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날이 다가온다... 또르르
대만의 월급날은 매달 10일이다. 집세와 같은 렌트비는 보통 5일, 각종 공과금은 15~20일이 납부일이다. 전기세는 1,3,5,7,9,11월, 물세는 2,4,6,8,10,12월 이렇게 격월로 부과된다.
남편은 20일이 지나면 유독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집세, 가게 렌트비, 직원 월급, 전기세, 물세, 통신비, 게다가 영업세라는 세금까지 이 모든 것이 월 매출에 달렸기 때문이다. 20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이 모든 것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사실이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사업을 할 때 본래 생각한 비용보다 3배는 더 많아야 버틸 수 있다는 말이 나온 걸 거다.
옆에서 바라보는 사장님의 삶은 꽤나 각박해 보였다. 한 회사의 일개 직원으로 일할 땐 '사장 왜 저래?', '왜 나한테 이런 거 시켜?'라며 입술을 삐죽였지만 이제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다. 솔직히 사장님 입장에서는 직원들이 일을 하지 않는 모습을 가만히 보기 힘들다. 택시 미터기 마냥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알바에게 줘야 하는 돈도 점차 늘어나기 때문이다. 일이 바쁘면 모르겠는데 손님이 없어서 직원들이 일을 못할 때면 그들에게 뭐라 할 말도 없다. 숨이 턱턱 막힌다. 괜히 사장보다 많이 받는 직원이 있는 게 아닌 듯하다. 사장님은 애가 타는데 시간은 무심히 잘도 흐른다.
한국에서도 최저 시급이 8350원으로 올라가면서 직원 없이 사장님이 직접 모든 일을 다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최저임금은 오르는데 장사는 계속 안 되는 형편에서 직원들의 급여를 맞출 수는 없어서다. 근로자들이 원하는 대로 시급이 1만 원대가 되면 자영업자들은 정말 삶을 포기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지난 2019년 3월에 발표된 통계청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2018년 장사를 하다가 인건비 부담 등으로 상황이 악화돼 아예 문을 닫은 자영업자는 2만 1880명으로 전년(1만 2342명)보다 77.3%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쯤 되면 퇴사하지 말고 오히려 직장에서 '존버'하는 게 낫지 않나 싶다.
'퇴사하겠습니다'하고 멋지게 회사를 나왔다가 다시 회사로 들어가는 사람들도 종종 목격되곤 한다. 그들을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일을 하든 안 하든 우리는 생활하는 데 돈이 드는데 말이다.
더는 버틸 수 없어서 가게의 문을 닫으면 생활은 나아질 수 있을까?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 혹시 마음의 병만 얻고 사회로 나오고자 하는 의지까지 사라져 버리는 것은 아닐까? 분명 규칙적인 월급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고, 지금도 일반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들보단 많이 버는 것 같은데 왜 사장님은 행복하지 않을까?
오늘도 흐르는 눈물을 참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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