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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털 방탄 충고

분별력은 촉감, 사랑은 그 손의 온기

by 유호현 작가

우리는 교통경찰을 고마운 존재로 여긴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당황하고 있을 때 경찰차가 도착하면 얼마나 든든한가? 신호등이 고장났을 때 수신호로 순식간에 교통을 정리해준다면 그렇게 고마울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운전할 때 교통경찰이 내 차를 세운다면? 초긴장 상태가 된다. 그때는 '참 잘했어요' 도장이 아니라 딱지를 받게될 확률이 크다.


돌이켜보면, 내 삶에는 착하지만 어수룩한 친구들이 많았던 것 같다. 나는 좋은 의도로 충고해주었다.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말들도 있었다.

그들의 마음은 어느새 나에게 놀라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현재 개인적으로 정해둔 규칙은 이것이다.

가능한 한 직접적인 충고를 하지 않는다.

정말 해야 한다면 리처드 탈러와 캐스 선스타인이 집필한 넛지에서 알려주듯 강요하거나 지시하지 않고, 부드럽게 유도하는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 넛지 해야 한다.

회사는 예외다. 회사는 돈과 직결되는 여러 특수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대상은 친구와 가족이다.


꼭 무언가를 말해야 할 때는 절대 즉흥적으로 하지 않는다.

그 문제를 정말 오래, 천천히 생각해본다. 마치 브런치 스토리에서 글을 쓰고 퇴고하듯이.

브런치 글은 나중에 수정이 가능하다. 입에서 나온 말은 수정이 불가하다. 더 신중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이것이다.

[나는 그 사람을 좋아하는가?]

내 말 한마디가 그 사람의 하루를 무너뜨리고, 나아가 인생을 흔들 수도 있다는 점을 떠올려야 한다.


분별력은 손의 촉감이고, 사랑은 그 손의 온기다.

분별력은 날카롭고 거친 것을 먼저 알아차리는 감각이며, 사랑은 감각을 따라 조심스럽게 쓰다듬는 마음이다.

촉감만 있고 온기가 없다면 그 손은 냉정한 판단만 할 뿐이다.

온기만 있고 촉감이 없다면 눈에 보이는 감정만으로 섣불리 반응하게 된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상대의 걸음을 무너뜨리겠지. 사람만 보이고 방향은 보이지 않는 따뜻하지만 중심 없는 손길이 되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문이 아니라 유리다.

한 번 찍히면 쉽게 스크래치가 생기고 깨진다.

내 말이 누군가의 마음에 남는 흔적이라면, 그 흔적은 적어도 따뜻한 손의 온기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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