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앞서가는 7가지 통찰> 서평
시대의 흐름을 읽을 때 경제와 문명의 사이클이라는 대전제를 살펴보아야 한다. 지금 시대는 경제의 전환과 문명의 전환이 동시에 일어나는 대전환기다. 그중 경제 사이클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성장과 안정 그리고 전환이라는 세 단계가 끊임없이 반복된다. 약 2000년부터 세계 경제는 전환기 시대에 직면했다. 전환기 시대는 어제까지 있었던 일들이 오늘은 없어지면서 갑자기 경험하게 되는 일이 당연한 시대다. 하루 단위로 바뀌는 오늘날 어제에 얽매여 있는 사람은 도태될 수 있다. 시대의 흐름을 인식하고 구별해야 한다. 현재 우리는 '변화에 대응하는 일'보다 '변화를 만들어 내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 시대의 변화를 통찰하는 힘이 필요한 것이다. 스마트폰이라는 니즈가 없었던 인류에게 혁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건넨 스티브 잡스처럼 말이다.
중세 유럽 사회로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크리스트교를 빼놓을 수 없다. 중세 사회는 크리스트교가 모든 권력을 지배하는 구조였다. 신의 계시로 갑자기 처형을 받는 당사자는 이해할 수 없어도 받아들여야 했던 객관성이 부재된 사회였다. 중세 유럽 사회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다음 시대에 가장 중시된 가치는 객관성이었다. 산업 혁명을 맞이한 다음 시대는 자료를 객관적으로 수치화하고 숫자가 이성적인 사고를 지배했다. 숫자로 객관화한 현대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사고방식이다. 일반적으로 관행된 객관화에 수십 년 전부터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학과 숫자를 지지하던 사람들은 비인권적인 노동착취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일에 대한 분노로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약 200년 전 중세 시대의 폐해에 과학적인 증명으로 객관화를 외치던 움직임과 사뭇 비슷하다.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사회의 객관성만 따라가면 개인 생활의 풍족함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사회의 양상이 크게 바뀌었다. 사회적 분포도에서 중간을 차지하는 계층이 빈곤층으로 몰락한 시대의 국민들은 꿈틀대기 시작했다.
고도성장기에는 노력하면 그 누구나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을 수 있었다.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었던 시대였다. 경제 성장이 멈춘 지금은 '노력하면 결과는 반드시 뒤따라온다'와 같은 신뢰가 무너졌다. 지금 사회는 노력한 만큼 결과를 되돌려 받는 사람이 매우 한정적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돌아오는 보상에 만족하지 못한다. 고도성장기에는 노력한 만큼 보상이 따라줬고 그 보상은 만족이라는 개인의 행복과도 맞물렸다. 고도성장기는 결과를 중시해도 괜찮은 패러다임이었던 것이다. 지금 사회에서 결과를 중시하면 국민들은 금방 무너지고 말 것이다. 노력과 그에 따르는 대가가 결코 비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날 MZ 세대들은 '바로 지금'을 소중히 여긴다. 결과주의나 미래주의적 사고가 아닌 '지금 기쁜 것', '지금 행복한 것'처럼 현재를 중시하는 생각이 시대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목표를 달성하는 일보다 현재 자신의 행복이 훨씬 중요한 것이다.
마음 챙김과 선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지금', '여기'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 동양 사상과 문명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시대는 '결과 중심'에서 '과정 중심'으로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전환은 '고 스펙'에서 '고 인성'의 이행과 닮아있다. 실리콘 밸리에서도 최근 'Virtue'라는 말이 흔히 쓰인다. '덕'이라는 의미인 virtue를 강하게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 또한 커다란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났다는 증거다.
전환기는 과거와 완전히 다른 내일이 찾아오는 시대다. 과거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미래를 치밀하게 예측하는 일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지금은 미래를 느낄 수 있는 직감이 필요하다. "사람은 보여 줄 때까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한다."라고 스티브 잡스는 말했다. 대중은 스마트폰을 스스로 원하고 있는지, 필요한 지 몰랐다. 스스로를 가시화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을 쥐여준 스티브 잡스의 직감처럼 미래를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성장기와 안정기의 비즈니스는 원칙적으로 장대한 의자 뺏기 게임에서 승리하는 요령과 같다. 기존의 일을 보다 빨리, 보다 많이, 보다 싸게 처리하는 것이 중요했다. 한편 전환기에는 기존 상식에서 벗어나는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전략 A와 전략 B의 균형과 선택이었다면 미래에는 전략 X와 같은 혁신적인 발상이 요구되는 것이다. 상반되는 요소를 성립시켜 모순을 해결하는 일이다. 선택과 집중만으로 승부할 수 없다. 보다 융합적 접근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고가 필요하다.
동양의 '음양론'은 만물에 '음'과 '양'이라는 상반되는 두 측면이 존재한다고 여기는 사고방식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나 일어나는 현상은 모두 음양의 성질을 가진다. 그것이 음양론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이다. 모순되는 두 요소 중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라는 양자택일적 발상이 아니라 '양쪽을 택한다'라는 사고로 임하는 것, 상반된 요소가 하나가 될 때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핀테크도 음양론적 사고와 맞물린다. 서로 섞이지 않을 것 같던 영역이 결합되어 새로운 서비스와 가치를 창출했다. 핀테크는 금융과 기술이 결합되어 새로운 서비스가 잇달아 탄생하고 있다.
물질 만능 주의의 시대도 변화하고 있다. 빈곤했던 사회에서는 무엇이든 소유하려 들었으나 풍족한 사회에 접어든 사람들은 굳이 소유하려 하지 않는다. 소유하지 않아도 물건을 경험하고 공유하면서 만족을 느낀다. 공유의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 보는 것부터 시작해서 현재는 자동차 공유 비즈니스, 셰어 하우스, 공유 가게까지 공유의 폭이 환산되었다. 물건의 주인이 누구인지 주요하지 않은 시대, 자타 비분리에 비롯된 사상이다.
요즘 중고 플랫폼에서 보면 구매자와 판매자가 따로 분리되어 있지 않다. 판매자는 구매자가 되기도 하며, 구매자는 판매자가 되기도 한다. 파는 측과 사는 측의 명확한 구별이 사라진 것이다. 우버와 에어비앤비처럼 자신의 차와 집으로 수익을 얻는 공유경제 비즈니스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지금이라는 시대를 거론할 때 자타 비분리와 주객 비분리는 제외할 수 없는 키워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