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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랑선생 Dec 28. 2023

원고 투고는 연애편지 쓰듯    

원고 투고를 할 때 고려해야 할 점

 첫 원고 투고를 하던 때의 설렘이 기억납니다. 홀로 꼼지락대며 새로운 세계에 발을 디딘다는 느낌. 참으로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었죠. ‘20대  마음이 설레면 연애 감정이고 마흔 넘어 가슴이 두근대면 심장병을 의심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 있지만, 적어도 투고했을 때의 감정은 심장병 느낌은 아니었어요. 


 ‘제발 누군라도 원고를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바람을 되새기며 발송 버튼을 누르던 순간도, 수신확인 버튼을 누르며 출판사가 내 메일을 읽었을까 두근대던 때도 기억납니다. 며칠 후부터 오는 상대의 답메일을 보면서 일희일비의 파도를 타기도 했어요. 원고를 더 살펴보겠다는 긍정의 답을 받으면 기쁨에 들떴다가,  매몰찬 거절의 답신에 좌절의 늪에 빠지기도 했고요.

     




 설렘는 과정 끝에 상대에게 기쁨의 답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근 이 '책쓰는 마음' 매거진에 글을 쓰면서 다시 이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브런치 이웃분들을 만나면 많이 듣곤 했던 질문입니다. 출판사에 원고 투고를 하는 예비 저자들이 품을 만한 의문이기도 하고요. 


 사실 저는 이미 예비 저자의 관점에서 원고 투고의 요령에 대한 글을 몇 번 쓴 적이 있습니다. 이번엔 조금 더 출판사의 입장을 고려해 답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함께 책 작업을 했던 편집자분들 몇 분께 투고에 한 질문을 드렸죠.

     


  전 적지 않은 편집자분들과 손발을 맞춰 봤지만 원고 얘기 외에 개인적인 질문을 많이 던지는 저자는 아닙니다. 제가 살면서 가장 두려워하는 게 ‘주변에 민폐 끼치는 느낌’이에요. 현재 수년 만에 복직하면서 업무 파악이 아직도 잘 되지 않아 주변에 민폐를 두루두루 끼치고 있지만, 아무튼 글 쓰는 일을 할 때에도 주변에 민폐를 끼치는 게 싫어 말을 많이 던지지 못하는 스타일입니다.


사실 글 다루는 직종이라 그런지 편집자분들은 정다운 분들이 많아요. 질문을 건넸을 때 친절한 정중한 답을 건네주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출판사는 대체로 늘 바쁘죠. (마감이 닥친 월말이면 특히 그렇습니다)  저도 편집자분들과 자주 연락하고 더 친근한(!) 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이런 이유로 개인적인 질문이나 농담 같은  잘 던지지 못했습니다. 함께 작업하면서 친해진 분들께도 마찬가지인 편이에요. 기껏해야 ‘이건 이렇게 써도 괜찮을까요?', '마감 일주일만 늦춰도 될까요?(비굴)'  정도의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한참 고민하다가, 평소에 연락이나 안부 주고받는 편집자분들 서너 분께 질문을 던졌습니다. 출판사에 투고로 들어오는 원고 중에 출간에 성공하는 확률이 얼마 정도 되냐고요.     


 간단한 답이 돌아왔습니다. 투고 성공률이 1~2% 정도라는 얘기였어요. 당황했습니다. 일단 제 브런치나 인스타 이웃분들 중에는 원고 투고로 출판사에서 책을 낸 분들이 꽤 많습니다. 그래서 그보다 성공률이 훨씬 높을 거라 생각했는데 바로 혼란에 빠졌습니다. 이렇게 투고 성공 확률이 낮으면, 그렇다면 내가 이 연재를 통해 원고 투고에 대해서 어떤 팁을 줄 수 있을까? 그 팁이 유용한 것이 될 수 있을까? 고민이 되더라고요.     





 고민하던 중에 함께 작업한 적 있던 편집자 A부장님이 희망의 답을 메일로 주셨어요.  (참고로 A부장님이 계신 출판사는 30~40년 정도 된, 책 좋아하는 분들은 이름 들으면 누구나 아실 만한 출판사예요) 출판사에서 투고 원고를 한 번씩 쭉 훑어보기는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투고로 출간되어 큰 성공을 거둔 책이 간혹 있기도 해서 ‘숨겨진 금맥 찾듯’ 원고를 찾아본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출판사의 성격이나 기획의 방식 차이에 따라서, 투고 원고를 신중하게 보는 회사도 있을 거라는 얘기도 이어졌습니다. 더불어 투고 원고를 살필 때 어떤 점을 보는지 몇 가지 기준을 더 알려주셨어요.


