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스토리' 공원 속 공룡들에게

콤프소그나투스 입장합니다

by 유호현 작가

난 해외여행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역사를 좋아하면서도 텍스트로 읽는 것에 만족했고 요즘엔 워낙 유튜브 영상이 많아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믿었다.

해외여행을 강요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었는데 "한국에도 갈 데가 얼마나 많은데요."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프랑스 유학을 다녀온 지인이 자주 말했다.

나같이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유럽 여행을 반드시 좋아할 거라고!

그냥 고택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 마시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거라고!

난 그 말에도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았다.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3주 전, 고산골 공룡공원에 가게 되었다.

고산골에 자주 가지만 공룡 모형 있는 공간까지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그날은 지인들과 약속 장소가 공룡 공원 지나 정자가 있는 곳이어서 자연스럽게 지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예정에도 없던 그 길에서, 예상치 못한 압도감에 발길을 멈추었다.

나도 어릴 때는 여느 아이들처럼 공룡을 좋아했다.

[쥬라기 공원]을 재미있게 읽었고, 티라노사우루스, 벨로시랩터, 브라키오사우루스 등 외우기 힘든 공룡 이름도 잘 외우고 다녔다.

'티라노사우루스는 백악기 공룡인데 왜 백악기공원이라 하지 않고 쥬라기공원이라 할까?'라는 생각도 했다.

그 누구로부터 어떤 말도 듣기 전부터 말이다.

브라키오사우루스가 머리부터 꼬리까지 30미터라길래 수치상으로만 크다고 생각해왔다.

영화로 봐도 그냥 크다 정도였지 거대하다는 느낌까지는 받지 못했다.

그런데 실제 크기를 재현한 공룡 모형 앞에 섰을 때, 내 상상이 너무나 작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목을 꺾어 올려야만 겨우 보이는 생물.

맨날 보는 게 고양이나 개, 왜가리, 가끔 수달 정도인 내 일상에서 저런 생물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사실이 가슴을 뛰게 했다.

그냥 모형인데 말이다.

중년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진짜 크기란, 직접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가늠할 때 비로소 생기나 보다.

브런치스토리도 문득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스토리란 플랫폼이 있다는 것을 안 것은 2025년 4월 24일이었다.

내 카톡 프로필에 어머니와 관련된 시를 올려두었는데 친구 한명이 전화 왔다.


"요즘 글 써?"

"응."

"브런치?"

"저녁에 브런치 먹자고?"

"...글 쓴다면서 브런치도 몰라?"


그제야 난 브런치스토리라는 플랫폼이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다.

바로 그날 작가 신청을 했고 다음날 승인을 받았다.

그후로 정말 많은 글들을 읽었다.

말 그대로 신세계였다.

다들 얼마나 글을 잘 쓰고, 자신만의 감각과 언어를 지니고 있는지...

숨은 명작을 찾는 기쁨이 마치 소풍날 보물 찾기 같았다.

예상치 못한 관찰과 깊은 사유에 울컥했다.

어떤 표현은 휴식 시간 잠깐 눈 붙이려는 직장 동료 붙잡고서라도 읽어주고 싶었다.

숨막힐 듯한 풍경 사진과 그 속에 담긴 서사에 나도 모르게 감탄이 새어 나왔다.

투병 중인 분들, 누구보다 힐링이 필요한 사람들이 오히려 따뜻한 글로 다른 이들을 광역 힐링하고 있었다.

삶이 힘들 때는 새벽시장에 가보라는 말이 있지만, 브런치스토리만 봐도 얼마나 치열하고 열심히 사는지 느낄 수 있다.


브런치스토리에는 아직 우표를 붙이지 않은 헤밍웨이의 편지가 숨어 있다.

[대지] 속 왕룽처럼 묵묵히 글의 밭을 갈아온 이들도 있다.

고든 램지가 후드티 푹 눌러쓰고 다니다 평양냉면 육수의 깊은 맛에 딜리셔스를 외치자

백석이 "히스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맛"이라며 리뷰를 해준다.

토니 스타크가 배선 정리를 해준 것 같은 깔끔한 글 구성도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사람의 크기를 담는 일이기도 할까?

브런치스토리에는 내가 직접 마주해야만 느낄 수 있었던 수많은 공룡들이 현존하고 있었다.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 움직이는, 진짜 크기를 가진 존재들이 말이다.

나도 이제 그 거대한 공원으로 한 발짝 더 들어가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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