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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의 햇살 한 모금

by 유호현 작가

대기는 지구의 바리스타다.

빛과 열을 섬세하게 드립 한다.


빛은 달콤하다.

햇빛이 있어 우리는 온갖 맛있는 것들을 먹을 수 있다. 미각적으로 달콤하다.

빛이 있어 사랑하는 사람의 미소와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 시각적으로 달콤하다.

빨랫줄에 널린 옷들이 햇빛에 말라가는 냄새는 어떤가? 후각적으로 달콤하다.

봄볕이 팔에 사르르 내려앉을 때, 촉각적으로 달콤하다.

아침 해가 천천히 기지개를 켜며 밝아올 때, 새들이 그 소리에 화답하듯 노래한다. 청각적으로도 달콤하다.


매일 오전 6시면 아내는 나를 위해 커피를 드립 한다. 그냥 커피 메이커 하나 사자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꺼내본다. 아내는 이렇게 내려야 맛있다며 잠에서 덜 깬 하품을 한다.

앞산을 병풍처럼 두른 대구 남구의 공기는 맑다. 그 청량함을 한껏 들이킨 후, 드립 커피를 마신다.

지극히 향기로운 아침햇살 한 모금이다.

아내가 또 하품을 하며 머리를 감으러 간다. 나는 음식물 쓰레기와 재활용을 정리한다. 그러다 욕실 앞에서 마주치면 간단한 포옹과 함께 서로의 등을 두드린다.


세상에는 눈부시지 않아도 환한 것들이 있다.

그것들이 내 삶을 비춘다.

빛이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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