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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타래가 한 올, 한 올 데구루루 굴러가며 풀린다
솜사탕 같은 털뭉치가 고양이 마냥 엉덩이를 붙이고 바닥에 앉아있다
이 실들이 공처럼 웅크려져 있다가 세상에서 쓸만한 모양새로 거듭날 때는 언젠가 오지만 가늠하기 어렵다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목도리를 만드는 일이란 사랑하는 거북이를 한참을 바라보며 결승전까지 도착하길 응원하는 일 같다
내가 사랑하는 거북이는 등딱지에 우주가 있다
다 버리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른 채 터덜거리는 걸음으로 집에 온 후 쓴 일기장의 문장들과
기쁨의 면사포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나누어 각자의 마음 무게만큼 휘두른 흰 천 조각들이 있다
실을 푼다는 건 나의 우주를 새기는 일이다
한 품에 품을 수 없던 바다를 경외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눈동자가 새겨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을 풀어내는 하루를 또 참고 견디는 흰 온유가 새겨진다
그저 검은색의 흑심이 온 우주를 박박 칠해놓은 듯한 날들이다
그런 오늘에 샛별 하나 조그맣게 반짝인다면 그 우주는 소중한 실타래가 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