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 쓰리> 서평
많은 여성들은 출산과 동시에 일과 육아의 기로에 놓인다. 그녀들은 정답 없는 고민을 끝도 없이 한다. 일을 선택했지만 워킹망은 온전히 일에만 전념할 수 없다. 아침마다 아이와 등원 전쟁을 치를 때면, 아이가 아플 때면 그녀들을 생각한다. '내가 선택한 길이 맞는 것인가?' 육아를 선택한 전업 맘 또한 마찬가지다. 매일 소속감을 품고 당당히 거니는 워킹맘을 볼 때면 집에 있는 자신이 초라해진다. 남편의 월급만으로는 통장의 잔고가 늘지 않을 때 전업맘들은 생각한다. '파트타임 알바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나는 출산과 동시에 전업맘의 길을 선택했다. 아이를 출산하면서 사회의 경력도 단절되었다. 아이를 돌보는 일은 퇴근이 따로 없고, 휴가도 물론 없다.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느낌이 폭풍처럼 왔다가 갈 때면 한없이 초라해졌다. 자기중심적인 사고로 자신의 말만 나열하는 아이들 곁에서 품위 있는 어른들의 대화를 갈망하기도 했다. 나도 힘든데 아이들은 모든 감정을 나에게 오롯이 쏟아부었다. 편안하고 안락했었던 공간이 지옥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조금도 쉴 수가 없었다. 세상은 달려가는데 나만 제자리에 서 있는 느낌이 들었다. 비생산적인 나는 사회적으로 무가치한 존재나 다름없었다. 직업을 포기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어쩌면 어떤 사회적인 업무보다 힘들 수도 있다. 위에 나열한 것처럼 퇴근이나 휴가가 없으며 제일 중요한 것은 금전적인 보상이 없다는 것이다. 명성과 사회적 인정과도 한참은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전업맘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가정주부는 가족의 영웅이 되는 것이며 아이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는 것이다. 아이 덕분에 어린 시절을 다시 한번 사는 멋진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니 어쩌면 가장 큰 보답일지도 모른다. 아이의 눈으로 삶을 바라본다면 새로운 삶이 보일 것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내가 낳은 세 명의 아이를 엄마인 내가 돌보지 않으면 그 누가 돌본단 말인가. 경력 단절은 잠시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에게는 엄마와의 안정적인 애착과 사랑이 깊게 베여있다. 그 깊은 사랑을 자양분으로 아이들은 자라날 것이며 나는 두고두고 그 시절을 꺼내며 행복이란 감정을 곱씹을 것이다. 워킹망과 가정주부 그 어느 선택이 좋고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엄마의 삶에서 그 열정을 어디에 쏟느냐는 것이다. 열정을 쏟을 대상을 선택해야 한다. 열정이 있는 삶은 노력할 목표가 생기고 이로써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가면서부터 비로소 오전의 내 시간이 생겼다. 오전 시간에는 미래를 위한 공부를 하고 아이들이 하원한 후에는 아이와 시간을 보낸다. 저녁에는 따뜻한 집밥에 정성을 기울인다. 나는 현재 이 세 가지에 편향하고 있다. 엄마로서, 미래의 나를 위해 균형 잡힌 시소를 타고 있다.
워킹맘이라면 일과 삶을 구분해야 한다. 워킹맘은 일과 가정의 시소를 타는 사람들이다. 큰 그림을 볼 수 있어야 일과 삶의 균형을 잘 잡을 수 있다. 일과 삶의 전반의 요구는 늘 파도처럼 변하기 때문에 격일 또는 한 주 단위로 큰 균형의 목표를 세워두면 좋다. 어떤 것에 집중하듯 자신 있게 시소를 타는 것, 이것이 픽 쓰리의 핵심이다. 삶이 일 쪽으로 기운다고 걱정하지 말아라. 근무 시간에는 일에만 전념해 자신 있고 재미있게 시소를 타는 것이다. 퇴근 후 아이와 따뜻한 사랑을 나누고 맛있는 밥을 같이 먹어라. 이보다 좋은 균형은 없다.
저서는 육아에 관련된 책은 아니다. 내가 선택한 일에 집중하기 위해서 중요한 것만 남기고 다른 모든 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 법을 전달한다. 이로써 삶의 궁극적인 균형을 이룰 수 있다. 인생을 구성하는 요소인 일, 수면, 가족, 건강, 친구 중 오늘 중요한 세 가지를 선택하고 그것에 몰입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균형을 이루는 방식이다. 멀티태스킹, 워라밸(워크 앤 라이프)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완벽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일에 몰두하여 좋은 성과를 받고, 애인과 진실한 사랑을 나누고, 가정에 충실하고, 아이를 잘 돌보며, 적절한 수면을 취하고, 하루에 60분씩 건강을 위한 운동을 하며, 질 좋은 음식을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우리는 완벽하지 않아도 되고, 완벽할 필요도 없다. 오늘 중요한 것 세 가지만 집중해서 일과를 해낸다면 미래에 나는 성공에 가까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