 첫 번째 기준은 '투고하고 있는 출판사에 대한 고려'였습니다. 자신이 투고하고 있는 원고와 출판사에 대한 최소한의 고민이 없는 경우 대다수 읽지 않고 거른다는 얘기였어요. 무작위로 원고를 투고하는 사람이 지나치게 많기 때문에 생긴 기준이었습니다. 가령 학습서나 자기계발서만 내는 출판사에 에세이 투고를 하거나 그런 일이 꽤 많다는 겁니다. 물론 그런 원고도 출판사 상황이나 원고의 질에 따라서 운 좋게 출간이 될 수 있지만, 출간 가능성이 조금 줄어드는 건 사실입니다.


 투고 메일을 여러 곳에 보내면서 ‘함께 보내기’로 티 나게 보내는 경우도 제법 많다고 해요(이건 다른 출판사 편집자님들도 공통적으로 했던 이야기인데, 책 쓰기 학원에서 공통으로 보내는 것 같은 비슷비슷한 원고는 대다수 보지 않는다고 하셨어요). 비유하자면 연애를 하고플 때 사귀고 싶은 사람 아무한테나  '함께 보내기' 기능을 사용해 고백 메일을 보내는 것과 비슷한 행동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런저런 블로그를 방문하며 본문에 상관없이 ‘유익한 글 잘 읽었습니다. 제 글도 찾아와 읽어주세요’라고 영혼리스한 똑같은 내용의 댓글을 남기는 블로거들과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고요.

     


 물론 이게 절대 해서는 안 될 행동 같은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어떤 출판사와 손을 잡고 책을 내고 싶다면 해당 출판사가 어떤 책을 내는지 파악하고 연구하는 정도의 고민이 필요해요. 온라인 서점에 가서 내가 출간하고자 하는 카테고리의 책을 많이 내는 출판사를 찾아보거나, 투고하고자 하는 출판사가 있다면 이전에 냈던 책을 잘 들여다보는 과정이 있으면 좋습니다.   


 사실 에세이라는 카테고리의 책을 출간하더라도 출판사마다 결이 조금씩 다른 경우도 있긴 합니다. 자기 계발서에 가까운 에세이를 많이 내는 출판사, 그림 에세이를 많이 출간하는 출판사도 있습니다. 글쓰기나 독서 등 등 특정 주제에 대한 에세이를 많이 내는 출판사도 있고요. 살펴보면 내 원고의 결에 유독 잘 맞는 출판사가 존재해요. 물론 그 출판사에만 원고를 보내라는 건 아닙니다. 실제로 에세이, 실용서, 학습서 등 다양한 책을 내는 종합 출판사도 많고요. 그래도 투고를 하기 전에 내 원고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 결에 맞는 출판사가 있을까, 고민하는 과정을 거치는 게 도움이 됩니다.  


저 역시 원고 투고를  때, 또는 어떤 출판사에서 원고 청탁을 받을 때에도 반드시 그 출판사가 이전에 출간한 책들을 살펴봅니다. 해당 출판사의 책을 인터넷 서점에서 둘러보거나 읽어보고, 편집자 분들께 메일을 보낼 때 그 책들에 대한 언급을 해요.  -실제로 제가 글쓰는 카테고리와 같은 책을 내는 출판사라면 이미 제가 눈여겨봐두거나 참고로 읽어둔 책도 많습니다.- 이건 몇 년 간 책 쓰는 일을 하면서 제가 경험으로 쌓아온 최소한의 예의와 정성 같은 거예요. (편집자분들도 저자에게 원고 청탁을 할 때 그 사람의 전작들을 살펴보고 언급하면서 메일을 주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중에 집필을 할 때 도움이 되기도 하고요. 


 내가 하고픈 말을 마구잡이로 쏟아놓기보다 함께하고자 하는 상대에게 먼저 관심을 기울이는 거지요. 당연한 얘기지만, 나에게 정성껏 원고와 메일을 보내고 배려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든 그 상대에게 한번쯤 더 관심을 두게 마련이에요. 편집자나 투고 담당자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투고 성공률과 큰 관련이 없을 수도 있지만) 편집자들은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정성을 들이는 직업인들이기도 하니, 해당 출판사에서 만든 책에 관심을 기울인 투고자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경을 써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번째 기준은 타깃 독자에 대한 고민입니다. 출판사에 들어오는 원고의 절반 이상은 해외여행을 했던 이야기나 해외 경험에 대한 에세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물론 이런 이야기도 충분히 책을 위한 원고가 될 수 있습니다. (잘 살펴보면 제 첫 에세이인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도 해외 생활을 할 때 썼던 글을 엮은 책입니다)


 그러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더라도 최소한 내 이야기를 ‘누가’ 들어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특히 책으로 내고자 하는 원고라면 타깃 독자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느냐를 생각하면서 원고를 쓰시는 게 좋습니다. 이를테면 인간관계에 대한 원고라면 관련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안’을 안겨주고자 하는 원고인지, 인간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팁을 주로 주고자 하는 원고인지 충분히 생각해보시는 게 도움이 돼요. 


