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실 개를 좋아한다.
대만으로의 이주를 결심하고 '서울치킨'(이전 글을 보면 알겠지만 우리 부부는 인도네시아에서 한식 프라이드치킨 레스토랑을 운영했었고 대만으로 이주를 준비 중이었다)의 메뉴 테이스팅을 현지인 대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사용하던 식자재를 사용할 수 없기에 기존 레시피를 모두 다시 현지 스타일에 맞게 만들어야 했다.
테이스팅을 선보일 장소는 대만 현지 친구의 집이었다. 룸메이트를 비롯 총 10여 명의 사람들이 초대되었다.
현지 시장에서 필요한 재료들을 구입하고, 튀김 반죽 및 소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화력이 센 전문가용 가스레인지가 아닌, 그저 국이나 끓여먹을 수 있을 정도의 가정용 가스레인지로 튀김요리를 해야 한다는 점, 튀기기에 적당한 크기의 닭이 없었다는 점(인도네시아나 대만 모두 한국처럼 균일한 사이즈와 무게를 지닌 닭고기를 팔지 않는다.) 등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한 둘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가게를 오픈하기 전 테이스팅 하는 과정은 필수이기에 부담을 안고 시식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모든 준비가 끝이 났고, 약속 시간이 되자 손님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푸짐하게 차려진 음식을 보고 손님들은 '와'하며 소리를 질렀고,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치킨 조각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왔다...
갑자기 테이스팅 얘기를 하다가 웬 개 이야기냐고 하겠지만 대만 사람들의 애완동물 사랑은 각별하다.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사람을 보고 '어머 아기가 자나?' 하고 들여다보면 개가 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현지 친구 역시 유기견을 키우고 있었다. 그 개(성별: 여)는 이전 주인에게 폭행을 당한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었기에, 비가 오는 날이면 유난히 불안해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개가 집을 나갔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고, 대문은 살짝 열려 있었다. 그렇게 개는 자취를 감췄다.
순간의 일이었다. 친구는 패닉에 빠졌고, 여기저기 개의 행방을 찾아다녔지만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몇 개월이 지나고, 그 개의 존재가 주변인들에게 잊혀 갈 무렵, 개가 집으로 돌아왔다. 하필이면 그 날에...
룸메이트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있는 그 자리에 개는 자기 집으로 돌아왔다. 이 정도면 개가 안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손님들은 음식이 맛있다고 한 마디씩 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모두의 시선은 돌아온 탕자, 아니 개에게로 쏠렸고 1에서 10까지 준비하느라 고생한 남편에게는 돌아온 것이 없었다. 이도 저도 아닌 반절의 승리...
이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이 과연 잘한 결정인 걸까?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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