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노트> 독후 감상문
독서만큼 글을 쓰는 행위는 세기를 통틀어 강조되어 왔다. 글을 쓰고 기록을 하는 것이 4차 산업 혁명 시대에도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단 몇 초 만에 방대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그러나 쉽게 얻은 정보는 그만큼 쉽게 휘발된다. 눈으로만 본 정보는 그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게 된다. 뇌를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들을 기록하면 내 것이 된다. 그것이 지식이든, 아이디어든, 생각이든 상관없다.
기억을 되새겨보니 나도 기록을 꽤 좋아했다. 매년 새로운 다이어리를 살 때의 그 설레는 감정은 아직도 선명하다. 빳빳한 다이어리에 매일 만난 사람과 내 일과를 기록하다 보면 다이어리는 어느새 손 때 묻은 특별한 일기장이 되어있었다. 아이를 키우며 집안에 살림이 부지기수로 늘어나다 보니 그 귀한 기록들을 전부 버리고 더 이상 쓰지 않게 되었다.
육아 10년 차, 저서를 읽고 기록에 대한 욕망이 꿈틀댄다. 시대에 맞게 현재는 기록하는 수단도 조금씩 변화되었다. 지금처럼 온라인에 주로 기록을 남기는 일상이다. 온라인에 기록을 남기면 부피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큰 장점과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 하나로 가볍게 기록을 남길 수 있다.
단순한 생각으로 머물다가 흩어질 '잡생각' 조차도 매일 기록하면 고민의 실마리를 풀 수도 있고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기록은 작문처럼 거창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다. 기록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 기록을 권유하면 난제에 부딪힌 듯 노트 앞에서 눈만 껌뻑인다. 기록은 단순하다. 문장의 마침표조차도 필요 없다. 이마저도 어렵다면 키워드만 남기는 연습을 해보자. 매일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 그 모든 것을 메모해 본다. 기록은 매일의 나를 남기는 일이다. 누적된 기록들은 훗날 고지에서 멀리 내다보는 거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매일 내면에서 무수한 생각을 한다. 그 많은 생각은 내가 꺼내지 않으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내면에 귀 기울여 생각을 명시화하면 비로소 생각은 내 삶에 존재하게 된다. 잠자는 잠재성을 기록으로 깨워야 한다. 생각은 누구나 하지만 실행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이 이와 같은 이유다. 오늘 내가 기록한 것들이 훗날 나를 변화시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