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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프 Nov 14. 2019

내 가게를 부탁해

사장님이 직접 할 수 없는 일도 있다.

바로 인테리어다.


한국의 인테리어 기술이야 너무 완벽해서 예산만 있다면 실현 못할 것이 없지만, 인도네시아나 대만이라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일단 인도네시아에서는 사장이 현장에 있어야 한다. 눈치를 볼 사람이 있어야 공사가 진행이 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 지인의 부모님이 은퇴 후 인도네시아에서 살 계획으로 주택을 구매했다. 짐은 차차 옮길 생각으로 먼저 인테리어 업체에 시공을 맡기고 한국으로 돌아갔는데, 6개월 후 다시 방문해보니 공사가 아무것도 되어 있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6개월간 그곳에 머물며 공사 현장을 매일 확인한 끝에야 모든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6개월이면 끝날 공사가 1년에 거쳐 끝이 난 것이다. 쓸데없이 들어간 비용도 비용이지만 흘러간 시간은 누가 보상해 줄 수 있겠는가. 그런데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처음 인도네시아 스마랑에 레스토랑을 오픈할 때는 비용 절감 차원에서 인테리어를 따로 하진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점차 흐르고, 손님들이 늘어나자 공간 확장이 필요했다. 1주일 동안 가게 문을 닫고 공사를 하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뭐 여기 좀 고친다고 일주일이나 걸려?'라고 할 정도의 시공이었지만 이 곳에서는 인부 6명이 투입되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공사가 진행됐다. 드릴 소리에 머리가 종일 울렸지만 들은 얘기가 있어 현장을 비울 순 없었다. 남편과 함께 공사 기간 내내 그곳에 머물며 먼지를 마시다 보니 내가 일을 한 건 아닌데, 저녁이 되면 막노동이라도 한 듯 피곤해 지쳐 쓰러지기 일쑤였다. 매일 밤마다 칼칼해지는 목은 덤이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공사가 끝이 났다. 총 한화 500만 원의 비용을 들여 인테리어를 새로 했지만 결과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본 게 많아서, 눈이 높아져서 그럴 거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렇다고 직접 셀프 인테리어를 할 순 없는 일이었다. 이미 가게는 오픈한 뒤였고, 장사를 잠시 멈추고 1주일의 시간을 내어 한 공사였기 때문이다. 손님들과 약속한 기한이 다 되었고 하루빨리 다시 영업을 재개해야 했다. 우리에게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대만에서는 가게 오픈 전에 인테리어 시공을 하기 시작했다. 이전에 집으로 사용하던 공간이었던 만큼 곳곳에 손봐야 할 곳들이 눈에 띄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시공 완료 시일까지 1달, 시공 비용으로 25만 대만달러(한화 약 1천만 원)가 든다고 했다. 인도네시아의 일용직 일당이 한화 3만 원이었던 것에 비해 대만의 일용직 수당은 2000 NTD(한화 7만 6천 원), 2배 높았다. 그래도 하루 일당이 15만 원인 한국에 비하면 저렴한 편에 속했다.


하지만 인테리어처럼 주인 맘대로 안 되는 게 또 있겠는가? 공사가 한창이던 어느 날 덕트 후드 공사를 해야 한다며 디자이너로부터 연락이 왔다. 대만은 친환경을 지향하기 때문에 식당을 할 경우 반드시 공기정화기를 설치해 연기를 배출해야 한다는 거였다. 이를 지키지 않은 채 영업을 하다 발각되면 영업 정지를 당할 수도 있다고 했다. 생각지 못한 시공비가 지출되었다. 처음에 한 달을 이야기했던 시공기간은 환풍 설비 공사를 비롯해 생각지 못한 필수 공사들이 더해져 후에야 끝이 날 수 있었다. 한화 약 1천 만 원을 이야기했던 시공비 역시 늘어난 공사 기간만큼 더해졌고 결국 37만 대만달러(한화 약 1420만 원)가 청구됐다.    


인도네시아와 비교했을 때 인테리어는 훨씬 깔끔하게 잘 나왔지만 그래도 완벽하게 마음에 들진 않았다. 추가 비용이 있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테리어 시공 비용은 한국이나 대만이나 인도네시아 할 것 없이 어딜 가나 비싸다. 아니 비싸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인테리어에 대해 잘 아는 사장님은 거의 없고, 셀프 인테리어를 진행하지 않는 한 온전히 남에게 맡길 수밖에 없어 더 비싸게 느껴지는 것일 테다.


어쨌든 인테리어도 잘 마무리되었다. 이제 사장님이 직접 나설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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