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첫 키스

널 이제 조금씩 놓아주는 시간이 다가오는구나

by ARIN

창 밖을 보니 비바람이 세차다.

우산 없이 학교에 간 아이들 생각에 시계를 보니 학교 마칠 시간이다.

우산 두 개를 들고 아이들 학교에 마중을 나갔다.

10분 거리인 막내 학교로 달려 전화를 했더니 벌써 학원에 도착했단다. 빠른 녀석.

첫째에게 전화를 하니 받지를 않는다. 이 녀석도 늦을까싶어 열심히 밟아 학교 정문에 도착해 전화를 또 걸었다.

"어 엄마. 왜요?"

"비 와서 우산 주려고. 어디니?"

... 말 없는 아이. 뭐지?

"엄마 나 벌써 학교에서 나와서 친구랑 있는데 근처예요 내가 학교 앞으로 갈게요. 기다려"

그리고 10분 뒤 차 창문을 두드리는 아이.

헉!

아이는 상기된 얼굴에 립스틱이 번진 모습이었다.

창문을 내리고 우산을 전하며 그 짧은 순간 많은 생각으로 혼란스러웠다.

분명 남자 친구와 키스를 한 모습이다.

그냥 보내야 할까? 화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난 우산을 집어 들고 막 뒤돌아서는 딸을 화난 어투로 불렀다.

"차에 잠깐 타볼래"

차에 타서 동그랗게 눈을 뜨고 딸아이가 왜 불렀냐 묻는다.

"입 좀 봐. 정리하고 가"

난 콤팩트를 주며 입을 가리키고는 바로 정면으로 시선을 피했다.

거울로 확인한 아이는 당황하며 화장품으로 번진 립스틱을 지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용히 내려선 아무 말 없이 사라졌다.


집으로 향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온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 해도 내 눈엔 여전히 아기 같은 딸이 어느덧 자라 남자 친구와 키스를 하다니...

복잡한 심정에 집에 와서도 한참을 울었다.

그런데 현관문이 열리고 큰애가 들어왔다.

"엄마 죄송해요..."

아이도 눈가가 붉게 부어있는 게 울었나 보다.

그런 아이를 꽉 안아주며 내 마음을 전했다.

"딸... 엄마가 정말 우리 딸 크는 만큼 커져야는데 아직 마음이 아이 같은 딸에서 멈춰져 있네. 쿨하고 멋진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왜 그런지 섭섭하고 소중한 우리 딸을 뺏긴 거 같고 엄마를 떠나는 거 같아서 너무 속상해"

부둥켜안은 손에 힘이 들어가졌다.

"엄마 아니야... 난 어디도 안가. 많이 놀랐죠? 나도 나도 많이 놀라서 아까는 어떻게 할 줄 몰랐는데... 너무 죄송해요"

늘 딸이지만 의지되고 든든했던 착한 내 아기

좀 천천히 커주면 안 될까?
내 품에 조금만 더 있어주면 안 될까?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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