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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론의책 Oct 07. 2024

마드리드의 아침

https://www.hotelpuertamerica.com/en/local-attractions-in-madrid.html



스페인 마드리드를 살면서 나의 아침을 맞이하는 것은 태양이었다. 강렬한 태양이 아침이 왔음을 내게 알렸고, 일어나지 않을 수 없는 태양의 열정에 눈이 번쩍 뜨였다.



그리고 그 아침을 맞이하며, 배는 고프지만 집에서 밥을 먹기 싫을 때, 찾아가는 빵집이 있었다.



빵집만에 앤티크하고 깔끔한 분위기도 좋았지만, 내가 즐겨먹는 빵이 있었기에 방문했다.


토스타드 된 빵에, 잘게 갈린 토마토와 올리브유를 뿌려서 먹는 빵. 스페인 사람들이 사랑하는 'Pan con tomate'이다. 예전에 방송에서 김사랑 누나가 이 빵을 만들어 먹는 것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김사랑 빵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나는 이 빵과 함께 카페라테 한 잔을 아침에 즐겨 먹었다. 



'Pan con tomate'


토스타드 된 빵에 조직감이 씹는 내내 깊은 질감을 이루어 내면서, 달달한 맛을 온몸에 느끼게 한다. 그와 함께 곁들여 먹은 카페라테 한 잔에 몸도 마음도 풍성해진다.

왜 스페인 사람들이, 빵과 커피를 사랑하는지 매일 먹고 보고 느끼며 알 수 있었다. 나는 스페인의 여행자였고,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스페인에 사는 동안, 그들처럼 먹고, 보고, 느끼기 위해 많은 도전을 했던 것 같다.

아침을 먹었으니, 걸어보아야겠다. 늘 나를 기다리는 돈키호테와 산초를 만나러 가는 시간.


"Plaza espana" 

스페인 광장에는 돈키호테와 그의 동료 산초 그리고 그 둘을 창작한 세르반테스가 있다. 나는 그곳에 가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했다.

 광장 자체에서 휴식을 하는 것도 좋았고, 그들에 모습을 보며 서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기사라고 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은 돈키호테, 돈키호테에게 속아 그를 쫓는 허영심 많은 산초.

 그 둘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허영심을 꿰뚫는 세르반테스. 다소 풍자와 은유가 많아 읽으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있었지만, 돈키호테는 내게 많은 통찰력을 준 책이었다.


삶이라고 하는 곳에서, 인간은 늘 꿈꾸지만, 그 꿈이 이루어지지 못한다 해도, 도전하는 인간의 욕망과 열정을 노인 돈키호테로 표현한 것은, 어쩌면 평생 자신이 꿈꾸었던 삶을 살아본 적이 없었던, 실패자로 불렸던, 세르반테스 자기 자신을 돈키호테로 표현한 것은 아니었을까?

사실, 돈키호테라는 작품은 알면서, 세르반테스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나는 그의 인생에 가득한 시련을 통해, 그가 돈키호테라는 대작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작가에게 시련과 고통은 슬픔이 아니라, 창작의 열정을 낳는 에너지라는 것을 그를 보며 느낄 수 있었다.

돈키호테와 산초, 그리고 세르반테스와 나는 인사를 나누고 그들을 떠난다.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그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며 말이다.

스페인 광장을 지나, 마드리드에서 가장 긴 쇼핑거리를 걷는다. 'La Gran Via' 말 그대로 '거대한 거리'이다. 그 거리에는 쇼핑을 할 수 있는 모든 공간을 만날 수 있다. 바르셀로나의 'Passeig de Gracia'와 같은 곳이다. 


약 1킬로미터의 짧지 않은 거리를 걸어, '솔 광장'을 향한다. 태양의 광장이라 불리는 그곳에는 곰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1561년은 스페인 톨레도에서 마드리드로 수도를 옮기는 '해'였다. 그때는 곰들이 가득 살고 있는 수풀이 우거진 지역이었다. 그래서 그 당시를 느낄 수 있는 마드리드 곰 동상이 솔 광장에 배치되었다.

지금은 솔 광장에 랜드마크가 되어 수많은 여행자들과 사진을 찍는 곰을 보면서, 인싸가 무엇인지 느끼게 된다. 


곰 발바닥을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소문 덕분에, 곰 뒤꿈치는 색이 바래져있다. 그것을 보며 인싸로 사는 삶에 피로를 또한 느끼게 된다.

근처에 있는 마요르 광장을 향한다. 마요르는 메인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광장은 과거에 투우 경기를 하였던 장소였다. 


왕이 말을 타고 투우 소와 경기를 벌이며, 왕의 위대함과 용맹함을 시민들에게 보여주려했던, 정치쇼 현장이었다. 동시에, 종교재판이 벌어졌던, 무서운 곳이기도 하였다.

혹시 '마녀사냥'이라는 말은 들어 본 적 있는가? 

마녀사냥이란, 나라에 반하는 사상이나, 종교적 이단행위를 하는 자들을 심판하기 위해 벌어졌던 고문과 재판을 의미한다. 


바로 그와 같은 마녀사냥이 벌어지고, 재판과 처벌이 벌어졌던 곳이 마요르 광장의 옛 모습이었다. 실제로 마녀와 같은 행위를 한 적도 없는 무고한 자들도, 억울한 누명을 쓰고 세상을 떠났던 곳이기도 하다.

과거의 씁쓸함을 간직한 이곳이, 지금은 스페인에서 가장 성대한 축제가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아이러니라는 표현이 적절한 장소이다. 

하지만, 나는 과거의 모습보다 오늘의 모습이 좋기에 이 광장을 좋아했고, 자주 걸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날에는 마요르 광장의 따뜻한 불빛과 크리스마스트리 덕분에, 행복한 기억이 가득한 곳이기도 하다. 

오늘 같이 맑은 날에 마요르 광장 근처에 있는 스페인 브랜드의 아이스크림 집에 가고 싶다.

스페인 아이스크림을 한수 푼 떠먹으면서, 파란 하늘, 밝은 태양, 좁은 골목, 오래된 건축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싶다. 보고 또 보면서, 그 공간을 기억하고, 나를 기억하고, 그 시간을 기억하고 싶다.

그 시간이 흘러가는 크로노스가 되지 않게, 나의 내면에서 카이로스로 다시 만들어질 때까지 나는 보고 또 볼 것이다. 


마드리드의 아침은 여전히 아름답기에, 그 공간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도 여전히 아름다울 것이다.

100년 넘게 추로스를 만드는 가게도, 200년 넘게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가게도, 300년 넘게 유지되는 왕궁도, 500년 넘게 유지되는 성당도, 모두 여전히 아름다울 것이다.

그 공간을 사랑하고, 지키는 스페인 사람들의 마음이, 여전히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아야 하고 오래 보아야, 예쁘고 아름다운 것을 지킬 수 있다. 내가 여전히 스페인을 사랑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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