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과 빙수의 공통점은?
유난히 숨 막히던 날.
바람은 멈췄고, 구름조차 움직이지 않았다.
친구가 말했다.
"트루먼쇼 세트장 같아."
오늘따라 김광석 거리에 사람이 없고 하늘과 땅은 정지된 풍경 같았다. 참 적절한 비유다.
그런데 저 하늘에 구름마저 없었다면 얼마나 더 숨 막혔을까?
그 구름들은 여름의 여백이었다. 하늘을 부유하는 그늘인 것이다.
고대 중동 지역 사람들은 자기 무화과나무 아래 앉는 것을 로망으로 여겼다. 그건 단지 나무가 아니라 쉼과 평화의 은유였다.
오늘의 구름도 무화과 잎사귀처럼, 볕을 막고 숨을 돌려주었다.
그런데 목이 말라서일까? 다른 것 같기도 했다.
"저 흰 구름에 수제 팥 얹어서 빙수처럼 퍼먹고 싶다."
그래서 정말로 팥빙수를 먹으러 갔다.
부드러운 우유 얼음 위에 국산 팥이 알알이 살아 숨 쉬듯 놓여 있었다. 저 영롱한 빛깔의 떡을 보라.
셋이었다면 남은 한 개로 미묘한 신경전을 했을 테고, 다섯이었다면 무거웠을 것이다.
팥은 측량이라도 한 것처럼 정확한 양으로 경계를 지켰다.
지구가 태양과의 거리에서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아서 생명이 살 수 있는 적절한 위치를 골디락스 존이라 한다지. 저 떡과 팥이 딱 그렇다.
빙수 한 그릇엔 정지된 여름이 담겨 있었다.
구름처럼 멈춘 듯 곧 사라질 시원함을 숟가락으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숨 막히는 계절 속, 나를 숨 쉬게 해주는 하얀 틈.
마치 여름의 교행구간 같다.
좁은 골목길. 차들이 마주치면 잠깐 비켜주는 그 여백. 그래서 늘 비워둬야 하는 공간.
요즘 내 삶에는 그런 여백이 부족했던 것 같다.
이런저런 일에 쫓겨 친구들과 연락이 뜸했고 마주쳐도 웃음이 줄었으며, 격려 한마디조차 인색했다.
카톡을 보니, 급히 마침표를 찍은 메시지들. 심지어 답장을 못하기도 했었다.
나는 스스로 내 삶의 교행구간을 폐쇄한 것이 아닐까?
여름은 뜨겁다. 하지만 틈이 있기에 견딜 수 있다.
마침 소비 쿠폰도 받았고, 다음 주는 여름휴가다.
여백이 더 생긴 것이다.
나는 내 여름의 구름 빙수 같았던 친구들을 다시 나의 교행구간으로 초대하려 한다.
이번엔 내가 그들의 무화과 잎사귀가 되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