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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랑선생 Aug 08. 2024

부정적 생각에서 벗어나는 방법

 인터넷에서 재미있는 짤을 본 적 있다. 신이 나를 만들 때 어떤 특성을 넣었을지 그 조합을 살펴보는 그림. 자기 관찰을 은근히 도와주는 그림 아닐까 싶다.



 

 가끔 질문을 던진다. 나란 인간을 만들 때 신은 어떤 걸 많이 넣었을까? 왠지 내 경우엔 자기 객관화 능력을 잔뜩 넣어줬을 것 같다. 메타인지라 불리는 것. 글을 쓸 때도 꽤 쓸모가 있다.


 물론 좋은 영역만 쏟아부었을 리 없다. 가끔 생각한다. 나란 인간을 창조할 때 실수로 비관주의와 냉소주의를 잔뜩 쏟아부은 건 아닐까.  겉으로 티 안 내려 노력은 하지만, 내 마음속 이 두 녀석의 힘은 제법 강력하다.


 두 요소를 잘 조절하며 지내려고 노력했다.  냉소와 비관의 덩어리가 커질수록 부작용이 크다는 걸 아니까.  때로는 밖으로 삐져나와 주변의 소중한 이들을 기운 빠지게 만들거나 상처를 주기도 한다. 스스로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걸 익히 경험해 본 바다.  그래서 이 녀석들의 영향권에 놓이지 않으려 노력을 한다.


 그래도 가끔은 회의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헤어나오지 못할 때가 있다. -머리속 전체를 장악할 때도 가끔 있고- 갑자기 모든 일을 비꼬고 싶어 진다거나 부정적 생각으로 가득 차는 순간이다.


안온하게, 편안한 시절을 보내온 듯 느껴지는 누군가를 만날 때 그렇다. 편안하게 자랐을 거라 추측되는 사람을 볼 때 시니컬한 마음이 솟는다. 얄팍한 지레짐작도 한다. 저 사람은 해맑게 웃을 만큼 편안하게 살아왔겠지? 일찌감치 사는 게 녹록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내 유년기와 달리(어릴 때부터 이런저런 집안 풍경을 보 사는 게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저 사람은 결핍 같은 건 모르고 살아온 게 아닐까? 


알고 있다. 내 명백한 착각임을. 즐겁고 행복하고 안온한 서사만 밟으며 살아온  인간이 세상에 있을까?  모든 사람은 자신의 전장에서 크고 작은 전투를 치른다. 잘 알고 있음에도 마음이 서늘해질 때가 있다인생 초기 값은 사람마다 왜 이리 다른 걸까 의문을 던질 때. 내 초기 값이 별로니까 어차피 노력해도 별 소용없다는, 대책 없는 비관주의에 이르는 순간도 있다.  


 생각의 퍼레이드를 이어가다 보면 갑자기 신이 아니라 어린 시절을 탓하게 된다. 혹시 모든 게 내 인생 초기 경험 때문 아닐까. 내 쓸모에 집착하는 성향도, 갑작스런 비관주의가 마음에 찾아오는 특성도. 삶의 초기 값이 내 인생 전반을 쥐고 흔드는 건 아닐까? 

    


생각의 닻 내리기, 앵커링 효과


  부정적 생각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때면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란 걸 떠올린다. 행동경제학과 심리학에서 등장하는 개념이다. 우리 말로는 닻 내리기 효과 한다. 배가 정박지에 닻을 내리면 아무리 파도가 치고 물살이 거세져도 고정되어 그곳을 떠날 수 없듯, 첫인상이나 초기 정보가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좌우하는 경향을 말한다.


 간단한 예가 있다. 백화점 세일 기간을 생각해 보자. 40만 원의 할인가로 판매하는 코트가 있다. 코트의 가격이 비싸다고 여긴 소비자가 가격표를 본다. 옷에 붙어 있는 원래 가격표를 보니 이 코트의 원래 정가가 150만 원이다. 어마어마한 할인율에 놀란 구매자는  파격세일 상품을 집어 든 채 계산대로 향한다.


같은 상품이라도 오른쪽 가격표가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이렇게 우리가 어떤 선택이나 판단을 내릴 때, 처음 접한 정보, 첫인상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앵커링 효과라 한다.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기준 값이 입력되면 그 기준점이 다음 선택과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프린스턴대 명예교수인 대니얼 카너먼은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간단한 실험을 했다. 여기 에베레스트 산에 대해 정확한 정보가 없는 실험 참가자들이 있다. 이 집단을 둘로 나누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첫 번째 집단에는 에베레스트 산이 600m(2000피트) 보다 높은지 낮은 지를 물은 뒤, 에베레스트 산 실제 높이가 얼마일지 추측해 보라고 질문했다.


