을 출간하고픈 애타는 마음, 저도 잘 압니다. 이미 겪어본 감정이니까요. 그러나 이런 출판사를 만나 계약을 하면, 당장은 출간 계약의 기쁨을 맛볼 수 있지만 집필이나 출간 과정에서 더 애타는 일이 생기거나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높아요. 출간된 책의 만듦새에서 실망을 느낄 수도 있고요.


  

합리적인 조건을 내세우는 출판사 몇 곳과 미팅을 했는데 더 큰 혼란이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A출판사는 이런 방향을 내세우고, B출판사는 저런 방향을 내세우는 그런 경우 말이지요.


 경우 정답은 없어요. 사람마다 맞는 연애 상대가 사람마다 다른 것처럼요. 그렇지만 일단 원고에 대한 경험과 애정을 지닌 출판사를 고르는 게 좋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가급적 편집자분이나 출판사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는 걸 추천합니다. 편집자는 단순히 원고를 교정·교열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책의 연출자와 같은 역할을 해요. 삶의 가치관과 궁극적인 방향이 같은 결혼 상대를 선택하는 게 중요한 것처럼 책의 출판 방향에 대한 의견이 일치하고 의사소통이 가능한 출판사를 만나는 게 좋습니다.


 출간될 책의 장르, 방향과 원하는 원고의 결, 홍보 계획이 어떠한지 이야기해 보는 것이 좋아요. 레퍼런스나 샘플이 될만한 책을 미리 생각해 본 다음 언급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원고에 더 많은 애정을 가진 출판사를 대략 알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출판계는 이직률이 높아서 그렇게 애정을 보여준 분이 출간 과정 중간에 일을 관두시는 경우도 간혹 있긴 합니다만;;; )



 어떤 경우엔 출판사 규모 때문에 고민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이 규모가 크고 조금 더 유명한 출판사와 계약하고 싶어 하지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바람입니다. 대형 출판사, 좀 더 유명한 출판사의 로고를 달고 나오는 내 책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큰 곳일수록 더 많은 노하우와 마케팅 실력이 쌓여 있을 가능성도 높고 내 책이 더 주목받을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출판사의 규모가 내 원고나 출간될 책의 운명을 반드시 좌우하는 건 아닙니다. 특히 출판사의 규모가 크면 그만큼 매달 출간하는 책의 종수도 많을 수 있어요. 이 경우 대체로 주력 도서가 한 두권 있어요. 대부분 마케터분들이나 편집자분들이 책을 알리기 위해 애써주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그 책에 마케팅이 더 많이 실리는 경우도 있고요. 출판사 규모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지만 모든 걸 좌우하지는 않습니다. 


여러 곳에서 연락이 온 운 좋은 경우엔 집필 과정이나 출간 이후에 내 책에 애정과 신경을 써줄 만한 출판사인지,  내 책의 색깔이나 결에 맞는 출판사인지를 고려하시는 게 좋습니다. 물론 이렇게 고려를 해도 집필이나 출간 후 홍보 방향에 있어 입장 차이도, 의견 조정의 과정도 생길 수 있어요. 자연스러운 일이니 의사소통이 원활히 될만한 곳과 계약을 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너무 디테일한 팁 같지만, ‘내 원고가 책으로 출간될 경우 어떤 모습이 적합할까’ 상상을 많이 해보는 것도 출판사 선택에 도움이 됩니다. 책은 단순히 텍스트로만 이루어진 매개체가 아니에요. 책의 표지(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책의 제목과 표지가 책의 분위기를 가장 중요한 요소예요), 활자, 일러스트 같은 요소들이 전반적인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영화가 배우의 연기, 의상, BGM 등 다양한 요소로 이루어진 것과 비슷해요.


제 경우 첫 책 투고 전에 이런 결과물을 조금씩 상상하면서 투고할 출판사를 찾아보았습니다. (청소년 교양서 원고를 투고할 예정이었기에 청소년 책을 내는 출판사를 주로 찾아봤지요) 그러나 지금도 원고 청탁을 받거나 출간 계약 후 집필 전에도 편집자가 보낸 출간 기획서를 보면서 상상의 과정을 반드시 거쳐요.


 현실적인 상상을 펼치기 위해서는 시중에 나와 있는 책을 둘러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가령 내 원고가 자존감이나 인간관계에 관련된 자기 계발서라면 시중에 나와 있는 비슷한 카테고리의 책들(유사도서)을 둘러보는 게 좋습니다. 그 책과 똑같은 분위기나 주제의 책을 내겠다는 게 아니라, 이런 책들의 분위기가 어떤지 살펴보고 상상을 해 보는 거죠. 시중에 나와 있는, 내가 쓰고자 하는 책과 방향이 비슷한 도서들을 둘러보면 원고 투고할 출판사가 어디인지 감이 잡히기도 해요.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출판사를 찾고 고르는데도 정답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애타는 마음으로 투고할 출판사를 고르는 데에도, 출간 계약할 곳을 선택할 때에도 내 원고의 특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투고에 당장 성공하지 못해도 쉽게 좌절할 필요는 없어요. 원고의 기획과 방향을 다듬어 가고 시중에 나와 있는 책들을 참고하며 출판사를 찾다 보면 내게 맞는 짝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날 제대로 알아야 좋은 연애 상대를 만날 수 있듯 내 원고를 잘 파악해야 적절한 출간 파트너를 만날 수 있습니다.



투고를 하기 전에 원고 기획 잡는 게 고민이시라면 이 글을 좀 더 읽어보셔도 좋습니다.

https://brunch.co.kr/@aring/165



P.S. 안녕하세요 유랑선생입니다.

아직 제가 근무하는 학교가 방학을 하지 않았어요. 학기말 업무도 조금 밀려있어서 이 공간에 올리는 글이 좀 거친 상태예요. (복직하고 나서 느낀 건데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는 건 역시나 어려운  같습니다;;;;)


다음 주에 방학을 하는데 집 이사가 계획되어 있어서  이 <책 쓰는 마음> 매거진에 글 쓸 시간이 부족할 경우연 <무미건조한 위로> 매거진에 글을 싣거나,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매거진에 이미 출간된 책의 한 꼭지를 실어 올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미리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어쨌든 다음 글은 1월 11일(목)에 발행합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덧. 출간이나 강연 소식이나 명화 카드 뉴스, 독서 리뷰 등은 주로 인스타그램에 올립니다.

유랑선생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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