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7일 나는 한국을 떠나 유럽 땅, 스페인으로 향했다. 겁 없는 도전이었다. '스페인 가이드'라니, 내 생에 동안 그런 말도 안 되는 도전을 나는 31살의 적지 않은 나이에 감행하였다.
물론, 나는 이미 중남미에서 2년간 살아 본 경험이 있었기에, 유럽 땅으로의 초대는 두렵지 않았다.
다만, 흥분과 떨림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컸다. 나는 중남미에서 살면서, 스페인어를 배울 때만 해도, 내가 스페인에 자게 되리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저 해외봉사활동 단원 생활 동안 무사히 살아남기 위해 스페인어를 배운다고 생각하고 적응한 게 전부였다.
하지만, 스페인어를 배우는 그 순간부터, 운명은 정해진 것이었을까? 나는 중남미보다 더 오랜 시간을 스페인에서 내가 살게 될지도 모른 채로, 비행기를 탔고, 이내 잠이 들었다.
그리고 깊은 잠은, 나를 한국에서, 스페인으로 연결해 주는 통로가 되어주었다. 13시간의 긴 비행의 여정이 끝나고, 바르셀로나 공항에 도착했다.
처음에 도착했을 때는, 안도와 기쁨이 밀려오다, 어느덧 분주하게 뒤엉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혼란이 나를 스쳤다.
그 순간 유럽은 소매치기가 많다고 하는 이야기들을 주변 지인들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기에, 내 몸은 비상사태처럼 경직되어 있었다.
나는 주변에 보이는 모든 사람을 소매치기가 아닌지 살피면서, 부리나케 내 짐들을 챙겼다.
그리고 어둑어둑해지는 바르셀로나의 모습에, 반가움보다는 낯섦과 두려움이 내 마음에 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 너무 어두워지기 전에 숙소로 가야만 해"
나는 가진 돈이 별로 없었다. 한국에서 가이드 준비를 하면서, 사용한 돈들이 적지 않았기에, 택시를 탈 여유가 없었다.
나는 3.5유로를 내고 바르셀로나 중심 광장으로 향하는, 공항버스에 탑승했다. 가방은 몸 앞쪽으로 빼고, 캐리어는 내 눈에 보이는 곳에 위치시키고, 불같은 눈동자로 바라보았다.
이윽고, 사람들이 가득 찼고, 만원 버스가 된 공항버스는 시내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미지의 땅. 스페인.
그중에 나는 바르셀로나라는 도시를 처음으로 마주하였다.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내 마음이 사람으로 가득 찬 버스 안에서 고동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창가에 비추어진 노을이 지는 하늘은 내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것만 같았다.
"너무 걱정하지 마"
그중에 나는 바르셀로나라는 도시를 처음으로 마주하였다.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내 마음이 사람으로 가득 찬 버스 안에서 고동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창가에 비추어진 노을이 지는 하늘은 내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것만 같았다.
"너무 걱정하지 마"
바르셀로나 공항보다 더 많은 사람이 중심광장에 가득 차 있었고, 그 시끌벅적한 분위기와 공기 속에, 나는 긴장해 있었다.
아마도, 아르헨티나를 여행하였을 당시, 이런 분위기 속에서 소매치기를 당했던 경험이 나도 모르게 내 몸을 경직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아무튼, 빨리 숙소로 가야겠다."
나는 구글맵을 켜고 내비게이션이 나를 인도하는 곳을 향해, 세차게 걷기 시작했다.
가는 길목에는 노래하는 사람들과, 구걸하는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고,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모를 정도로 아득해지는 모퉁이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다다른 그곳에 나의 눈에 비치는 반가운 간판이 있었다.
"Hostal St. Christopher's"
그렇다. 나의 가이드 생활의 시작은 바르셀로나의 호스텔에서 시작되었다.
하루에 만 원 정도의 값싼 숙박비가 나의 가난한 형편과 처지에 딱 맞는 것처럼 느껴졌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오면, 숙소가 떡 하니 있을 거라고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내가 유럽을 동경하는 만큼, 유럽이 만만치 않을 거라는 생각을 이미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론 씨, 한 달 동안은 호스텔 생활을 해야 하는데 괜찮겠어요?"
서울에서 스페인 지점장님과 면담을 하였을 때, 내게 호스텔 생활을 해야 한다고 말했을 때부터, 나는 눈치채고 있었다.
스페인은 낭만으로 가득 찬 곳이 아니라, 내가 극복하고 이겨내야 할 것들이 가득한 곳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어쨌든,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고, 나는 13시간 이상의 비행을 마치고, 호스텔에 짐을 풀었다.
호스텔 방 문을 열고 들어가자, 14개의 눈이 나를 바라보았다. 어색하게 "Hola"라고 인사하고, 나는 내 침대를 찾은 후 세면도구를 챙겼다.
그리고 샤워실에 가서, 온몸을 씻어냈다. 마치 오늘 하루 내게 다가왔던 모든 긴장과, 두려움을 완벽하게 씻어내려고 하는 듯, 샤워 볼로 박박 문질렀다.
그렇게 한참을 샤워를 하고 조금은 긴장이 풀린듯했을 때, 수도꼭지를 잠그고, 내 방을 향했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것은, 핸드폰을 만지고 있는 청년, 침대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중년에 아저씨가 보인다.
나는 세면도구를 제자리에 두고, 쓰러지듯 침대에 몸을 맡겼다.
"아 정말 긴 여정이었다."
한국에서 스페인이 이렇게 먼 거리 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온몸이 녹초가 된 것 같은 기분이라는 말을 몸이 실제로 경험했다.
긴 여독이 피로로 겹겹이 쌓여 침대안으로 푹 꺼져 가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깊어져가는 스페인에서의 첫날 나는 깊이 잠이 들었다.
설렘 보다, 두려움과 걱정이 가득 찬 바르셀로나의 밤 기운을 온몸으로 맞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