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4.6킬로그램의 우량아로 태어났다. 포동포동한 모습이 귀엽다며, 막내 이모는 나를 업고 매일 같이 동네를 누볐다. 결국 그 사랑은 등가 교환을 치렀다. 허리를 심하게 다치신 것이다. 이모는 아직도 그 이야기를 한 번씩 꺼내며 허리를 만지신다.
신천 둔치를 걷다가 수달 조각상을 보았다. 그 돌 위에는 방아깨비 한 마리가 올라앉아 있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는 의연함을 보여주었다.
조금 더 걸어 올라가니 물고기를 문 수달 조각상이 보였다.
겉으로는 수달이 물고기를 물고 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먹이가 있기에 수달은 살아간다.
그러니 물고기가 수달을 어부바한 셈이다.
결국 먹이 사슬이라는 것은 서로의 어깨를 기대어 사는 어부바의 고리다.
먹이 피라미드 꼭대기에 선 인간은 생태계의 어부바를 받으며 산다.
어부바의 최대 수혜자인 것이다.
가해자이기도 하지만.
나는 다시 발걸음을 돌려 방아깨비를 보러 내려갔다.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마치 날 기다렸던 것처럼.
이 사진은 그렇게 보인다.
먹이사슬 최하층에 있는 방아깨비가 마치 세상을 어부바하는 것 같다고.
그래서 저렇게 당당히 고개를 들고 사나보다.
그러고보니 하늘을 떠받치는 형벌을 받았다는 아틀라스가 떠오른다.
아재력을 발휘해 방틀라스라고 하겠다.
업히는 사람의 무게를 견디는 어부바는, 업어주는 사람의 마음을 키운다.
작은 방아깨비가 세상을 어부바하는 모습은,
아낌없이 어깨를 내준 이들이 보여주는 당당함과 닮아 있다.
방틀라스. 허리 조심해라. 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