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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채는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OO 요리이다

by 취사병세끼

잡채는 군대에서 취사병이 감당해야 할 가장 까다로운 메뉴 중 하나다. 당면부터 채소, 고기까지 모든 재료가 각자의 역할을 완벽히 해내야 하고, 한순간의 실수로 잡채는 그냥 양념 당면으로 전락할 수 있다.

"오늘은 잡채다." 이 메뉴를 본 순간, 머릿속에선 이미 복잡한 조리 과정이 그려졌다.

잡채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순서의 디테일이 생명이다. 각 재료를 따로 준비하고 조리하는 이유를 이해하면, 이 요리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조화와 균형의 예술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먼저 당면을 불렸다. 적당히 불려진 당면은 찰지고 부드럽게 볶이지만, 과하게 불리면 질척해지고 끊어지기 쉽다. 그 타이밍을 맞추는 순간, 이미 잡채의 절반은 완성된 셈이다.

칼질 작업이 시작되었다. 채소는 정갈하게, 당근은 일정한 길이로, 양파는 투명하게 썰어야 한다. 이 모든 작업이 끝난 후에는 고기를 볶을 차례였다. 고기는 너무 강한 불에 익히면 질겨지고, 너무 약한 불에 익히면 기름이 제대로 배어나오지 않는다.

"고기는 고기답게, 채소는 채소답게."

잡채는 각자의 역할을 인정하면서, 마지막에 하나로 합쳐지는 조리 과정이 매력이다.

모든 재료를 한데 모아 마지막 간을 맞추는 단계가 다가왔다. 간장은 너무 많으면 짜고, 설탕은 너무 많으면 단맛이 덮어버린다. 참기름을 넣는 순간, 잡채 특유의 고소한 향이 솥을 가득 채웠다.

"이제 완성이다."

윤기 나는 당면과 채소, 고기가 섞인 잡채는 그야말로 군대식 요리의 끝판왕이었다.

배식대 위에 놓인 잡채는 윤기가 흐르고, 당면과 채소, 고기가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대원들이 잡채를 받아들고 한마디씩 던졌다.

"이거 진짜 대박이다. 식당에서 먹는 맛인데?"

하지만 오늘 잡채를 만들며 다시 한번 깨달았다.

"잡채는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엄청 힘든 요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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