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엄마가 공부하는 이유> 서평
출산하고 나니 9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30대에 처음으로 생긴 자유 시간은 운동으로 채웠다. 아이를 키우며 늘어날 대로 늘어난 뱃가죽을 보고 있으니 가장 시급했던 건 운동이었다. 요가를 지도했던 기억들을 되새기며 수련을 하며 삶의 활력을 되찾았다. 읽기가 한참 잘 되는 요즈음 쓰기까지 시작해서 오전의 일과가 빠듯하다. 그렇게 고팠던 수련의 시간을 버릴 만큼 지금으로서 읽고 쓰는 것이 가장 값진 시간이다. 거기에 미래를 위한 자격증을 수단으로 한 강의까지 청강하고 있으니 시간이 빠듯하게 흘러간다. 이제야 내 이름 석 자를 찾은 기분이랄까. 아이를 키우는 양육과는 또 다른 행복이다.
육아에 전념했던 시기에는 그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 여겼다. 매일 먹이고, 놀고, 치우고, 씻기고, 정리하고, 재웠다. 아이들과 남편 총 네 명의 치다꺼리는 지루했지만 나로 하여금 안정감과 기쁨을 얻어 가는 그들을 보며 나도 행복하다 여겼다. 아니 정말로 행복했고 그 행복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가족에서 느끼는 이 행복은 과연 영원한 것인가?
아이들은 예상보다 빠르게 크면서 엄마의 손길을 점점 필요로 하지 않는다. 초등학교 3학년이면 거의 다 키운 거라고 하니 나도 조금 있으면 아이들에게 내밀 손길이 없어지는 것이다. 나는 아이들의 엄마이기 전에 내 이름이 있었다. 남편의 아내이기 전에 내 삶이 있었다. 남편의 아내로 사는 것은, 아이들의 엄마로 사는 것은 타자의 인생에 조연으로 사는 것이나 다름없다. 양육과 가정에 소홀히 하자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엄마의 헌신을 필요로 하는 시간은 길어야 10년이다. 10년 후 아이의 등만 보며 살 것인가?
아이가 성장해서 엄마의 품을 떠나도 무료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 남편이 경제력을 잃어도 쓰러지지 않을 힘을 길러야 한다. 내 인생을 아이와 남편이 아닌 다른 그 무엇으로 채워야 한다. 그 누구도 뺏어갈 수 없고 훔쳐 갈 수도 없는 진짜 '내 것'을 채워야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54세에 모나리자를 완성했고, J.R.R. 톨킨은 62세에 <반지의 제왕>을 출간했다. 빅토르 위고는 60세에 <레미제라블>을 발표했고, 코코 샤넬은 71세에 패션계를 평정했다. 공부하기에 늦은 나이란 없다. 10년 후를 상상해 보라. 지금 늦었다며 망설이는 일은 10년 후에도 절대 하지 못할 것이다. 10년 후의 나보다 지금은 10년이나 어리다. 10년이란 시간은 무언가 이루기에 넉넉한 시간이다. 10년 후를 그리며 매일 공부해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지금도 변명을 늘어놓으며 공부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간절함이 없는 것이다. 배부른 호랑이보다 굶주린 맹수가 더 무서운 법. 내일의 나는 지금 내가 무엇을 공부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언제나 시작은 어렵다. 책 한 소절 읽지 않았던 나 역시 그랬다. 출산을 준비하며 읽었던 히프노버딩은 임신 기간 내내 들고 다녔지만 끝내 마지막 페이지를 읽지 못했다. 우연히 접한 육아 서적 한 권을 몇 달에 걸쳐서 완독 한 후 책을 한 달에 한 권씩 읽었다. 이제는 의무감이 아닌 재미를 찾아서 서가에서 듬뿍 책을 가져온다. 읽기로만 끝나던 독서는 지금처럼 쓰기로 확장되었다. '책을 읽는 것이 무슨 공부냐'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지금 내 미래를 위한 길라잡이들을 빼곡히 마음에 새기는 중이다. 책을 읽고 나면 해소되지 않은 갈증으로 다른 책을 또 읽게 된다. 긍정적인 연쇄반응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차곡차곡 쌓인 내면은 나의 사고를 확장시키고 먼 훗날의 나는 분명 큰 성장을 이룰 것이다. 단기 속성으로 공부는 절대 얻을 수 없다.
공부에도 투자가 필요한 법. 시간과 노력 그리고 돈을 투자해야만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있다. 아이가 등원한 오전 무료함을 달래줄 스마트폰과 넷플릭스 그리고 불필요한 사교모임을 끊어라. 미래를 위한 투자라 생각하며 배움에 대한 지출을 사용하라. 내 돈이 들어가면 먼저 배우는 나의 태도부터 달라진다. 무료 강좌들은 그만큼의 정보가 담겨 있다. 무료가 나쁘다는 이분법적 사고로 접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유료 강좌가 듣고 싶은데 본전이 생각나 망설이는 자가 있다면 배움에 있어서 아끼지 말라는 얘기다.
오늘부터 시작해 보자. 나를 위한 공부. 아이도 남편도 아닌 오직 나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