 

제 경우 첫 명화 에세이인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을 쓸 때는 '위로와 공감'을 독자에게 주고 싶다는 바람을 품은 채 원고를 집필했어요, 두 번째 명화 에세이인 <그림의 말들> 같은 경우에는 삶에 대한 작은 조언이나 용기를 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원고를 엮고 썼고요. 비슷하게 명화를 다룬 에세이고 독자는 눈치채지 못하더라도 원고의 결은 아주 미묘하게, 조금씩 방향이 다를 수 있습니다. 커다란 줄기와 방향을 기억하면서 원고를 기획을 하고 집필하면 글길을 덜 헤맬 수 있습니다.       


 실용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령 내가 쓰고픈 원고의 타깃 독자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학부모라고 상상해 볼까요. 대상이 어떤 정보를 원할까, 어떤 내용에서 내 글이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질문을 던져 보는 거예요. 자녀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학부모라면 유치원 생활과 초등학교 생활이 어떻게 다른지, 자녀에게 학교 입학 전에 가르쳐야 할 일이 무엇인지 등등이 궁금하겠죠. 이런 점들을 유의하면서 타깃과 목차를 잡으면 훨씬 더 독자에게 의미 있는 원고가 됩니다.                 





 종합하자면 내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들어줄 사람(독자)이 누구인지, 그리고 내 이야기에 맞는 출판사는 어디인지 최소한의 고민과 고려가 필요합니다. (사실 출판 트렌드나 흐름에 대한 이야기도 편집자분들이 하셨는데, 그 얘기는 기회가 되면 다시 글로 옮기겠습니다) 그 출판사와 당장 일하거나 손을 잡지 못하더라도, 훗날 언젠가 다음 글을 쓸 때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적어도 출판사 입장에서 볼 때, 해당 출판사의 책에 관심을 가지고 메일을 보내준 예비 저자, 자신의 원고가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고픈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제대로 파악을 하고 메일을 보낸 투고자에게 매정하게 굴기는 어렵겠죠. 설레고 기쁜 답을 받고 싶으시다면 상대에 대해 먼저 파악하고 연구하고, 정성을 기울이는 행위가 필요합니다.  

     


원고투고를 위한 작은 TIP

1. 투고를 할 때는 출판사 메일 주소로 ‘출간기획서’와 ‘원고(샘플원고)’를 첨부해 보내는 것이 기본이다. 메일 본문에는 간략하게 원고나 저자에 대한 소개를 하면 좋다. 더불어 메일 본문만 읽어도 투고자가 기계적으로 아무 곳에나 투고하는 사람인지, 원고나 출판사에 대한 고려나 배려를 하는 사람인지 느낌이 온다고 하니, 이 부분을 신경 쓰는 게 좋지 않을까. 
 
2. 반드시 그런 건 아니지만 출판사는 대체로 월말과 연말에 바쁘다. 사정상 투고 담당자가 따로 있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바쁜 상황으로 투고 원고를 제 때 보지 못하거나 답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3. 내가 투고하고자 하는 원고의 카테고리가 무엇인지 (에세이인지 실용서인지, 교양서 인지 등등) 그리고 카테고리의 책을 내는 출판사에 무엇이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고 투고하는 게 좋다.

4. 출판사들은 출간 일정을 1년 후나 적어도 수 개월 후까지 잡아놓는 경우가 많다. 투고 원고를 출간한다면, 그 일정의 틀을 비집고 출간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이렇게 보면 원고 투고 성공률이 높지 않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쉽게 좌절하지는 말자.     


원고 투고에 대한 다양한 팁을 알고 싶으시다면 아래 글을 참고하셔도 좋습니다.


https://brunch.co.kr/@aring/98

https://brunch.co.kr/@aring/152




안녕하세요 유랑선생입니다. 오늘은 투고에 대한 글을 써봤는데 새벽에 글이 잘 나오지 않아서 글투를 조금 바꿔보았습니다. 저는 지금도 여러모로 시간 빈곤자고, 역시 마감을 향해 달리고 있지만(1월 초중순에 원고 마감이 조금 있어요) 그래도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습니다. 수면 부족에 시달릴 때도 있지만 건강도 나름 잘 지키며 지내고 있습니다. 


이 글 읽어주시는 여러 분들께서도 1년 동안 고군분투의 일상을 보내느라 모두들 고생 많으셨을 거라 생각해요. 모쪼록 건강하고 편안하게 연말 마무리하고 새해 맞이하시길 빌어요 : ) 더불어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 글은 1월 4일(목)에 발행합니다.


덧. 출간 소식이나 강연, 집필 근황, 명화 카드 뉴스 등은 주로 인스타그램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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