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는 것들의 비밀> 서평
아날로그를 추구하던 기업들도 이제는 디지털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중 오프라인 매장을 생태 기반으로 삼는 전통적 제조업인 커피 전문점은 어떻게 온라인 커머스로 대체될 수 있을까 현재의 시장 상황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1999년 한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스타벅스는 이후 2021년에 처음으로 2조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골목 상권의 상점들은 줄줄이 문을 닫았음에도 스타벅스는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해 나갔다. 한때 '스세권(스타벅스 역세권의 줄임말)'이 주거 만족도를 표현하는 하나의 프리미엄이었다면, 이제는 스타벅스 없는 동네를 찾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 것이다.
모바일 스타벅스 앱은 옴니 채널(omni-channel)을 지향하며 산업 군의 경계를 넘나 든다. '모든 것'을 의미하는 옴니와 유통 경로를 의미하는 채널의 합성어인 옴니 채널은 온라인 커머스와 오프라인 매장을 결합한 환경을 뜻한다. 소비자가 항상 같은 매장을 이용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는 쇼핑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큰 특징이다. 스타벅스는 옴니 채널에 선불 충전이라는 결제 방식을 도입했다. 이제는 스타벅스를 단순한 제조업으로 볼 수 없다. 스타벅스는 막대한 규모의 선불 충전금을 은행에 예치해 이자를 받거나 투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으니 거대한 금융업이나 다름없다.
기존의 산업 간, 업종 간 경계가 사라지는 빅블러 현상은 스타벅스뿐만이 아니다.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맥도널드는 아주 오래전부터 빅블러 현상을 대변한다. 패스트푸드 제조업으로 알고 있는 맥도널드는 저렴한 햄버거 가격에 매출이 많아도 마진이 얼마 되지 않았다. 맥도널드는 비교적 저렴한 땅에 가게를 차린 뒤 햄버거를 찾아오는 사람들로 하여금 동네를 활성화시켰다. 이로써 땅값을 올리는 부동산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디지털과 화장품은 기름과 물처럼 절대 섞일 수 없는 융합 같지만 로레알은 엄청난 모험을 시작했다. 로레알의 뷰티 브랜드 입생로랑은 매일 아침 사용자의 컨디션에 맞게 립스틱을 만들어주는 '루즈 쉬르 므쥐르 바이 페르소(이하 페르소)'를 선보여 주목을 끌었다. 페르소는 앱을 통해 오늘 사용자에 맞는 립 컬러를 제안하고 제조까지 해준다. 로레알은 2010년에 이미 '디지털의 해'를 선포하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준비해 왔다. 단순히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새로운 마케팅을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선 로레알은 핵심 역량을 기반 삼아 사업의 방향을 전환했다. 로레알의 혁신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전략 중 하나인 피보팅을 선보인 것이다. 미래를 앞서간 혁명과 변화 덕에 로레알은 2020년 화장품 브랜드 가치에서 뷰티 브랜드 1위를 차지했다.
지금 사고 나중에 결제(BNPL, Buy Now Pay Later)'하는 서비스는 요즘 사람들이 행복과 만족을 미래로 미루지 않고 바로 지금 누리는 것에 착안했다. 큰돈이 있어야만 접근 가능했던 하이엔드 브랜드 시장으로의 진입 문턱이 낮아지자 곧바로 반응이 왔다. 특히 BNPL은 소비 욕구는 강하지만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약한 MZ 세대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언뜻 보면 신용카드 할부와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지만 BNPL 서비스는 신용등급 제한과 별도 수수료가 없다는 점이다. BNPL은 업체가 소비자를 대신해 먼저 가맹점에 전체 대금을 지불하고, 이후 선결제된 금액을 소비자로부터 분할하여 납부받는 방식이다. 따라서 신용도가 떨어져서 금융 서비스로부터 소외받고 있는 젊은 층이 이 서비스에 열광한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의 화두는 페이 전쟁 중에서도 단연 간편 결제다. 간편 결제의 데이터가 누적되면 소비자의 구매 패턴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예측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복잡한 결제가 버튼 하나로 단순해진 간편 결제는 한 번 맛보면 빠져나가기 쉽지 않다. 지갑을 부러 챙기지 않아도 되고 지갑을 열어서 카드를 찾는 번거로움이 없어진 것이다. 지갑을 깜빡하고 외출했을 때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바로 결제할 수 있으니 기업들이 간편 결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지금 소비자들이 어떤 키워드에 열광하는지 빅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1세기 석유라고 불리는 빅데이터는 미래 시대 산업 경쟁력과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다. 그러나 데이터 자체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 방대한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하고 산업 현장에 어떻게 접목하고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제는 '데이터 리터러시(data literacy)'의 시대인 것이다. 같은 데이터를 가지고도 무엇을 읽어내고 어떤 내용을 취할 것인지,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기업의 핵심 역량이고 생존 경쟁력이다. 빅데이터는 구글 트렌드와 네이버 데이터랩을 통해 누구든지 제공받을 수 있다. 누가 어떤 비즈니스에 종사하든 관계없이 앞으로 10년간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 능력이라고 구글의 할 베리안(Hal Varian)은 단언했다.
진나라 진시황이 불사를 꿈 꾸며 불로초 구하기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것처럼, 건강하게 오래도록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는 지금도 다르지 않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관심사는 건강이다. 운동할 때만 입었던 운동복이 일상복이 되고, 마른 몸 대신 적당한 근육질의 몸에 열광하는 것을 보면 현대인들의 운동에 대한 니즈는 여전하다. 캐나다 스포츠 웨어 글로벌 요가복 브랜드인 '룰루레몬'은 2020년 여름 스마트 거울 스타트업인 미러를 5억 달러에 인수했다. 사용자는 거울 속 영상을 따라 운동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거울에는 자신의 운동량을 다양한 수치로 보여주는 데이터들이 함께 등장해 오늘 어떤 운동을 했는지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거울 속 전문가에게 트레이닝도 받을 수 있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하다. 디지털 피트니스 시장을 개척한 룰루레몬의 움직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표와 주화를 수집하던 사람들은 여전히 수집이라는 활동에 큰 유희를 갖고 있다. 흥미에 따라서 물건의 종류와 모으는 방법은 다르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수집을 하고 수집에 대한 욕구를 품고 있다. 복제가 만연한 디지털 세상에서 소유권을 갖는 NFT가 온라인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2017년 처음 등장한 NFT는 특정 디지털 자산에 대한 소유권과 거래 내역을 블록체인에 저장하고 기록한 파일이다. 무제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에서 NFT는 세상에 딱 하나뿐인 디지털 원작으로 그 효력이 지니게 되는 것이다. 개인에게 NFT는 하나의 투자자산으로 인식되고 있고 기업들은 NFT의 미래 시장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빅 테크 기업들이 예견하는 것처럼 진정한 메타버스 세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면 NFT는 아주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플랫폼의 주 수입원은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플랫폼의 핵심은 데이터다. 플랫폼에 사용자를 모으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또 다른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 것. 이것이 바로 플랫폼 사업의 근본이다.
디지털 생태계에서의 진화와 변화들은 갑자기 찾아오는 것 같지만 기업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미래를 예견하고 발 빠르게 움직였다. 미래 시장을 예측하고 이에 상응하는 전략들로 그들은 우리에게 편의성을 제공한다. 이로써 그들은 살아남았다.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기업들은 내일을 통찰하고 미래를 선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