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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프 Nov 14. 2019

구해줘 홈즈

장사할 때 목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대만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시식회를 우여곡절 끝에 마치고, 본격적으로 레스토랑을 열 자리를 찾아 나섰다. 이미 인도네시아에서 한 번 데었던 터라 이번엔 좀 더 좋은 자리를 찾고자 했다. 이 글에서는 인도네시아와 대만 편으로 나눠 내 가게를 낼 때 확인해야 할 사항들을 언급하도록 하겠다.  



#01 인도네시아의 경우 

앞서 말했듯이 인도네시아에서는 외국인이 자신의 이름으로 사업장을 낼 수 없다. 현지인이 외국인을 채용하는 방식으로 비자를 받아야 일을 할 수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는 인도네시아 현지 파트너와 함께 회사를 세웠고, 이를 통해 체류 비자를 받았다. 그런데 회사를 세우기 위해서는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게 있었다. 바로 부동산 계약서였다. 


이에 현지인 파트너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임대부터 회사 설립, 내부 인테리어 공사까지 모두 이루어지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리고 그 불길한 예감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2014년 6월에 임대 계약을 한 뒤 11월에야 가게를 오픈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일단 현지인 파트너에게 스마랑 시내에서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찾아 달라고 부탁했다.  


오랜 시간 끝에(독촉 끝에라고 해야 맞겠다) 그는 몇 장의 사진을 보내왔다. 카페였던 곳인데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집이라고 했다. 기차가 지나는 건널목에 위치해 있어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고, 식당이 많은 길이라고 했다. 사진상으로 보기엔 있을 게 다 있어 보였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연단 위로 계약을 한다. 월세로 다달이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 1년 단위로 계산하며 계약은 보통 2년씩 한다. 그래서 처음엔 큰돈이 들어가게 된다. 


가게를 계약한 뒤 회사를 설립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외국인이 인도네시아에 머물 수 있는 체류 비자가 나왔다. 입국 후 드디어 찾은 가게. 그러나 실제로 마주한 가게는 오랫동안 상상했던 것과 달랐다. 


유동인구가 많긴 하지만 사람이 머물기보다 지나가는 길에 더 가까웠고, 배수시설이 좋지 않아서 비만 왔다 하면 홍수 수준으로 물이 불어나 문턱까지 물이 차올랐다. (이게 웬 쌍팔년도 얘기냐고 하겠지만 진짜 거짓말 안 하고 2017년에 바지 걷어 부치고 물 퍼내기도 했다.)  그뿐인가. 임대료를 내는 건 우린데, 가게 앞에 떡하니 포장마차 2개가 대문을 기점으로 좌우에 위치해 장사를 하고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가게를 계약할 때 간이식당이 자리 잡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아서 이런 말도 안 되는 공생(?)을 해야 했다. (자국민 보호가 이런 걸까나?)  


이 모든 것은 그곳에서 6개월 이상 거주한 뒤에 알게 된 것들이었다. 가게 오픈 전에 시간을 내어 현지인과 함께 돌아다니며 장소를 보았다 하더라도 알 수 없었을 것들이 인도네시아에는 너무 많았다. '골라도 이런 델 골라!'라며 동업자의 눈을 뽑아버리고 싶었던 때가 한 둘이 아니었지만 파트너의 눈을 믿은 것은 우리였고, 후회해봤자 이미 늦어 버린 후였다. 


그래도 만국 공통으로 통하는 공식은 있었다. 맛이었다. 맛집이라는 소문이 나니 현지인들이 서울치킨을 알아서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후 동네도 같이 부흥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있었던 하사누딘 지역은 한 때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던 곳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도시가 개발되면서 돈 좀 있다 하는 사람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한 상태였다. 몇몇 맛집만 남아 명맥만 유지하던 하사누딘 지역에 서울치킨이 들어선 이후 몇몇 레스토랑과 카페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서울치킨 효과였는지 증명할 수는 없지만 처음 레스토랑을 시작했던 때의 모습과 인도네시아를 떠날 때의 모습이 달라진 것만은 확실했다. 비록 우리 부부는 비자 문제로 인해 가게가 가장 성업 중 일 때 그곳을 떠나야 했지만 서울치킨 스마랑은 지금까지도 같은 자리에서 이전의 명성을 이어 나가고 있다. 


