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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마가 참 예쁘다

by 유호현 작가

내가 매우 존경하는 형이 있는데, 굉장한 노안이다. 거의 '벤자민 버튼'이다.

그런데 그 버튼이 고장 난 건지 30대 때부터 지금까지 쭉 노안이었다고 한다.

그 형이 노안인 이유를 나는 알고 있다. 사실 나만 알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처음 봐도 안다. 스쳐 지나가도 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주름.

가만히 있을 땐 잔잔한 호수지만, 누군가의 사연에 귀 기울일 때면 파도처럼 주름이 밀려온다.

그 주름이 나타났다는 것은 감정이입이 시작된 것이다.

웃음과 울음이 번갈아가며 그 파도 위를 서핑한다.


우리 두 부부는 신천 둔치를 참 많이도 걸었다.

부부 중 한 사람이라도 안 친하면 동반 산책은 힘들다.

다행히 우린 둘이어도, 넷이어도 즐겁다.

마흔이 넘어서도 감정적으로 힘든 시기가 꽤 많았다.

형은 나의 장점을 스리랑카 광부처럼 캐내어 보석상처럼 진열해 주었다.

개인적으로는 물론, 친구들이 많이 모인 자리에서 공개적으로도 칭찬해 주었다.

얼마나 나를 잘 관찰했는지 그 칭찬이 전혀 억지스럽지 않았다.

무엇보다 우리의 어려움에 대해선 가슴 아파해주었고 진심으로 위로해 주었다.

가족을 제외하곤 그 형 앞에서 가장 많이 울었을 것이다.

형은 자주 말해주었다.


"그동안 잘해왔다. 잘 버텼다. 그러니 꼭 잘 되었으면 좋겠다."


그의 이마 주름은 내 삶의 밑줄 같았다.


태아 때부터 형성된다는 손금은 삶의 시작에 새겨진 첫 번째 주름이다.

이마에 생기는 주름은 동정심의 시작에 새겨지는 손금이다.


오늘따라 그의 이마가 유독 보고 싶다.

지워지지 않은 사랑의 기록을.

살아온 자국이 아니라, 함께 살아준 그 흔적을.


그래. 그 형은 벤자민 버튼이다.

내 눈엔 브래드 피트보다 훨씬 더 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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