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참 다양한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최근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틀린 문제 다시 한번 보고 와.”
“왜요?”
순간, 제가 잘못 들은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를 째려보듯 바라보고 있었죠. 그래서 저는 작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다음에 틀리지 않게 한 번 더 풀어 봐.”
그 학생은 제 말투에 기가 꺾였는지 조용히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저는 한참 생각에 잠겼습니다.
‘교육의 목적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 보다 중요한 건 예절이지 않을까.”
예절이 없는 아이가 어른이 되면 자신과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으로 자라게 됩니다.
왜냐하면 예절이라는 기본적인 자세가 있어야 사회에서 사람들과 건강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보일러를 수리하기 위해 저희 집에 방문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분들의 작업하는 모습을 보다가 저는 자리를 잠시 비우게 되었는데요.
그 순간, 이런 말이 들렸습니다.
“야, 너는 내가 없으면 어떡하려고 하냐?”
“형이 없으면 내가 하면 되지.”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팀워크를 이뤄 함께 일하는 것이 정상적인 모습일 겁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 누가 더 나은지를 겨루듯, 티격태격 말다툼을 이어 갔습니다.
곁에 있는 고객은 안중에도 없는 듯했습니다. 솔직히 환불을 요청하고 다른 분에게 서비스를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을 더 키우고 싶지 않아 그냥 두었습니다.
작업이 끝난 후, 두 분이 저를 불렀습니다.
“저희가 새 걸로 다 교체해 드렸으니까
앞으로 사용하시는데 문제없으실 거예요.
사용하시다가 불편하시면 연락 주세요.”
그런데 정작 중요한 건 말하지 않더군요.
어디를 어떻게 교체했는지,
어떤 기능이 있는지,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
제가 질문하지 않았더라면
아무 설명 없이 그냥 가셨을 겁니다.
두 분이 떠난 후 화장실에 가 보았습니다. 그곳에서 마주한 광경에 말문이 막혔습니다.
쇳가루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화장실 안은 철 냄새로 가득했습니다.
화장실 사용 여부를 묻지도 않았고, 작업 후 정리도 하지 않은 채 그냥 떠나셨던 거죠.
결국, 저는 화장실 청소를 해야 했습니다. 이 일을 통해 저는 예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학생과의 일,
보일러 수리 기사분들과의 일을 겪으며
‘공부보다 중요한 것은 태도’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더 깊이 와닿은 사실이 있습니다. 남에게 무례한 말과 행동을 하지 않으면, 나도 남에게 무례한 대접을 받지 않습니다.
내가 세상에 보여주는 태도는 결국 내가 세상으로부터 받을 태도이기도 하죠.
물론, 저처럼 때때로 그렇지 않은 사람을 만나게 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가장 현명한 대응은
내가 끝까지 교양과 예의를 지키는 것입니다. 싸우기보다, 품위 있게 대하는 것이죠.
예의 바른 사람과 어울리세요. 그 사람의 태도와 말이 당신에게 좋은 영향을 주니까요.
혹시, 예의 바른 사람을 찾기 어렵다면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면 됩니다.
내가 예의 바른 사람이 되면, 무례한 사람들로부터 스스로를 지혜롭게 보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