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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프 Nov 16. 2019

우리와 함께 갑시다

쇼미더머니가 아니다. 거래처 선정 얘기다.

내 가게를 마련했고 인테리어도 다 됐는지? 여기에 함께 일할 직원까지 고용했다면 이젠 주방에서 사용할 기물을 준비하고 식자재를 공수할 차례다.


한국이라면 금방 해결될 일이지만 말도 안 통하는 해외에서 무엇부터 사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먼저 주방에서 사용할 기물부터 구입하기로 했다. 


#주방 기물 및 기기 마련하기

서울치킨의 주 메뉴가 프라이드치킨인 만큼 튀김기는 꼭 들여놔야 했다. 한국에는 폐업한 식당이나 카페에서 사용하던 기물만 모아 판매하는 중고 시장이 존재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중고 사이트, 중고 매장을 찾기 힘들었다. 페이스북 커뮤니티가 있긴 했지만 스마랑에는 프라이드치킨을 하는 레스토랑이 KFC 외에는 없었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종류의 튀김기를 찾기가 힘들었다. 


오랜 검색 끝에 인도네시아에서 주방기기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레스토 마트(restomart)'를 찾았다. 인도네시아 전역에 다 있는 건 아니고 수도인 자카르타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만 자리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스마랑에는 매장이 있었다. 그곳에서 원하던 튀김기를 찾아 구입하기로 했다. 가격은 1500만 루피아(한화 약 130만 원). 한국에서 중고로 60만 원이면 살 수 있는 튀김기를 두 배나 더 주고 사야 했다. 속에서 천불이 났지만 그렇다고 한국에서 들여 올 순 없었다. 기계값보다 운송 비용이 더 나오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될 게 뻔해서였다. 게다가 인도네시아 세관은 엄청 까다롭다. 한국에서 인도네시아로 올 때 그릇을 비롯한 몇몇 집기를 구입해 우편으로 보냈는데, 그릇에 멜라민 성분이 들어있다며 소포를 다시 한국으로 반송해버렸다. 이 곳에서 새 물품을 구입하는 건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인도네시아 세관은 사업에 관련한 물품만 검열하는 게 아니라 심지어 질소 처리된 과자도 다 뜯어 놓는 통에 눅져서 먹을 수가 없었다.) 


반면 대만은 한국과 상황이 비슷했다. 주방 기기를 전문으로 하는 중고 사이트, 중고 매장이 있어서 튀김기를 비롯한 주방 기물을 구입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섬나라여서 그럴까. 국내에서 생산되는 자재가 없다 보니 공산품의 가격이 많이 비쌌다. 대부분이 일본 제품이었고 가구류의 경우 한국에서 들여오는 게 더 싸게 먹힐 정도다.




#현지 식자재 공수하기

해외에서 식당을 할 때  가장 중요한 항목은 식자재다. 레시피가 있어도 그 속에 들어가는 재료 하나를 구하지 못하면 맛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에선 닭고기와 각종 채소가 필요했다. 그것도 할랄(Halal) 인증을 받은 것으로.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 최대 다수의 무슬림 국가로 국민의 약 90%가 이슬람교를 믿는다. 할랄 음식이 아니면 손님이 와도 먹지 않을 게 뻔했다. 식자재를 공수하고자 현지인 파트너와 함께 시장으로 갔다. 프라이드치킨을 할 때 닭고기의 사이즈가 중요한데, 튀김기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적당한 크기, 무게의 닭이 필요했다. 시장에서 만난 계육업체에게 필요한 닭의 사이즈와 무게를 설명하고 공급해줄 수 있는지 물었지만 그들은 우리의 요구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 본 적도 없어서였다. (8피스, 10피스 사이즈로 잘라진 닭고기는 KFC나 맥도널드에서만 찾아볼 수 있었다.) 사진을 보여주며 현지인 파트너가 최대한 설명해 계육업체로부터 원하는 사이즈의 닭고기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 계육시장에서는 원하는 닭을 이야기하면 바로 잡아 준다. 그날도 그랬다. 봉지 속에 무심하게 담긴  닭에선 아직 온기가 느껴졌다. 그 뜨뜻함은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다. 게다가 머리도 달려있고, 발도 그대로 달려 있는 상태였다. (한국에서는 버리는 부위이지만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에서는 닭의 머리와 발을 이용해 요리한다.) 이 말인즉슨 닭고기를 받을 때마다 초점 잃은 눈, 힘없이 늘어뜨린 발을 매번 봐야 한다는 걸 뜻했다.(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이것도 나중엔 익숙해지긴 했다..) 업체와 전화번호를 주고받고 배달 가능 여부를 확인한 뒤 거래를 텄다.


힘들게 거래처를 찾았지만 레스토랑을 오픈 한 뒤에도 닭고기 수급에는 매번 문제가 생겼다. 당시 우리의 오픈 시간은 오전 11시로 미리 준비를 하려면 닭고기가 최소 9시까지 배달되어야 했다. 그런데 이 시간이 잘 안 지켜졌다. 심지어 오픈 시간이 11시인데 11시 30분에 갖다 주는 날도 있었다. (이럴 때마다 진짜 미친다...)


채소는 그나마 상황이 나았다. 시장에서 매번 채소를 구입하며 얼굴을 익힌 뒤, 마음에 드는 업체로부터 채소를 배달받아 사용했다. 채소의 경우 사장님과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관계만 잘 맺으면 가장 좋은 상태의 물건을 알아서 챙겨 보내준다. 심지어 오후에도 갖다 달라고 하면 갖다 준다. 하지만 한 번 틀어지면 소용없다.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좋은 제품을 주지 않는 게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성향이다. 


한국 식자재의 경우 전 세계 어디에나 있는 한인 슈퍼를 이용했다. 자카르타에서 기차로 배달받아 사용했는데 때문에 여유시간을 두고 주문해야 했다. 한국 식자재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서 일명 '쟁여놓기'를 해야 했다. 


대만에서는 본업이 농부인 집주인 아저씨의 덕을 많이 봤다. 닭고기를 공수할 때도 아저씨가 동양에서 3번째로 큰 계육 업체를 찾아주고 현지 언어로 우리의 상황을 전달해주어 수월하게 닭고기를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만에서 닭은 주로 탕을 끓일 때 사용하는 터라 크기가 커도 너무 컸다. 아무리 큰 업체라고 해도 우리가 원하는 크기의 닭을 매일 공급받을 순 없었다. 사장님이 요령껏 맞춰 사용해야 했다. 


게다가 쉬는 날도 많다. 식당은 주말이나 휴일에 쉬지 않는데, 공급 업체는 쉰다. 갑님이 따로 없었다. 서울치킨에서는 냉동육이 아닌 생고기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점은 큰 걸림돌이 되곤 했다. 구정과 같은 긴 휴일(대만을 비롯한 중화권의 구정 연휴는 최소 10일이다)이 되면 닭고기 수급이 되지 않아 가게를 열고 싶어도 열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곤 했다.    


반면 대만의 채소 수급은 어렵지 않았다. 채소의 퀄리티가 좋고 업체도 정말 많았다. 게다가 우리에겐 농부인 주인아저씨가 있었다. 아저씨가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해 좋은 곳을 알아서 찾아 준 덕분에 거래를 수월히 할 수 있었다. 주인아저씨에게 감사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일이 하나 쉽게 풀리면 다른 일이 생기기 마련, 거래처 선정이 끝났다고 모든 일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또 다른 스펙터클한 사건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IMG CJ E&M 쇼미더머니 전시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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