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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끊어진 자 같이 밤을 설치다 잠에 드는 날이 있다. 그런 날에도 밤이 지나면 어김없이 새벽이 온다. 나는 공허한 틈을 주인 없는 떠돌이 칠흑으로 때우려 했다. 그러나 한 가지 다채로운 빛으로 그 틈을 메우는 것만이 가능하다는 걸 깨닫는다. 나는 언제까지 어리고 약하고 붙잡을 대상이 필요할까? 영원을 기약하는 일은 그러나 허무하지 않다. 그것은 내가 태어나고 존재하는 방식과 같다. 어떤 사람들은 꿈으로 유령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유령은 물속에 잠긴다는 걸 알고 있을까? 눈을 부드럽게 뜬 자의 평온한 마음에 영영 잠겨 숨을 잃는다.
공룡의 단서를 찾음은 바다에 물을 부은 이의 작디작은 조각을 더듬어보는 것일 테다. 그래서 알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당신의 무한을 더듬을 수 없는 나의 유한일 테다. 나는 할 수만 있다면 당신의 셀 수 없는 별들로 수놓아진 영원된 은하수의 끝자락에 닿고 싶다.
사랑은 너무나 어렵다. 그게 내 옆의 사람과 나, 너와 나의 문제라 그렇다. 사랑스럽지 않은 사람을 어떻게 사랑할까? 그러나 나도 사랑스럽지 않음을 깨닫는다. 나와 똑 닮은 눈을 한 꺼풀 벗겨내면 덧없는 사랑스러움이 있다.
나는 오늘도 나무 밑 의자에 앉아 두런두런 담소를 나눈다. 양은 목자의 눈길 아래 풀을 뜯으며 안식을 누린다. 내가 얼음으로 덮인 봉우리를 걸을 때에도 꽃 향기를 기억하고 감사함은 내가 먼지와 같이 떠다닐 때 나를 씨앗으로 품은 포근한 흙과 따스한 햇살이 언제나 충분했음을 앎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