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4호선을 타고 성가족성당으로 이동합니다. Diagonal역에서 Sagrada Familia역으로 갈 예정이니 티켓들 준비하세요."
오늘의 마지막 지하철 이용이다. 까사밀라 근처에 있는 디아고날 역으로 들어가기 위해 지하로 내려간다. 나는 손님들 맨 뒤쪽에서 걸으며 주변을 살핀다. 파리와 로마에 이어 소매치기의 도시로 불리는 바르셀로나의 오명을 손님들이 겪지 않기를 바라며.
"4호선 열차 들어옵니다. 가방 모두 앞쪽으로 하시고 탑승하세요."
백팩을 매고 따라오던 다니엘도, 자연스럽게 가방을 앞쪽으로 옮긴다. 그에 따라 주변 손님도 뒤로 매고 있던 가방을 앞쪽으로 정리한다. 이런걸 보면, 한사람의 중요성을 느낀다. 가이드가 말할때, 한 사람만 그 의견을 따라 행동해주면, 자연스럽게 모든 사람들이 따라오게 된다. 군중심리가 작용하는 모습을 손님을 통해 배우게 된다.
"Sagrada Familia역에 도착했습니다. 모두 지하철 문 버튼을 눌러주시고 내리세요."
손님들은 선배의 말에 따라 자연스럽게 문 버튼을 누르고 하차했다. 선배를 따라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위로 이동하던 중 선배의 말이 이어졌다."
"지금부터는 절대로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됩니다. 앞만 보고 걸어가 주세요. 옆도 보시면 안됩니다."
무슨 일이지? 갑자기 뒤를 돌아보지 말라니, 옆도 보면 안되는 걸까. 왠지 모르는 반항심리가 꿈틀꿈틀
올라온다. 옆이라도 보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사회생활이 꼬이고 싶지 않았다. 그냥 선배만 따라서 바닥을 보며 계속해서 따라갔다. 그때였다.
"다 오셨죠. 제가 하나 둘 셋을 외치면 모두 반대편으로 도세요."
'하나'
'둘'
'셋'
뒤를 돌아본 순간 <Libera 소년 합창단>의 'Santus'가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온다. 그 순간 마주한 성가족성당은 세상 그 어떤 성당보다 아름답게 느껴졌다. 아름다움을 넘는 웅장함이 건축을 통해 흘러 나온다. 주변 상가 건물들 사이에 우뚝 서있는 성가족성당의 존재감은 내가 예상한 것 이상으로 굉장했다. 그리고 성가족성당에 감동한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투어를 함께한 손님 중 20대 여성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선배가 그녀 곁으로 다가갔다.
"괜찮으세요? 아프신건 아니죠?"
"가이드님 저 괜찮아요. 감동해서 그래요."
손님이 느끼고 있는 감동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지만, 벅차오르는 마음만큼은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내 가슴도 작품을 보며 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 이쪽으로 오시면 사진 찍어드릴게요! 명당자리입니다."
선배는 셀카를 찍으며 종횡무진 하는 손님들을 향해 손짓하였다. 가장 잘 나오는 자리에서 손님들을 기다리며. 선배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우르르 손님들이 몰려왔다. 선배는 키가 180은 되어 보이도록 각도를
조절해서 멋지게 사진을 찍어 주었다. 손님들은 사진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론씨~여기로 와요!"
'찰칵'
선배는 나의 평생 꿈을 이루어 주었다. 사진 속 나는 키가 180이었다. 성가족 성당에 어울리는 키였다. 학창시절 180이 넘는 친구를 부러워했었다. 그러나, 오늘 만큼은 친구가 부럽지 않다. 사진 속에 나는 180이니까.
"오늘의 하이라이트 성가족성당에 도착했습니다. 가우디 최고의 역작으로 130년째 짓고 있는 성당입니다. 가우디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성당건축을 통해 이어지고 있는 셈이죠. 여기에서는 해야할 설명들이 많아서
1시간정도 투어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선배는 5분의 휴식시간을 주었다. 옆에 상점에가서 물이나 음료수를 구매할 것을 추천하면서. 1시간동안 성당 주변을 돌면서 설명을 할 예정이기에, 음료나 당충전은 기본이다. 나는 생수 2개와 쵸코바 2개를 구매했다.
"선배님 드시면서 하세요."
"고마워요 잘먹을게요."
선배는 내가 건넨 생수와 쵸코바를 먹으며 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이윽고 손님들이 모두 모였고, 선배는 오늘 중 가장 진지한 표정으로 성가족성당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