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를 모르는 삶

by 만나는 주머니



새벽 4시에 용역승합차를 기다리러 나가는 한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한이 오늘 일을 받지 못해 그냥 돌아오기를 바라면서도

일을 받아 돈을 벌어오길 바랐다.

한이 힘들지 않고 무사하기를 바라면서도

당장이라도 돈을 가져와 오늘 저녁 걱정을 하지 않게 해 주길 바랐다.


나는 한이 나에게 얼마의 돈을 가져다주면 안도할까.

한이 반나절에 이십만 원만큼의 노동을 치르는 건 불안해,

한이 반나절에 삼만 원만큼의 노동을 겪는 건 비참해,

그래 칠만 원 정도가 좋겠다.

불안하지도 비참하지도 않고 저녁 식사를 해결하고, 붕어빵을 사 먹을 수 있을 정도.

잘 닫히지 않아 끼룩끼룩 거리는 창문 소리를 들으며 나는 오래 생각했고 미안했다.




나와 한은 불현듯 만났다.

나에게는 숨고 싶지만 숨을 수 없는 날들의 연속이었고

늦은 밤 아무도 없기를 기대하며 우연히 들어간 초등학교 운동장에 한이 있었다.

한은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줄넘기를 하고 있었는데 줄넘기를 하는 모습이 매우 우스꽝스럽고 위태로워 보였다.

그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너무나도 성실히 열심히 정성스럽게 하고 있어서 나는,

불현듯, 우스꽝스러운 한의 곁을 메워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한이 그날 능숙한 자세로 줄넘기를 하고 있었다면 나는 아마 한을 만나지 않았을 것이다.


한이 없는 동안 나는 한이 오늘 치르게 될 노동에 대해 생각한다.

한은 그곳에서도 누구보다 성실히, 열심히, 정성스레 일을 할 것이다.

자신보다 훨씬 무거운 무언가를 이고, 저 먼 쪽으로 옮기고, 다시 높고 밝은 곳으로 올려두겠지.

그리고 누구보다 치열하게 밥을 먹고, 긴 유리잔 가득 어르신들이 따라주시는 소주를 벌컥벌컥 삼켜낼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돌아와서

새까매진 손톱을 단정히 깎고 오늘 하루 있었던 칠만 원어치의 노동에 관하여 부지런히 이야기할 것이다.


한과 나는 당분간은 새벽 4시를 겪을 수밖에 없는 삶일 테지만, 아니 어쩌면 꽤 오래 일지 모르지만,

나는 한의 열심 이 공중으로 흩어지지 않도록 고이 모아 눈 속에 마음속에 꾹 담아둔다.

그럼 우리도 어쩌면 불현듯, 우리의 만남처럼 그렇게 불현듯,

새벽 4시를 모르는 삶을 살 수 있을지도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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