#02 대만의 경우


인도네시아에서는 중소도시에서 레스토랑을 했고, 불편했던 점들을 느꼈기에 대만에서는 수도인 타이베이에 가게를 내었으면 했다. 그런데 직접 돌아다녀보니 타이베이의 집값, 부동산 값이 장난 아니었다. 서울은 저리 가라 할 수준으로 이들의 대졸 신입사원 평균 월급이 한화 100만 원인데 비해 원룸 스튜디오 형태의 집 월세가 한화 50만 원을 웃돌고, 가게 임대료는(10평 기준) 지역에 따라 한화 150만 원에서 700만 원까지 차이가 났다.


대만에서는 자리가 있다고 해서 다 식당을 할 수 없다. 그 공간이 무슨 용도로 등록되어 있는지 부터 확인해야 한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타이베이의 융캉제 거리에서 마음에 드는 공간을 찾았고, 월세가 비쌌지만 워낙 자리가 좋기에 무리해서라도 입점하고자 했다. 그런데 임대인은 그곳에선 식당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건물 위층이 다 집이고, 그 주변이 주거지역으로 등록되어 있어서 자칫 냄새가 날 수 있는 식당은 들어설 수 없다는 거였다. 실제로 그곳 주변은 다 카페, 혹은 옷가게 밖에 찾아볼 수 없었다. 


예산 내에 마음에 드는 장소를 찾기도 힘든데, 그곳의 용도까지 일일이 확인하다 보니 타이베이에서 마땅한 곳을 찾기 정말 힘들었다. 가게를 연다 하더라도 비싼 세에 비해 규모가 작아서 월세나 낼 수 있을까 하는 현실적인 부분들이 걱정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가격이 마음에 들면 공간이 작았고, 위치가 마음에 들면 식당을 할 수 없는 곳이 많았다. 


그러다 현지인들이 타이베이에 사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직장은 타이베이에 있어도 사는 곳은 교외 지역인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도 직장은 서울이지만 수원, 경기 지역에서 출퇴근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였다. 


타이베이가 아닌 교외 지역으로 눈을 돌리자 현실 가능성 있는 곳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중 한 곳이 타이베이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이란현 뤄동진이란 곳이었다. 이 곳은 야시장으로 유명한 곳으로 현지인들 이 주말여행지로 많이 찾는 곳이었다. 1시간 거리일 뿐인데 집값은 타이베이의 1/4이었다. 똑같은 예산으로도 타이베이보다 훨씬 더 크고 쾌적한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자 머릿속에서 다양한 시나리오가 펼쳐 쳤다. 이 곳으로 거취를 정하는 것이 소규모 자영업자가 내릴 수 있는 현실적인 결론이었다.    

 

뤄동진에 머물면서 가게 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땡볕 아래 땀을 있는 대로 흘리며 세가 난 곳을 모조리 싹 다 뒤졌다. 마땅한 자리가 보이지 않아 부동산에 들어가 도움을 청하기도 했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아 소용이 없었다. (타이베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가 가능한 반면, 뤄동진에서 영어 할 줄 아는 사람들을 찾기 쉽지 않았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걸어 다니다가 한 곳이 눈에 들어왔다. 야시장 근처 주거지역에 위치한 집이었지만 주인이 업종변경등록을 해놓아 사업장으로도 사용할 수 있었다. 게다가 임대인은 독일에서 유학을 한 터라 영어 또한 가능했다. 이 곳은 본래 집이었기에 큰 주방을 지니고 있었다. 주방이 있는 집을 찾아보기 힘든 대만에서 이건 굉장한 이점이었다. (대만의 집에 주방이 없는 이유는 날씨도 더운데 집에서 요리까지 하면 더 덥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대만의 외식 문화가 발달했는지도 모르겠다.)


별다른 고민할 필요 없이 이 곳을 계약하기로 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크지 않았지만 주방과 1층에 화장실(손님용이 될)이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했다. 휴우 드디어 자리가 마련됐다. 이제 남은 것은 인테리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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