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안녕하세요. 오늘은 튤립 그림을 그리고 있는 와중 꽃이 만개한 향기가 났어요. 순간 그림에서 나는 향기인가 싶은 생각이 머리를 짧게 스쳤다가 현실로 돌아왔습니다. 책상 한쪽 구석 유리병에 담긴 꽃다발이 보였어요. 오랜만에 만난 대학 동기가 오는 길에 샀다며 들고 와 제게 안겨줬던 꽃입니다.
우리 집 근처 꽃집 겸 카페에서는 주인이신 할머니께서 운영을 하십니다. 여러 가지 종류의 꽃차를 마실 수 있고, 꽃다발이나 한 두 송이의 꽃 또는 화분을 살 수 있어요. 그곳에서 고풍스럽고 오래된 의자에 앉아 따뜻한 빅 히비스커스 티를 마시고 있다 보면 꽃을 사러 오는 손님들이 들어옵니다. 가운데 노란 장미꽃을 둘러싼 큼지막한 꽃다발을 주문한 사람이 할머니가 꽃다발을 만드는 모습을 바라보며 서있습니다. 잔잔한 팝송이 흘러나와 꽃향기와 어우러지며 고요하고도 무슨 일이 일어나도 괜찮을 것 같은 시간을 덮습니다.
엄마의 생일날 저는 제가 직접 만든 꽃다발을 선물했습니다. 플라워 아카데미에 가서 선생님께 배우며 만든 저의 첫 꽃다발이었습니다.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꽃들의 배치와 줄기를 얼마큼 자를 건지, 몇 송이씩 넣고 빈 곳을 얼마나 두고 어떻게 채울 건지. 모든 것들이 어렵고 어색했습니다. 그렇지만 열심히 만들고 난 후 결과물은 생각보다 마음에 들었습니다. 꽃은 아무래도 예쁩니다. 누군가의 손을 가리지 않고 아름답다는 건 질투와 동경이 따라붙을 만합니다. 그 꽃다발을 받은 엄마의 얼굴도 환한 빛으로 피어올랐습니다.
사랑을 담아 꽃으로 고이 피워내어 차를 우리고 그 향이 밤의 끝까지 닿도록 하고 싶습니다. 하늘을 타고 날아 밤을 꼬박 넘어야 닿는 그곳에서도 떨어지는 별은 아름다울 테죠. 모든 게 아름다울 필요는 없지만 가장 순전한 것을 건네고픈 마음이 제게 있습니다. 그 마음이 사라지지 않고 그림을 검은색으로 뒤덮어버리고 싶은 충동에 지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저는 누구보다 이기고 싶은 사람이에요. 승률 없는 오늘이 또 와도 저는 최후의 역전을 생각합니다. 꽃의 응원은 져도 향기롭게 남아 있으니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