다른 집단에는 에베레스트산이 1만 3700m(4만 5000피트) 보다 높은지 낮은지 질문한다. 그 뒤 에베레스트산의 실제 높이를 물었다. 첫 번째 집단은 에베스트 산 높이를 평균 2400m로 꼽았고, 두 번째 집단은 1만 3000m로 대답했다. 두 집단 간 숫자가 상이하다.  


 실제 에베레스트산 높이는 얼마일까. 8800m다. 그러나 두 그룹의 응답자들은 첫인상으로 제시된 '600m'와 '1만 3700m'라는 숫자에 기반해 에베레스트 산의 높이를 추정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초기에 제시된 숫자가 일종의 닻이 된 것이다.


 인간의 심리에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첫인상 효과를 기업은 마케팅에 적극 이용한다. 앞서 말했듯 할인 전 정가와 할인가를 가격표에 나란히 적는 건 앵커링 효과를 노린 전략이다. 고객이 어떤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기준(=할인 상품의 정가)을 제시하여 행동을 이끄는 것(할인가로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부정적 생각에 얽매일 때


  초기 값과 첫인상이 생각의 프레임을 결정하는데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지, 앵커링 효과는 말해준다.


 이따금 내 머릿속에 내려진 닻을 생각해 본다. 삶의 초기 값이 극복 가능한 건지 까마득한 마음이 들 때. 결박된 듯 한 곳에 마음이 사로잡혀 벗어나지 못하는 순간. 누구나 이런 시기를 만날 수 있다. 어린 시절의 상처, 따돌림당한 기억, 첫 실패의 아픔이 닻으로 내려져 부정적인 생각이 찾아올 때다. 


이 생각의 틀을 벗어나는 방법이 있을까.


 첫 단계는 단순하다. 마음의 닻 내리기 때문에 잘못된 지점을 서성이고 있단 사실을 인지하는 것. 가령 과거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은 사람은, ‘인간관계를 맺는 건 상처만 안기는 일이고 사람을 너무 가까이하면 안 된다’란 사고방식에 사로잡힐 수 있다. 그 결과 마음의 문을 닫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벗어나려면 알아차리는 수밖에 없다. 인생의 초기 값 때문에 내가 어떤 착각 중인지 깨닫는 게 첫 번째 스텝이다.

 

   내 마음이 서성대는 지점을 새롭게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어린 시절의 결핍도, 실패의 아픔도 아무 짝에 쓸모 없어 보이지만 가끔은 쓰임새가 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에 공명하는 최적의 길이니까 -나만 해도 그런 걸 글 소재로 활용 중이고-.


 때때로 비관과 냉소란 함정에 빠질 수 있다. 부정적 생각에 휩싸일 때도 있다. 누구나 그런 순간을 맞이한다. 그렇지만 시야를 넓힌다면, 시선을 조금만 바꾼다면 새로운 지점에 마음의 닻을 내릴 수 있다. 




안녕하세요 유랑선생입니다.


오늘은 닻 내리기 효과에 대한 얘기를 해보았습니다. 우리의 마음과 머릿속은 생각보다 쉽게 착각에 빠진다는 생각을 해요. 그 사소한 착각 때문에 터널에 갇힌 것처럼 시야가 좁아질 때도 있고요. 저도 자주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기억과 생각은 수정 가능하고, 우리 마음도 다양한 곳에 닻을 내릴 수 있다는 말씀을 드려보고 싶었어요. 과거의 상처를 보듬고 쓰다듬는 건 좋지만, 과거가 모든 일을 결정한다는 결정론적 사고를 갖는 건 위험하단 생각을 가끔 합니다.


그리고 제가 하반기에는 목요일 오전에 글을 발행하는 게 조금 어려울 것 같아요. (상반기부터 밤새면서 글을 쓰니 건강에도 일상에도 무리가 와서, 아무래도 기본 생활 유지하면서 글 쓰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일요일 오후 정도로 시간을 옮기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그래서 다음 글은 8월 18일(일요일)에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글 읽어주셔서, 늘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요 : )



덧. 출간이나 강연 소식이나 명화 카드 뉴스, 독서 리뷰 등은 주로 인스타그램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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